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학가 주변을 거닐다 보면 심심치 않게 발견하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하숙’. 대학교 게시판과 화장실 안은 물론 전봇대마다 하숙생을 구하는 종이가 다닥다닥 붙은 시절이었다. 하숙을 한 번이라도 해본 이라면 구불구불 골목길을 지나 다소 허름한 주택 안에서 방을 옹기종기 나눠 쓰며 집주인이 해주는 밥과 반찬을 먹던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시설은 쾌적하지 않아도, 공간은 넓지 않아도, 타지를 떠나 혼자 거주하며 생길 수 있는 외로움을 덜 수 있어서 포근했던 하숙. 간혹 도미토리식으로 운영되는 하숙집에서는 개인 방조차도 얻을 수 없어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힘든 사람도 있었지만, 단절된 대인관계를 풀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숙의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을 강점화한 시설이 바로 셰어하우스다. 대학가와 역세권 등을 중심으로 천정부지로 오르는 방값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대다수의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이른바 젊은 서민층에게 이런 셰어하우스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셰어하우스에서는 침실, 즉 방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같이 쓰는 대신 부담이 되는 월세와 공과금, 보증금 등을 나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한다. 셰어하우스가 각광받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과거 하숙과는 달리 세련되고 우수한 컨디션의 집을 구할 수 있다는 것.
보증금 및 월세를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돈 합쳐 마련하니 부담은 줄고 혼자였다면 어림도 없었을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 게다가 방을 비롯한 각자의 생활공간은 지키되 공동주방 등 공유공간 형태는 유지한다. 매일같이 ‘외로운 혼밥러’가 되지 않으며 1인 가구의 단절을 해결할 수 있다.
경기도 따복하우스가 대표적인 예다. 청년층의 주거와 결혼, 저출산 극복을 돕기 위해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공임대주택사업 따복하우스는 임대보증금 이자 지원으로 가격은 싸지만 공급면적은 넓은 데다가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춰 우수한 셰어하우스의 롤모델로 주목받는다.
청년형 디자인은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청년들의 특성을 반영해 활력 넘치는 인테리어 및 스터디룸과 카페, 피트니스센터를 갖췄다. 신혼·육아형은 안전한 자녀 양육과 지역주민 간 교류 확대에 중점을 두었다. 편안하고 안락한 인테리어에 시립어린이집, 따복맘카페 등 편의시설과 럭셔리한 오픈키친과 공동육아 나눔터 등 외관과 내면의 실효성 모두를 갖춘 형태로 이루어졌다.
입주민이 서로 돌아가며 음식을 나누는 따복하우스 내 브런치 카페 역시 프랜차이즈 카페 못지않은 시설을 구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입주자를 모집할 때마다 예비청약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하숙의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을 강점화한 또 다른 셰어하우스도 있다. 서울 시내 10개 대학 인근에서 18곳의 아파트를 임대해 운영하는 스타트업 코티에이블의 셰어하우스 ‘에이블 하우스’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구조로 구성된 청년 맞춤형 공간이다.
‘에이블 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해외 유학 효과’다. 에이블 하우스 입주자의 20%는 외국인 유학생이기에 하우스메이트끼리 언어와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것. 학교가 아닌 집 단위에서 외국인과 한국인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은 드물기 때문에 이색 공간으로 여겨진다.
코티에이블의 운영 방식은 주택을 임대받거나 사들여 재임대하는 일반적인 셰어하우스와는 차이가 있다. 법적으로 ‘임대관리업체’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과 임대관리계약을 맺고 입주자와 집주인의 중간에서 입주 계약, 세입자 관리, 시설 관리 등을 맡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같이 또 따로, 단점은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장점은 강점으로 극대화 시킨 신개념 셰어하우스. 셰어하우스야말로 진정한 도시재생이자 청년 주거난의 대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