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트렌드도 계속 바뀌는 게 신기하다. 요즘은 자유여행, 배낭여행에 이어 ‘살아보는 여행’이 유행이다. 살아보는 여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에어비앤비’의 역할이 큰 듯하다.
사실 예전에도 살아보는 여행은 가능했다. 카우치 서핑이나 민박 등으로도 호스트와 시간을 보내며 로컬들의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우치 서핑은 공짜인 대신에 호스트가 날 받아줄 확률이 낮다는 것… 또 민박은 예약 사이트가 많지 않아 여행을 가면 대부분 호스텔이나 호텔 등에서 묵었다.
하지만 이제! 에어비앤비가 있어서! 정말 여행지가 아닌 곳에서도 묵을 수도 있고, 나만 아는 비밀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고, 친한 친구를 만들 수도 있다.
1. 우리가 세계 일주하며 묵었던 에어비앤비 숙소
우리는 세계 일주하며 80% 이상을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묵었다. 쿠바나 남미의 작은 도시 등 에어비앤비 서비스가 들어오지 않거나 활성화되지 않은 곳에서만 민박으로 묵고 그 외에는 거의 에어비앤비를 활용했다.
우리처럼 장기 여행자는 모든 여행지를 공부할 수 없다. 그때 가장 좋은 것은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서 호스트에게 상담받는 것이다. 로컬에서 제대로 여행할 수 있다. 게다가 에어비앤비를 저렴하게 예약하는 방법들도 있다. 일단 에어비앤비 숙소의 퀄리티부터 봅시다.
호주 시드니에서 최고의 뷰를 자랑했던 우리 집. 호스트도 너무너무너무 친절해서 같이 밥도 먹고 와인도 마시고! 무엇보다 저 뷰… 실화냐…
미국 프레즈노에서 머물렀던 우리 집. 동물농장이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말 밥 주고, 소머리 빗겨주고, 집 안에서는 냥냥이들과 멍뭉이들과 함께 뒹굴뒹굴.
미국 산클레멘토에서 머물렀던 우리 집. 우리 먹으라고 과일, 빵, 수프 등을 잔뜩 쟁여 놓으신 호스트분. 우리가 묵었던 곳은 호스트의 딸 방이다. 딸은 이제 독립은 했다. 랄라라는 이름의 멍뭉이를 매일 산책 시켜주는 건 우리 몫. 물론 자발적으로!
아이슬란드의 우리 집들. 추운 나라지만 너무나 따뜻했던 느낌. 아이슬란드는 개인실 형태가 거의 없는데도 포근했다.
스페인에서 만난 이탈리아 청년 호스트. 가자마자 트뤼프, 빵, 맥주, 치즈 등등을 꺼내준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어쩐지 우리나라의 정 같은 게 있는 듯. 그 숙소에서 보는 뷰가 정말 예술이었다.
그 사람의 집, 관광지에서 볼 수 없는 뷰, 좋은 호스트. 모두 에어비앤비로만 만날 수 있다.
2. 집 전체, 개인실, 다인실의 의미
일단 가고자 하는 곳을 검색하면 이렇게 뜬다. 날짜 선택, 인원 선택은 알겠는데 ‘숙소 종류’는 뭐지?
- 집 전체: 혼자 혹은 둘이나 가족 등 로컬 없이 우리끼리 한 아파트를 모두 빌리고 싶다면.
- 개인실: 로컬(호스트)이 같이 사는 곳에서 개인실이 있는 곳, 혹은 다른 게스트와 공유는 하지만 내 독방이 있는 곳을 원한다면.
- 다인실: 게스트하우스 같은 도미토리 룸을 원한다면.
3. 후기가 적은 숙소를 고르면 좋은 이유
집 유형을 골랐으면 내가 원하는 위치로 지도를 움직이자. 위치에 맞춰서 집들이 재정렬된다. 자. 이제 사진, 가격, 그리고 바로 타이틀에 노출되는 후기에 집중해본다. 만약에 아래처럼 4개의 집이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집에서 묵겠는가?
난 왼쪽 아래 131달러에 후기 1개 집, 혹은 오른쪽 아래의 112달러에 후기 3개 집에서 묵을 것이다. 정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후기가 적은 집은 이제 막 에어비앤비에 입문한 호스트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에게 ‘특별가로 제안하기’라는 기능이 있다. 쇼부를 잘 치면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특별가로 제안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처럼! 어떻게든 네고(가격 흥정)가 가능한 것이다. 막 입문한 집은 네고가 가능하며 손님에게 좋은 후기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후기가 엄청 많은 집 중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분들이 알려주는 지도 속 맛집은… 커미션을 받고 소개해주는 곳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굳이 에어비앤비 숙소를 선택하고 떠나는 이유 자체가 로컬과 어울리고 싶어서, 로컬의 삶 속에 풍덩 빠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가! 그렇다면 과감하게 후기가 조금 적은 곳으로 들어가 보는 걸 추천한다(없는 건 또 불안하니).
4. 시간을 들여서라도 호스트의 프로필을 읽자
호스트의 프로필을 잘 읽어두면 나와 맞는 호스트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이 부분은 내가 에어비앤비에도 몇 차례 요청했던 부분이다. 로컬과 지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로 로컬의 특징을 찾아보기가 굉장히 어렵다. 하나하나 클릭해서 긴 글을 읽는 것밖에.
일단 위치, 가격대, 날짜와 주택 타입이 정해졌다면 그때부터는 호스트의 성향을 파악해보는 것이 좋다. 시간과 여건이 되면 한번 꼭 모든 글과 프로필을 읽고 선택해보길 추천한다. 그래야 정말 원하는 로컬의 삶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에어비앤비 게스트이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기도 한다. 우리의 프로필을 자세히 써놓으면 그걸 보고 예약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그런 게스트들과는 바로 친구가 되어서 우리가 세계 일주할 때 이들 집에서 머물기도 하고 함께 여행도 다녔다. 이런 친구들이 셀 수 없다.
5. 필터 추가하기
상단에 ‘필터 추가하기’라는 항목이 있다.
침대 개수, 침실 숫자. 셀프체크인이 되는지, 난방 에어컨, 아침식사 등 다양한 옵션을 체크할 수 있다. 선택할 옵션이 많으면 필터를 활성화해서 검색하자. 그럼 조금 더 나에게 맞는 집을 구할 수 있다.
6. 호스트에게 작은 선물 주기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건 많은 친구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꼭 그 나라의 특산품 같은 것을 사 온다는 점이다. 어제 온 중국 친구들에게는 홍차를, 호주 친구에게는 코알라와 팬을 선물 받았다. 심지어 꿀도 샀는데 그건 뺏겼단다. 선물은 너무 많이 받아서 다 쓸 수 없을 정도다.
우리도 이때부터 여행을 가면 그 집 호스트에게 줄 선물을 꼭 사간다. 정말 작은 선물, 예를 들어 한복 입은 아이 열쇠고리 같은 것이라도 그 친구들에게 준다면 그때부터 당신은 단순한 게스트가 아니라 정말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된다. 호스트 입장에서도 고마움에 이것저것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선물을 받으면 밥을 대접하든 함께 시간을 보내든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고 정말 호스트의 마음가짐이 남달라진다. 에어비앤비는 호텔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관계이기에 먼저 다가가면 호스트도 더욱 다가올 것이다.
7. 즉시 예약과 슈퍼호스트
필터 추가하기 옆에 ‘즉시 예약’이라는 항목이 있다.
에어비앤비는 타 예약 플랫폼과 다르게 호스트와 게스트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예약하기 전에 꼭 호스트에게 ‘나 너희 집에서 머물러도 돼?’라는 메시지와 함께 허락을 구한다. 호스트가 OK 하면 머물 수 있고, NO 하면 다른 집을 찾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너무 급하고! 빨리 예약하고 싶다! 그렇다면 ‘즉시 예약’을 켜자. 호스트의 허락 없이 호텔처럼 바로 예약할 수 있다.
슈퍼호스트는 처음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도저히 아무도 믿을 수가 없고 이 사람이 검증되었는지 어쩐지 모르겠다면 선택하자. ‘필터 추가하기’에서 슈퍼호스트만 필터링할 수 있다. 슈퍼호스트는 경력도 어느 정도 되고 후기 대부분이 별점 5인 사람들로 믿을 수 있다. 처음 도전한 에어비앤비 숙소가 더 오래, 더 좋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도전하라, 살아보는 여행!
살아보는 여행, 사실 별거 아니다. 책에 나오지 않은 장소, 남들이 잘 모르는 곳, 로컬 일상에 머물러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힐링이 된다. 에어비앤비로 한번 새로운 여행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원문: 볼로 VOLO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