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 식도락 여행, 레포츠 여행이 살짝 지겨워지기 시작했다면? 감성 충만해지는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시 한 구절, 소설 한 문장만으로도 가슴 벅차오르게 만드는 작가만의 공간, 바로 문학관으로 말이다.
우리나라 대표 작가의 작품과 일생을 한데 볼 수 있는 좋은 문학관들이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나고 자란 모습과 발자취를 보며 작품에 한껏 녹아들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오묘한 감정이 솟아오르고 이미 보았던 글일지라도 다시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여기에 문학적 지식과 교양도 쌓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 올겨울을 감성과 낭만으로 가득 채워줄 문학기행을 떠나보자. 마치 일상과 동떨어진 곳으로 시간여행을 온 듯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윤동주 문학관
일제 치하의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시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은 윤동주 시인. 그의 일생을 잘 보여주는 이 문학관은 독특하게도 서울의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 있던 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만들어진 곳이다. 한국의 현대건축 Best20에도 꼽혀 의의가 더욱 깊다.
이 문학관은 총 3곳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는데 먼저 제1전시실은 윤동주 시인의 일생과 관련한 출판물과 표지, 친필 원고,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영감을 받아 폐기된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해 만든 ‘열린 우물’을 감상할 수 있는 제2전시실은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하다. 제3전시실은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영상물으로 감상하는 공간으로서 ‘닫힌 우물’이라고 명명한다.
감상 후 문학관에서 나와 인왕산 둘레길을 따라 올라가면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서시가 새겨진 큰 비석과 시가 적힌 울타리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은 이 인왕산에 종종 올라 시정을 다듬곤 했다고.
시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 서정적인 시와 함께 사색에 잠기기 좋은 윤동주 문학관으로 감성 여행을 떠나보자.
- 장소: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
- 관람시간: 오전 10시~ 오후 6시 (월요일, 1월 1일, 명절연휴 휴관)
기형도 문학관
요절한 천재, 기형도 시인이 5살 때부터 평생을 보낸 경기도 광명시에 그의 문학관이 얼마 전 개관했다. 기형도 시인이 생전에 사용했던 만년필, 원고, 대학 시절 노트 등 유족으로부터 기탁받은 130여 점의 유품과 함께 개관된 이곳은 3층의 건물로, 전시실과 자료실로 구성되어 있다.
감각적인 문구, 일상적인 소재 그러나 간혹 낯설고 색다른 표현 등이 적지 않은 그의 작품은 다른 이의 영화, 연극, 소설 등에 영감을 주고 여러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그의 작품 중에서는 열정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청춘의 삶과 감정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는데, 이 점이 시간과 세대를 넘어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젊은 층에게 꾸준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문학관 내에서는 그를 추억하는 주변인들과 동료들의 영상을 보며 기형도 시인에 대해 간접적이나마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또한, 그의 작품을 보고 필사를 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심도 깊은 작품 감상이 가능하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문학관 뒤편에 문화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거닐어보자.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그의 작품을 음미하고 되새겨보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다.
- 장소: 경기도 광명시 오리로 268
- 관람 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9시~ 오후 6시 (3월~10월)
오전 9시~ 오후 5시 (11월 2월)
이효석 문학관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단편 문학으로 잘 알려진 이효석 소설가의 문학관은 이 소설의 배경이자 넓은 메밀밭이 장관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효석 작가의 삶 전반에 관한 이야기들과 그의 문학세계 그리고 여러 가지 물건들, 원본 자료, 사진 등을 접할 수 있으며 소설 속에 나온 봉평 장터를 구현해 놓은 재미난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이곳 주변에는 작가와 관련해 문학관만큼이나 둘러보기 좋은 장소가 많다. 이효석 작가의 생가터, 생전의 모습을 잘 표현한 흉상이 세워진 가산공원, 그리고 넓게 펼쳐진 메밀밭이다.
여름이 끝날 무렵인 9월, 흐드러지게 핀 하얀 메밀꽃이 마치 그림 같이 보이는 봉평메밀꽃축제가 열리는 이때를 성수기이자 가장 아름다울 때라고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곳만의 고즈넉함이 돋보이는 겨울 시즌도 색다른 느낌을 주는 여행 시기가 된다는 사실. 아름다운 자연 속 풍경과 서정적인 그의 문학세계에 푹 빠지고 싶다면 강원도 평창, 이효석 문학관으로 향해보자.
장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학길 73-25
- 관람 시간: (5월~9월) 오전 9시~ 오후 6시 30분 / (10월~4월) 오전 9시~ 오후 5시 30분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휴관
작가와 작품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곳의 문학관에 꼭 방문해보자. 훨씬 넓고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원문: The Next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