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에 「매력적인 세제 시스템… 이익 배당 때만 20% 과세, 상속세·부동산보유세도 없어 글로벌벤처자금 10년새 20배」라는 기사가 떴습니다. 기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래 내용이 핵심이겠지요.
에스토니아의 선택은 법인세율 ‘제로(0)’였다. 이익과 상관없이 투자에 쓰거나 쌓아두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상속·증여세와 부동산 보유세도 없다. 단 이익을 배당할 때만 20% 세율로 과세한다. 이는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에스토니아 정부 관계자는 “매력적인 세제 시스템을 구축해 외부 인력과 자본이 들어오고 창업과 고용이 늘어나면 국가도 더 부유해진다”면서 “이러한 정부 정책에 힘입어 기업이 더 많이 투자하고 고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즉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부동산 보유세를 없애야 모두 잘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재벌이 아주 좋아할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그렇게 세금을 걷지 않으면 대체 국가 재정은 무슨 돈으로 채우는지에 대한 설명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부자에게 불리한 세금을 없애기만 해도 잘살 수 있다면 왜 프랑스나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그런 세금들을 없애지 않겠습니까?
1. 에스토니아에는 부동산 보유세가 없다?
이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굳이 기자를 위해 변명하자면 에스토니아에는 ‘빌딩 보유세’는 없습니다. 즉 건물에는 과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토지에는 LVT(Land Value Tax)라는 것을 과세합니다. 해마다 토지의 가치를 평가하여 거기에 지자체별로 0.1~2.5%의 세금을 매깁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농경지가 아닌 경우 2~2.5% 정도를 부과하고 에스토니아 인구의 1/3 정도가 몰려 사는 수도 탈린(Tallinn)의 경우 당연히 최고 세율인 2.5%가 부과됩니다. 토지를 40년간 보유하면 그 부동산 가격만큼 세금을 내는 셈이지요. 보유세가 낮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세금을 내는 셈입니다.
이렇게 부동산 보유세가 높다 보니 좋은 점이 있습니다. 기업이건 부유층이건 부동산 투기를 감히 하지 못하니 에스토니아는 주민들이 자기 집을 소유하는 비율이 96%에 달합니다.
2. 에스토니아는 법인세율이 제로(0)다?
이것도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에스토니아의 법인세(corporate tax)는 20%로 정해져 있습니다. 다만 기사에서 말하듯이 배당할 때 몰아서 과세할 뿐입니다. 즉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재투자하거나 계좌에 쌓아둔다면 당장은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과세 이연 효과가 있을 뿐 세금을 안 내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는 없지만 주식 등의 양도 등에서 나오는 이익은 소득으로 간주되어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3. 아무튼 기업에 부과되는 세율이 훨씬 낮은 것은 사실 아닌가?
그건 맞습니다. 에스토니아는 누진세율 대신 단일세율을 택해 부자나 가난뱅이나 똑같이 20%의 소득세를 내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전형적인 역진세라고 할 수 있는 부가가치세가 우리나라의 두 배인 20%나 됩니다. 재벌들이 아주 좋아할 이야기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실직이나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그리고 자녀가 있거나 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누진세율과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소득세 외에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각종 연금과 건강보험 등의 재원을 충당합니다.
이 사회보장세금은 기업에게는 무려 33.8%, 그리고 개인에게는 겨우 1.6%를 걷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을 기업이 절반, 개인이 절반씩 내도록 하는 것에 비해 기업의 부담이 훨씬 큰, 매우 중요한 세수입니다.
물론 높은 세율은 분명히 기업에 부담이 되고 또 높은 세율이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일방적으로 진실을 오도하는 기사는 정말 곤란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기사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돈줄이 되는 광고주를 기쁘게 하는 글에 불과합니다. 이런 글을 쓰면서 공정한 언론으로 대접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족
- 매경의 의도는 ‘재벌들에 대한 법인세를 낮춰주자’는 여론전을 펼치려는 것이겠지만 낮은 세금이 번영을 가져오지는 못합니다. 반대로 높은 세금이 사회 정의를 가져오지도 못하지요. 복잡한 세상살이와 경제 동향이 뭔가 한두 가지의 요인만으로 돌아가진 않습니다. 에스토니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저도 저 위의 정보를 휴일 오전 1시간 정도의 검색만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경제신문 기자 정도 되시는 분들이 저런 정보를 몰라서 안 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정 언론이 아쉽습니다.
- 그렇다면 에스토니아의 경제가 발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 중 하나로 들 수 있는 것이 개도국치고는 상대적으로 부패가 없다는 것입니다. 에스토니아의 반부패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세계 22위로, 프랑스보다도 더 높습니다. 대한민국은 일본이나 싱가포르, 대만보다 훨씬 낮아서 르완다 바로 아래인 52위입니다. 언론이 그토록 미워하는 김영란법을 더욱 강화시켜야 경제도 살고 정의 사회도 구현될 것입니다.
원문: Nasica의 뜻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