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을 발행부수대로 정렬하면, 1위부터 5위까지가 조선, 중앙, 동아, 매경, 한경이다. 무슨 뜻인지야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그냥 숫자로만 따져도 보수(?) 언론이 우위에 있고, 특히 기득권층에 끼치는 영향력과 그 발행부수 등을 따지자면 압도적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기간통신사 연합뉴스가 또 어떤 꼴이었는지도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연합뉴스는 대부분의 언론에 기사를 제공한다. 연합이 한 번 재채기를 하면 언론과 여론 지형에 질병 대유행급의 참사가 벌어진다. 지난 가을의 ‘가스 라인’ 사태를 생각해보라. 그 연합뉴스는 포털에 독자적으로 기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여기에 무려 공영방송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KBS, MBC가 뉴스를 만든다. 십 년 동안 이들이 얼마나 개판이었는지도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종편이 또 어땠는지 모르는 분도 없을 것이다. TV조선과 채널A는 개저씨들이 고스톱 치며 이발소에서 떠들던 저질스런 잡설을 전파로 쏘아보냈다. jTBC는… 반대급부로 높은 평가를 받긴 하지만 역시 언론으로서의 신뢰도는 합격점을 받기 어렵고.
최근 20년 간 우리는 진보 정권과 보수 정권을 절반씩 경험했다. 김대중/노무현과 이명박/박근혜다. 비교가 안 될 수가 없다. 보수정권 출범 후 언론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안다. 무려 청와대에 들어간다는 기자들이 질문은 커녕 받아쓰기 시험이나 보던 모습도 안다. 박근혜에게 빨주노초파남보 옷을 입히며 오오 패션외교 하던 모습도 안다.
여권 지지자들이 몰지각하다고? 그런 사람들, 있다. 부인하기도 뭐하다. 뭐 자유당 지지자들 SNS에 비해서야 똥 앞에 카레 오줌 앞에 카스 수준으로 깨끗하지만서도. 내가 늘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지지자들의 광기는 사실 자제를 촉구하되 어느 정도 ‘상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정치의 그림자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그럼 문비어천가만 쓰라는 얘기냐 되묻는다. 그럼 안 된다. 지지자들에게 욕을 좀 먹더라도 날카로운 비판의식은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역으로, 그래서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에서 언론의 균형감각이 정말 동등하게 잘 살아있었는가 묻는다면 그건… 솔직히 아니잖은가.
왜 사람들은 언론에 이토록 뿌리깊은 불신을 품게 되었는가. 사실 답이 뻔한 문제다. 기자 개개인의 이성, 양심, 그리고 그들의 노력을 전부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위대하고 존경스런 기자들이 많다. 다만 조선, 중앙, 동아 따위의 제호로 묶인 하나의 언론 집단, 그리고 그들이 또다시 묶여 형성하는 언론이란 거대한 카테고리는 분명 썩어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이 이토록 불신받는 백만 스물 한 가지 이유를 제쳐놓고 우리를 왜 불신하냐며 ‘덤벼라 문빠들아’ 같은 기개를 보이는 것은, 사실 그리 용기처럼 보이지만도 않는 것이다.
원문: 임예인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