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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치명적인 잘못이 누적된 이유

2018년 1월 8일 by 이삼화

내가 건축을 전공하기 전에 건물에 관해서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이 건물이 얼마나 큰 힘을 받아야 하는지를 어떻게 알고 구조계산을 하는 걸까?’였다. 그리고 어디까지 계산하고 어디는 대충 해도 되는지도 궁금했다. 다행히 그것은 학교에서 다 가르쳐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우선, 건물은 정확하게 안전할 필요는 없다. 공학이기는 하되 ‘정확함’보다는 ‘충분함’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하게 안전한 쪽으로 구조계산을 한다.

구조계산에 동원되는 공식은 매우 보수적으로 만들어진다. 체중이 100kg인 사람은 170kg인 것으로 치자, 무게가 1톤인 기계는 1.4톤인 걸로 치자, 이 재료의 강도는 100이지만 80인걸로 치자, 이 철근은 여섯 가닥이 들어가야 하지만 그중 한 가닥은 없는 걸로 치자 뭐 이런 식으로 무거운 건 더 무겁게 강한 것은 약하게 가정해 놓고 계산을 한다. 그래서 건물은 계산으로는 기대치의 약 10배가 큰 외력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건물이 무너지면 많은 사람이 죽기 때문에 안전율을 충분히 잡아두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치명적인 잘못이 누적된 이유

아니, 왜 그렇게 10배나 안전하게 지었다면서 건물이 왜 무너져? 라는 질문이 나올 때가 되었다.

우리는 그동안 꽤 많은 건물의 붕괴사고를 겪었다. 사실 건물의 붕괴가 너무 큰 재앙이다 보니 상당히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손가락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게 일어난 일이기는 하다. (물론 하나도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치명적인 잘못이 누적된 이유는 잘못된 경험 때문이다. 건물은 10배나 튼튼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고로 뭘 좀 잘못을 해도 어지간하면 무너지지는 않는다. 철근을 좀 뺐는데 괜찮다. 콘크리트 강도를 좀 낮췄는데 괜찮다. 좀 추울 때 타설을 했는데 괜찮다.

이런 경험이 수십 년간 반복되었다고 치자. 아니, 하지 말라고 한 걸 다 해 봤는데도 괜찮은 거야. 건물이 안 무너지더라는 거지. 그러니까 씨발 이거 뭐 거짓말 아니야? 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일한 비엔지니어 출신의 기능공들은 그래서 점점 안전에 대한 기준이 낮아지게 된다. 내가 30년을 모래밥을 먹었는데 지금까지 다 잘만 서 있어, 문제없어.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자꾸 책에 적힌 거나 들이밀고 내가 산 증인이야, 라고 하면서 건물을 붕괴 직전의 상태까지 몰고 간다.

며칠 전 한 번 봐 달라고 해서 갔던 마포의 어느 식당도 지금까지 안 무너지고 서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철근과 콘크리트는 생각보다 강하다) 위험한 상태였다. 나도 구조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봐도 꽤 위험해 보였는데 구조 소장님이 와서 보시더니 아예 안 들어갈라 그래. ㅋㅋㅋㅋㅋㅋ 겁나는 거야. 이건 정말 와 뭐 반중력 장치라도 개발한 건지 서 있는 게 진짜 기적이야. 그런데 그런 건물이 40년 동안이나 계속 개조를 거치면서 내력벽을 헐어내고 헐어내고 하다가 내력벽이 결국은 이쑤시개 같은 기둥 모양이 되고, 그 기둥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바닥을 지탱하고 있고 뭐 그런 현장이었다.

거기서도 그런 말을 들었다. 이 건물이 40년 동안이나 이렇게 서 있었다는 것은 구조가 괜찮다는 증거라고. 그 이야기를 모래밥을 40년이나 먹은 소위 기술자가 내뱉는데, 구조 소장님은 “저기 슬래브 처진 거 보여? 나 이 업 시작하고 슬래브가 저렇게 처진 거 내 눈으로는 처음 봐.”라고 말함.

건물이 하도 튼튼하게 지어지다 보니, 뭘 잘못해도 잘못한 줄을 모르게 된다. 그래서 건물이 무너질 때까지 잘못이 누적되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다.

원문: 이삼화의 페이스북

Filed Under: 사회

필자 이삼화 facebook

이삼화는 고려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2005년 졸업 후 10년간 이공건축에서 실무를 익힌 뒤, 현재 곳디자인 건축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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