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ㅍㅍㅅㅅ의 친구의 친구가 자기 고등학교 친구와 벤처를 만들어 썰타임이라는 커뮤니티를 오픈해서 한동안 자기들끼리만 놀고 있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자기들 스스로 이슈를 만들자는 생각에 어찌저찌하다가 기적적으로 강의석 씨 인터뷰를 땄다고 합니다. 함께 보시죠. 참고로 이 페이지에서 10월 2일 수요일 오후 6시부터 강의석 씨가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는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참여해 보시길.
국군의 날 행사가 끝난 서울 광장에는 가을 날씨를 즐기는 가족들, 노조연맹 조끼를 입은 아저씨들, 포토타임에 혼이 나간 외국인 관광객들, “예수천국 불신지옥, 666은 짐승의 표”를 짊어진 선지자들, 투쟁중인 민주당원들, 그들을 비난하는 할아버지들, 그리고 배경처럼 이들을 둘러싼 국방색과 폴리스 라인이 있었다.
그 곳에서 강의석은 (옷을 입은 채로) 부러진 피켓을 들고 있었다. 5년 전에 비하면 양반이다. 같이 그곳을 떠나서 시청 뒤로 향했다. 10월임에도 불구하고 순대국을 먹으니 땀이 뻘뻘 낫다. 늦은 더위는 절대로 나의 열정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까까머리 강의석과의 대화는 바람마개를 입거니 벗거니 하면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빈부격차는 이상주의 아닌가? 군대도 점진적 변화를 만들어가야
ssul : 국군한테 보호 받기 싫으면 북한으로 가라.
강 : 나를 북한에 좀 보내달라. 평양의 군사 분열 앞에서 알몸으로 평화와 비무장을 외치겠다.
ssul : 그렇게 되면 넌 100% 죽는다. 마찬가지로 군대를 없애자는 얘기는 자살행위 아니냐?
강 : 내일 당장 군대를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내가 말하는 군대 폐지를 이상주의라고 비난하는데, 그게 왜 비난 받을 일이냐? 빈부격차 해소도 이상주의적인 이야기다. 전쟁의 역사만큼 계급의 역사는 기니까. 근데 경제민주화 하자고 양극화 해소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이상주의자라고 비난 안 하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일 당장 없애자는 것 아니다. 장기적으로 군대를 없애자는 비젼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ssul : 순수하게 이상주의라서 비난 받는 것이 아니라, 분단국가에서 불가능한 이상을 외치니까 비난 받는 것 같은데?
강 : 어렵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불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한다. 그게 내 생각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현실로 만들어야만 하는 꿈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평화 통일이 아니냐. 그런데 정작 그 소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만들려는 노력은 없다.
ssul : 북한이 하는 짓을 봐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어떻게 짤 수 있겠냐?
강 : 이산 가족 상봉 취소 사태를 예로 들어보자. 북한의 명백한 잘못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을 못했다면 우리의 잘못이다. 뻔히 예상되는 북한의 잘못을 계산하고 장기적인 대북정책을 짜자. 우리가 북한보다 앞서서 큰 그림을 그려 나아가야하는데 우리의 대북정책은 사건과 정세에 지배당하고 있다. 정세에 지배당하고 사건별로 땜질하는 대북정책은 그만두지 않는 한 평화는 진짜 말 그대로 꿈이다.
한국의 대북정책을 보자. 노태우 정권 때 짜여진 흡수통일에서 전체적으로 변화한게 없다. 세부적인 알맹이도 없다. 그나마 5년마다 뒤짚힌다. 북한이 한국정부를 중장기적 협상 상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그리고 북한이 우리를 농락하기 쉬워지는 것도 당연하다.
ssul : 그럼 너 생각에는 어떻게 해야 맞는거냐?
강 : 군비 축소, 북핵 폐지와 함께 정기적인 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통한 남북관계 회복? 통일비용을 미리 짊어진다고 생각하고 남북협력기금을 잘 사용해볼 방법을 강구해보는 것도 좋겠다.
ssul : 햇볕정책의 냄새가 나는데?
강 : 평화주의자로서 햇볕정책의 원칙은 지지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보여진 모습들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결국 햇볕정책은 돈으로 주고 산 평화라고 본다. 게다가 성과도 거의 없었고.
ssul : 그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어떻게 생각하냐?
강 : 알맹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ssul : 알맹이는 결국 돈인데 북한은 돈주면 무기 만들 것이다. 그러면 알맹이가 있으면 안되는 것 아니냐?
강 : 맞는 말이다. 북한 경제구조상 당연히 무기를 만들 수 밖에 없다. 현금을 주지 말고 다양한 지원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려운 문제다.
독방 경험, 병역과 군대 문제를 버릴 수 없게 만들어
ssul : 나랏님들이 고민하실 어려운 문제에 왜 끼어드냐고 물어본다면 뭐라 할꺼냐?
강 : 끼어드는 것이라기 보다는 의문점을 제시할 뿐이다. 내 생각에는 최소한 대북정책에서 만이라도 여야간의 합의가 있고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현실에 나는 의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 방향이 무력시위와 힘겨루기가 아니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사람들이 한번쯤 다시 어마어마한 국방비와 강력한 군대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했으면 해서.
ssul : 소감은 어떤가?
강 : 반응이 너무 싸늘하다. 공허한 메아리만 치는 느낌이다. 현실의 벽이 너무나 견고하게 느껴진다.
ssul : 과거 니가 했던 일들이 그런 반응을 가져온 것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천안함 폭침사건 장병들이 개죽음 당한 것이라고 얘기했었는데…
강 : 그런 말 한 것 후회된다. 잘못 한거다. 내 단점이 여과없이 솔직하고 거칠게 말한다는 점이다. 나는 그 사람들이 죽지 않아도 되는데 죽었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죽었냐는 의미에서 개죽음이라고 한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군대가서 삽질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고 받았던 비난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많이 하는 얘기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한 말들은 상처 받을 사람들을 생각했어야만 한다. 그렇게 말하지 말걸 이라고 후회하고 있다.
ssul : 넌 이미 징역 살고 와서 군대 문제랑 관계없는데 왜 여전히 이런 퍼포먼스를 하는거냐?
강 : 감옥에서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옥살이 하고 나와 보니 정말 감옥은 사람 갈 곳이 아니다. 다시 가라고 하면 자살할 것 같다. 진심으로. 미치거나. 그런데 그 곳으로 매년 700명의 젊은이들이 군대를 가기 싫다는 이유로 가야만 한다. 출소하고 나서도 면회 자주 가려고 하는데 그 곳에서 그렇게 고생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무시할 수는 없더라. 그래서 군대 문제, 병역 거부 문제는 계속 가지고 갈 것 같다.
ssul : 감옥 생활은 어땟냐?
강 : 난 들어가자마자 독방 생활을 했다. 독방은 자는 시간, 운동시간을 빼면 똑바로 앉아있어야 한다. 일어서 있어도 안 되더라. 책을 읽으려 해도 사서 보지 않으면 빌릴 수도 없고, 불빛도 어둡다. 운동 시간은 하루 1시간. 12걸음 짜리 부채꼴에서 갔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전부다. 수용자들 대우가 정말 좋지 않았다. 죄 값을 치루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노예 다루듯이 대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안에서 많이 무서웠다. 간수들이 소리 지르고 반말로 대하면 난 왜 나한테 반말 하냐고, 인간다운 대우 해달라고 요구했다. 근데 그게 내가 편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다. 내가 편하려면 말 잘 듣는게 훨씬 편하지. 정말 무서웠다. 불이익 받을까봐. 가석방 보류될까봐. 그래도 그냥 넘길 수 없는 것들이 많더라.
관심병이 아니라 항상 두려워,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 뿐
ssul : 다른 사람들은 잘 참고 넘기는 것을 왜 너는 타협하지 못하냐?
강 : 뭐… 나도 많이 타협하고 사는 편이다. 단지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들이 남과 다르거나, 좀 많다거나, 그 차이다. 내가 유별나거나 엄청 용감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퍼포먼스를 많이 하니까 익숙하겠구나. 그냥 재미삼아, 관심받고 싶어서 하겠거니 하는데 그렇지 않다. 무섭다. 쫄아있다. 가슴은 콩닥 콩닥 한다.
감옥에서도, 2008년 퍼레이드 때에도, 그냥 하라는데로 하고 싶다. 단지 내가 그러면 안된다고 느끼고, 그렇게 안하려고 노력하고. 내가 강해지면 그만큼 무언가 바뀐다라고 생각한다.
ssul : 고등학교 때도 그랬나?
강 : 그때는 정말 벌벌 떨었다. 더듬거리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이걸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다. 왜 내가 그때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유별나게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당시에는 우연찮은 선택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번 그렇게 내 신념을 따르는 결정을 내리고 나니까 그 다음에도 또 그런 선택을 하게 되더라. 하지만 지금도 수없이 많은 타협을 하면서 살아간다. 당연히.
ssul : 강민경씨 패러디나 낸시랭 패러디는 무엇을 의미하냐?
강 : 일단 강민경씨한테는 사과 드린다. 욕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 응원하려는 메세지였다. 그 당시 강민경씨가 야한 광고를 찍었다고 욕을 많이 먹고 있었고, 나는 그 광고를 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국 상상력이 저급한 것이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근데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낸시랭 패러디 같은 경우는 영부인의 이미지가 구닥다리 같다고 느껴서 시도한 부분이 크다. 난 여자 대통령에 영남편? 일수도 있는 것이고, 남자 대통령에 게이영남편일수도 있다. 그런 발칙한? 상상력으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의문을 던지고자 한 것이다.
ssul : 요즘은 뭘 하고 있냐?
강 : 학생인권 관련해서 영화를 제작 중이다. 말은 제작 중이지만 제작비가 없어서 지지부진하다. 지원을 약속한 시민 단체가 지원을 철회하는 바람에… 힘들다. 지원을 못 받고 실패하면 과거 사업 경험을 살려서 이삿짐 센터 일을 해서 먹고사는 일에 집중할꺼다.
ssul : 마지막으로 한마디 / 한국에서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강 :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변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돈이나 외모, 학벌, 연줄 이런 소모적인 지표들에 너무 높은 가치를 매기는 것 같다. “가난한 사람, 특별하지 않은 사람, 전과자, 성소수자, 못생긴 사람, 평범한 사람, 머리가 나쁜 사람 모두의 삶이 가치 있고 특별하다.” 이런 생각이 바이러스처럼 전파되었으면 좋겠다.
한마디만 더하자면 나이 많은 사람이 나이 적은 사람한테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안 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어린 놈이 뭘 알어” 이런 말. 내가 반말을 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맥락에서 이해해 달라.
다시 한 번 PPL : 썰타임에 질문을 남기시면 6시부터 강의석이 실시간으로 답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