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시 4개 지역도 내년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키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간 ‘무상급식의 섬’으로 남아 있던 경상북도 시 지역에서도 내년부터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되게 되었다. 군 지역에 이어 경북의 대다수 시 지역의 무상급식 계획에서 유독 4개 시 지역만이 빠진다는 게 알려진 것은 지난달 말께다.
마지막 섬 4개 시, 결국 여론에 굴복
전국에서 다 실시하고 있는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간 큰 결정을 한 곳은 구미, 상주, 영주, 문경시였다. 이들은 대체로 저소득층 우선지원(상주·문경), 일부 학년 지원(구미·영주) 등으로 무상급식 흉내만 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들 지역의 급식 지원 계획이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항의와 비판이 고조됐다. 여론의 향배를 살피던 영주시가 4일,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구미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이 ‘초등 전면 무상급식 촉구 및 남유진 시장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뒤 시청에 들어간 회견단은 시장 면담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30분 후 시민 대표들과 마주앉은 남유진 시장은 시민들의 압박에 손을 들었다. (관련 기사 : “박정희 제사상 차리느라 아이들 밥상 걷어차냐”)
다음날 오후, 구미시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내년부터 구미지역 초등학생 2만7024명, 중학생 5358명 등 총 3만2382명의 학생들이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구미시는 소요예산 153억 원 중 부족한 예산은 추경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영주와 구미시의 무상급식 전면 실시로 돌아서자 미실시 지역은 문경과 상주 두 지역으로 줄었다. 그간 경북지역 131개 정당 시민 사회단체가 무상급식 운동본부를 꾸려 서명운동과 1인 시위, 지자체장 면담 등으로 압박해 왔지만 꿈쩍도 하지 않던 두 지역도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영주와 문경시도 무상급식 실시키로
전국에서 ‘유이’하게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서 빠져 있었던 상주시와 문경시가 7일 전격적으로 2018년부터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상주는 올해 저소득층 우선 지원 지역이었고, 문경은 아예 급식 지원이 전혀 없었던 지역이었다.
영주를 시작으로 구미, 문경, 상주로 이어진 이 무상급식으로의 정책 전환은 결국 전면 무상급식이 ‘시대의 대세’라는 현실에 굴복한 것이다. 경북 친환경 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상임대표 이찬교·권오현)는 도민들이 앞장서서 무상급식이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이후에도 중고교까지 무상급식이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그 학부모들이 전면 무상급식으로 부담을 덜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이를 피해 가겠다는 대담한 배짱을 보였던 이들 지자체장은 뒤늦게 들끓기 시작한 여론과 시민사회단체의 반격에 꼼짝없이 무장해제당한 것이다.
‘무상급식’ 정책으로 복지에 대한 논란이 촉발된 것은 2009년이었다. 수구 언론과 보수 세력은 이 정책 논쟁을 ‘색깔론’으로 끌고 갔다. ‘무상급식’과 ‘포퓰리즘’을 ‘사회주의’와 교묘하게 묶는 프레임을 통해 무상급식은 대중들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보였다.
무상급식, 색깔론도 이겨내다
그러나 색깔론까지 동원했지만, 이 논쟁은 늘어난 시민들의 복지 수요와 선거 국면과 결합하면서 극적 전환으로 이어졌다.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는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들고나와 승리했고 2011년, ‘무상급식 지원 범위에 관한 서울특별시 주민투표’로 이 시대적 과제와 대결하려 했던 오세훈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것이다.
‘이건희 손자가 공짜 밥을 왜 먹는데?’에서 ‘이건희 손자는 왜 공짜 밥 먹으면 안 되는데?’로 바뀌는 이 과정을 통해서 시민들은 정부의 의무로서의 복지를 환기하고 그것을 자신의 권리로써 확인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무상급식의 마지막 섬으로 남아 있었던 경상북도에 뒤늦게 ‘무상급식 도미노’ 물결이 일어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지역이 무상급식을 시행하지 않을 때는 거기 편승해서 보편화된 복지를 외면하던 지자체들도 마지막 순간까지 차마 버티지 못한 것이다.
이번 경상북도에서 마지막 4개 지역이 전면 무상급식을 결정하기까지 경상북도와 경상북도교육청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던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북 친환경 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는 이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고 예산 타령만 늘어놓았다고 꼬집는다.
무상급식이 대부분의 시도에서 광역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의 주도로 기초자치단체, 시군 교육청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상황을 감안하면 경상북도와 경상북도교육청은 자신들이 마땅히 시행하여야 할 주요 직무를 유기했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프라이드 경북'(경상북도 브랜드 슬로건)과 ‘명품 교육'(경북도교육청)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프라이드 경북’과 ‘명품 교육’은 어디에?
경상북도는 이제 뒤늦게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게 되었지만 지금 타 시도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강원도와 제주도에 이어 전북과 충남도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추진하기로 한 이상 경북도 더 이상 이를 미룰 수 없다고 운동본부는 밝히고 있다.
운동본부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 전면실시의 성과를 바탕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위해 경북교육청과 경북도청과의 실무협의를 계속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또 ‘경북도민 10만인 서명운동’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자들에게 중고교 무상급식을 실시하도록 공약에 포함시키는 활동’도 함께 벌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금껏 경북의 학부모들은 타 시도 주민들이 받는 무상급식 혜택을 자신이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덤덤하기만 했다. ‘복지 혜택은 몸으로 누려본 사람만이 체감한다’고 하니 이제 지역 주민들도 무상급식이 마땅히 누려야 할 복지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뒤늦게 받게 된 무상급식의 혜택을 통해서 사람들이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그것을 당당히 요구하는 ‘권리자’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원문: 이 풍진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