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보도자료는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한국의 주요 정책/통계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매우 중요한 조사입니다. 표본이 무려 2만 가구이니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래는 2016년에 비해 2017년 한국 가구의 순자산(=총자산-부채)이 얼마나 변동했는지 보여주는 표입니다.
‘평균’ 통계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앙값’ 통계는 그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2만 가구 중에서 1만 등에 해당하는 가구가 가진 순자산은 얼마인가? 이게 바로 나오네요. 예. 1억 8,525만 원입니다. 상당히 적죠. 평균이 3억 1,142만 원인데 중앙값이 이렇게 적다는 것은 소수의 사람이 많은 순자산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10억 이상의 자산을 가진 가구는 5.1%로 2016년에 비해 0.5%나 늘었습니다. 소득도 증가하고 자산시장도 호황이었으니 당연합니다. 한편 1억 미만의 자산을 가진 가구의 비중은 2016년 34.7%에서 2017년 34.1%로 아주 소폭이지만 줄어들었네요. 부의 불평등이 아주 미미하지만 개선된 셈입니다.
아래의 표는 한국 가구의 총자산 분포를 보여줍니다. 전체부터 보면 실물자산의 비중이 74.4%입니다. 총자산 3억 8,164만 원에서 부동산이 2억 6,635만 원이네요. 반면 금융자산은 미미합니다. 저축이 7,283만 원에 전세보증금이 2,501만 원이니 약소하죠.
순자산 5분위, 다시 말해 순자산이 제일 많은 20% 가구(5분위)에서 순자산이 가장 적은 20% 가구(1분위)까지의 총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흥미롭습니다. 순자산 상위 20% 가구는 실물자산을 77.4%나 가지고 있는 반면, 순자산 하위 20% 가구는 실물자산 비중이 43.3%에 불과합니다. 즉, 우리나라는 잘 살수록 부동산을 더 많이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순자산 3분위와 4분위의 ‘중산층’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각각 70.6%와 74.8%의 실물자산 보유 비중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한국은 못사는 사람이나 잘사는 사람이나 부동산 보유를 갈망하며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그 갈망을 실현에 옮기는 비율이 높아진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순자산에 이어 총자산의 구성을 살펴보았으니, 다음 순서로는 부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순자산 상위 20% 가구가 가장 많은 빚을 지니고 있네요. 이건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부채는 결국 금융기관 부채와 전세 보증금으로 구성되는데, 돈 많은 사람일수록 빚을 얻기도 쉽고 또 집도 여러 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계산해보면 순자산 상위 20% 가구는 10억 9,814만 원의 총자산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부채는 1억 6,259만 원입니다. 결국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14.8%에 불과합니다. 굉장히 건전하죠. 특히 나날이 상승하는 전세 보증금의 흐름을 감안해, 금융부채의 비율을 살펴보면 단 8.6%입니다.
4분위 가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총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7.5%, 그리고 금융부채의 비율은 12.8%에 불과하니까요. 즉 한국에서 가계부채를 주도하고 있는 상위소득 계층은 아주 미미한 부채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특히 신용카드 관련 대출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죠.
반대로 하위자산 가구일수록 부채구조가 문제가 있습니다. 순자산기준 하위 20% 가구의 총자산대비 부채비율은 71.3%에 이르죠. 그리고 신용카드 대출도 가구당 132만 원에 이릅니다. 물론 전체 가계부채에서 하위 소득 가구 부채의 비중은 아주 미미합니다. 가구당 2,244만 원 남짓의 빚을 지고 있으니 소득 상위 20% 가구의 13.8%에 불과합니다.
즉 한국 가계부채 구조는 매우 흥미로운 특징을 지닙니다. 소득과 자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부채도 많으며(신용이 좋으니까 당연합니다) 매우 부채구조가 건전합니다. 반대로 소득과 자산이 적은 사람일수록 부채는 적지만 부채구조는 상대적으로 부실합니다. 한국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하려면 이런 부채의 특성을 감안하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가계의 재무 건전성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평균’으로 계산하기 때문이죠. 처분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부담이 2016년에 비해 2017년에 오히려 줄어든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죠?
따라서 이렇게 평균만 보면 안 되고 소득 및 자산 구성대비 부채 비율 및 원리금 상환비율 등을 따져야 합니다. 이제 마지막 표입니다. 아래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순자산 기준으로 나누어 본 재무 건전성입니다.
자산에 비교한 부채비율은 대부분 계층이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액을 보면 4분위 가구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네요. 특히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도 전체 소득 계층에서 가장 건전합니다. 3분위 가구도 비슷합니다.
결국 한국 중산층이 가장 부채구조가 건전한 편입니다.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매우 낮은 데다, 소득대비 부채비율도 가장 낮으니까요. 이제 ‘중산층이 무너진다’ 같은 이야기는 더 안 들었으면 좋겠네요.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미하지만 2016년에 비해 2017년 자산 불평등이 완화되었다.
- 한국 사람은 다들 부동산을 좋아하며 순자산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이 부동산을 보유한다.
- 부자일수록 부동산을 더 많이 보유하니, 부채도 많다. 대신 부채의 구조는 부자일수록 매우 건전하다.
- 전반적인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2016년에 비해 2017년에 개선되었다.
- 특히 가장 많이 개선된 것은 4분위 및 3분위 가구로 처분가능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이 각각 4.0%p 및 3.2%p나 줄어들었다.
- 중산층이 무너지기는커녕 더 건전해지고 자산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원문: 시장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