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도서가 트렌드?
눈, 스키장, 크리스마스, 그리고 트렌드 도서. 연말이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것들. 그런데 언젠가부터 트렌드 도서가 한둘씩 늘어나더니 트렌드 도서 자체가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트렌드 도서에 손이 가는 이유는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고 싶어서이다. 그 기회는 누군가에게는 유망한 분야의 기술을 미리 익혀 변화에 대응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비트코인 투자일 수도 있다.
무엇을 봐야 하나
그런데 너무 많아진 트렌드 리포트 중 무엇을 봐야 할까. IT분야에서는 ‘가트너’가 가장 권위 있고 제일 먼저 트렌드를 발표한다. 하지만 가트너의 경우 고객사의 영향력에 따라 트렌드 키워드·순위를 수정한다거나, 특정 고객의 용어를 사용하는 일이 흔하다.
시스코의 마케팅 용어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중요 키워드(’14)로 선정된 것이 그 일례이다. IDG나 그 외 국내 대기업 계열 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하는 리포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자사와 고객사의 이해관계와 무관한 상태에서 순수하게 기술적인 발전 단계와 시장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중립적인 관점으로 선정한 트렌드를 다룬 리포트를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트렌드는 흐름을 다뤄야 한다.
또한, 트렌드를 읽고자 함은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기에 스냅샷 방식의 기술에 대한 소개·설명보다는 기술과 시장이 어떤 변화를 겪어 왔고, 앞으로 어찌 변할 것인가에 대한 동적인 서술이 필요하다.
흐름, Start Early, Drive Slowly, Reach Safely
결국, 기술의 변화를 읽는다는 것은 기술을 언제/어떻게 구현해 시장에 안착시키느냐의 타이밍을 판단하는데 귀결된다. 이에 대해 『IT 트렌드 스페셜 리포트 2018』의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분을 통해 트렌드 및 타이밍에 대한 인사이트와 제언을 준다.
- 시장 크기도 물음표이며, 리스크도 크지만, 경쟁자가 없는 상황, 따라서 빨리 진입해 미래 먹거리를 선도하라는 Start Early
- 다소 늦었지만 뚜렷한 강자가 없기에 도전해 볼 만한 Drive Slowly
-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시장이 확실하기에 반드시 도전해보라는 Reach Safely
각 구분별로 2018년에 주목되는 기술은 다음과 같다.
저자들이 엄선한 7가지 기술은 각각 Start Early, Drive Slowly, Reach Safely로 구분되고, 왜 이 기술이 중요하며, 기술과 시장의 변화, 이에 대한 주요 기업의 대응 전략과 사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이 제시되었다.
인공지능, 기반 기술로 시작해 챗봇과 인공지능 스피커까지…
본 리포트에서는 2018년 IT 트렌드와 흐름을 지배하는 키워드로 인공지능을 제시하였다. 7대 기술 중에 3가지가 인공지능 분야이며, 그 외 블록체인, 스마트카, 가상현실, IOT 부분에서도 인공지능은 요소기술로 적용할 수 있다. 사실 인공지능은 갑자기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꽤 오래전부터 연구되었고 발전되어 온 인공지능은 최근에 와서 폭발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기술의 등장 이후 머신러닝의 상용화가 가능해지고,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대패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챗봇이다. 챗봇 역시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새로운 것은 아니다. MSN 챗봇으로 개발된 ‘심심이’도 2002년에 등장했지만 큰 반향은 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챗봇이 ‘쓸만해 졌다’라는 인식을 주기 시작했으며 메신저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UI 경험도 챗봇의 상용화 가속에 한몫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챗봇 전문 기술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할 정도로 챗봇은 그 가능성과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비즈니스적으로 초기 단계라 볼 수 있다. 사용자의 질문을 알아들어야 하기에 챗봇은 높은 수준의 자연어 인식률을 요하나 한국어는 자연어 인식률을 70% 수준이니 향후 보완되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사용자들은 챗봇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으며 빠르게 적응 중이다. 또 챗봇은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넘어 기업과 사용자를 이어주는 채널로 추가되고 있다. 지금은 ‘추가’이지만 기술 임계점을 넘으면 어느 순간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이라면 이제는 챗봇이라는 채널과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사용자-서비스 간 채팅 대화를 넘어 음성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아마존 에코, 애플 홈팟, 구글 홈, SKT누구, KT기가지니, 네이버 웨이브, 카카오 미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국내외에 쏟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등의 개개인이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각각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만,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많은 회사가 이를 위해 스마트폰이나 패드 혹은 엑스박스와 같은 콘솔 기기 등으로 통합연결을 시도했지만, 부분적인 통합과 제어만이 가능했다.
그런데 아마존 에코가 나타나면서 스마트폰이나 패드, PC뿐 아니라 실내 온도 조절 장치, 도어록, 전등 등 홈 오토메이션을 포함한 통합적인 연결 및 제어를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실현되었다.
또한, 인공지능 스피커는 구매 명령을 음성으로 받아 바로 커머스(아마존 등)에 주문을 넣어 실질적인 매출을 발생시키는 식의 연결을 통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과 가치로 인해 IT기업들은 인공지능 스피커 분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IT기업들은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앞으로의 시장 역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시장은 아마존이 상륙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SKT, 네이버, 카카오 3강 경쟁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웨이브는 라인을 통해 일본 시장을 선점하며 준 로컬로서 생존하겠지만 SKT와 KT의 해외진출은 요원해 보인다.
카카오 미니는 38분 만에 초도 물량 3천 대를 모두 판매하여 카카오톡과의 연동을 통해 시장 강자로 떠올랐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이나 PC에 접근하지 않고 음성만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고 구매까지 이어주는 역할. 고객과의 거리를 더욱 좁힌 인공지능 스피커는 앞으로 전개될 인공지능 기반의 사회를 앞두고 일종의 쇼케이스 일 수 있다.
리포트 자체의 장점은…
IT 트렌드 스페셜 리포트 2018의 장점은 일반적인 트렌드 도서가 흔히 빠질 수 있는 해당 기술에 대한 조건 없는 찬사와 비즈니스 환경과 유리된 겉핥기 적인 서술을 최대한 배제하였다는 점이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시한 7가지 기술의 한계와 문제점, 비즈니스적인 난관, 도입 시 고려 사항 등을 포함시켰으며,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전문가에게 테크 리포트의 형식의 지면을 할애하여 기술적인 ‘깊이’를 더한 부분은 해당 세션만으로도 충분히 따로 볼만한 가치가 있다.
트렌드 서적 한두 권으로 세상의 변화를 읽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잘 정리된 리포트 하나를 정독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면 변화의 핵심을 이해하는데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접 발품을 팔거나 리포트를 구매하지 않아도 IT 트렌드 스페셜 리포트를 살펴볼 수 있는 링크를 포함하며, 이 글을 읽은 모두가 자신이 트렌디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그 날을 고대해본다. 물론 트렌드세터답게 기꺼이 비용을 지출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아래의 링크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