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 화려한 조명과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롤송이 크리스마스가 어느새 훌쩍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크리스마스지만 많은 사람은 때마다 매번 설렌다고. 하지만 딱히 일정이 없거나 사람 붐비는 곳이 질색이라는 이들은 집에서 편히 쉬게 마련이다.
뒹굴뒹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있어도 행복한 휴일이지만 이 금쪽같은 시간, 좋은 영화로 감성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여기 나 홀로 집에서 봐도 절대 외롭지 않게 만들어 줄 좋은 영화들이 준비돼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이 영화들과 함께라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가슴 두근거리는 크리스마스가 된다는 것.
이때가 되면 항상 만나는 귀여운 악동 케빈에겐 잠시 안녕을 고하자. 그리고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 푹 빠져보자. 나 홀로 집이라도 충분히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될 테니까. 새로운 웃음과 감동, 즐거움으로 이번 크리스마스를 가득 채워보길!
언터처블: 1%의 우정
- Intouchables, Untouchable(2012)
상위 1%의 귀족이지만 전신 불구인 필립과 하위 1%의 무일푼 백수이자 절도사건을 일으켰던 드리스가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24시간 내내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필립은 늘 까다롭게 구는 바람에 그의 곁에는 도우미들이 버티질 못하고 떠난다.
필립은 사회보장기금으로 겨우 살아가지만 거침없고 자유로운 성격을 가진 드리스에게 우연치 않게 호기심을 느끼고 자신의 손발이 되어줄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로 한다. 자신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고 그저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대하는, 솔직하고 호탕한 드리스의 모습에 필립은 점점 호감을 느낀다.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두 인물이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은 진부하지 않은 장면들로 채워져 더욱 재미를 준다. 더 흥미로운 건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사실. 1%의 우정을 보다 보면 어느새 99% 채워진 감동과 웃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브 갓 메일
- You’ve got mail(1998)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 시대로 갓 접어든 모습이 공존하는 영화다. 소규모의 ‘모퉁이 책방’을 운영하는 케슬린과 대형 체인서점 ‘폭스 북스’의 사장인 조 폭스는 같은 뉴욕에 살면서 스쳐 지나가지만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다.
그들을 이어주는 단 하나의 수단은 각각 ‘숍걸(Shopgirl)’과 ‘Y152’이란 아이디를 가진 이메일뿐.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그들은 이메일을 통해 호감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어느 날, 대형서점 폭스 북스로 인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산인 서점 운영이 힘겨워진 케슬린은 이 사정을 조에게 털어놓는다. 이 이야기를 들은 조는 호감으로 가득한 사이버 공간과는 달리 서로 앙숙이 되어가는 현실을 알게 되면서 크게 당황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앞날이 과연 어떻게 될지 점점 궁금해진다. 주인공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뉴욕의 거리를 감상할 수 있고, 과거의 pc통신 방식을 보며 추억에 빠질 수 있는 유쾌한 로맨틱 영화다. 달달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원한다면 〈유브 갓 메일〉과 함께 해보자.
본 시리즈
- 본 아이덴티티(2002),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 제이슨 본(2016)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꼭 겨울, 로맨틱과 연관 지을 필요가 없다면 만능 첩보 요원인 제이슨 본의 액션에 취해보자. 기억을 상실한 제이슨 본이 자신에게 본능적인 감각과 주어진 몇 가지 단서를 가지고 행적을 역으로 추적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CIA의 핵심 요원이었던 제이슨 본의 심리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 화려한 액션 장면은 물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탄탄한 스토리는 최근 4편까지 나온 본 시리즈가 매번 찬사를 받는 이유다.
기존의 유명 첩보영화와 달리 의도적으로 카메라를 흔드는 쉐이키캠 기법으로 촬영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최고의 액션 영화 본 시리즈를 택한다면 이번 크리스마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