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다. 월급루팡에서 벗어나서 신입사원의 그 뜨거운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려는 결심도 괜히 해본다. 하지만 출근과 동시에 그 다짐은 무너지고 많다. 팀장의 잔소리가 시작된 것이다. 일의 개선을 위해서 하는 말도 아니다. 사소한 말꼬리부터 시비를 거는 그 섬세함 앞에서 답은 역시 월급루팡이라는 다짐을 되새길 뿐이다.
만약 조금만 똑똑한 상사였더라면 부하 직원에게 무작정 강요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넛지 이론’에 따르면 강요보다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선택하도록 옆구리를 쿡 찌르는 편이 사람들의 행동을 이끄는 법이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옥외광고는 이러한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로 시민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말는 잔소리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키와 함께 쓰레기통 상단에 농구 골대 백보드를 설치한 결과는 놀라웠다. 무단투기가 한 달만에 무려 70%나 줄어든 것이다.
타인의 선택을 유발하는 부드러운 개입, 넛지의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화장실 소변기 속에 붙어 있는 벌레 모양의 스티커도 그렇다. 많은 손님들이 오가는 암스테르담 공항 남자 화장실은 늘 지저분했다. 한 발짝만 더 다가오라는 문구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변기에 조그마한 파리 스티커가 붙여진다. 이 조그만 파리가 한 일은 대단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파리를 향해 조준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소변기 밖으로 새던 소변의 양은 80%나 줄었다. 소변을 밖으로 튀기던 짖궂은 사람들의 옆구리를 그야말로 쿡, 찌른 것이다.
텍사스 주에서도 효과적인 넛지 사례가 있다. 고속도로에는 언제나 버려지는 쓰레기가 가득했고,고민하던 텍사스 주는 획기적인 방법을 생각했다. 인기 풋볼팀인 <댈러스 카우보이>의 선수들이 쓰레기를 줍는 사진을 배치한 것이다.
텍사스 최고의 유명인들이 나서 외친 이 표어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의 손짓을 멈칫하게 만들었고. 뒤흔들었고, 6년 후에는 무려 72%의 쓰레기가 감소했다. 쓰레기 투기에 벌금을 매기거나 설교하는 것 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둬들인 ‘넛지’의 생생한 힘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무작정 잔소리만 퍼붓는 상사를 바꾸고 싶다면 책 <넛지>를 선물하도록 하자.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 교수 리처드 탈러와 로버트 웜슬리 대학 교수 케스 R. 선스타인이 공동집필한 이 책에는 현명한 선택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물이 담겨있다.
혹시 플라시보 효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넛지 이론’은 2017년 노벨경제학상도 받았다. 세상에서 제일 잘난 사람들만 받는 상도 받았으니, 우리는 그저 종교처럼 믿고 실천하면 되겠다.
노벨경제학상 수상과 함께 베스트셀러 차트를 다시 한번 신명나게 역주행 하고 있는 책 <넛지> 는 연쇄할인범 리디북스에서 1월 5일까지 무료로 계속될 예정이다. 딱 하루 밖에 남지 않았으니 어떤 수를 써서라도 팀장님을 잘 꼬셔보기 바란다. 아니면 올해도 꾸준하게 고통 받으면서 원하지 않는 인내력을 기르게 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