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ration 최적화 컨설팅을 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Value added time analysis 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가치 있는 시간을 분석하는 것인데, 주로 생산직 작업자들의 작업 효율을 측정할 때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수 시간을 들여 작업자들을 관찰하며 그가 실제 일하고 있는 시간을 측정하여 작업자의 효율을 따지는 방식이다.
작업 시간에 게임을 한다거나, 담배를 핀다거나 하는 고질적인 문제 외에도, 도구가 추가지급 되면 일어나지 않을 ‘노는 시간’이나 작업하는 방식을 바꾸면 줄어들 ‘유휴 시간’을 모아보면 상당히 많은 효율이 올라간다. 이것은 비단 생산직 노동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아마 대다수 모임의 연설은 이렇게 시작하곤 한다.
‘많이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 문구에서 이미 우리는 ‘바쁘다’라는 것이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당연한 것이, 농경사회부터 ‘부지런함’ ‘근면’은 곡식을 더 많이 수확하게 하는 가장 큰 Factor였다. 천재지변, 기상여건 등은 어차피 컨트롤 할 수 없으니 차치하고 그 외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Factor는 바로 근면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의 이 버릇이 상당히 산업변화가 많이 일어나서 일하는 방식 역시 변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면’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어떤 사람은 새벽 늦게까지 일한 걸 자랑삼아 떠들기도 하고, 주말 출근을 하는 것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은 ‘잘 해야 하는 것’이지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당신이 수시로 ‘바쁘다’라는 말을 연발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진짜 바쁜 것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실제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며 Value added analysis를 할 때도, 일하시는 분들은 ‘우린 바빠서 그런 거 할 여유 없다’라고 늘 말하곤 했으니 말이다.
그럼 아래의 글을 읽어보며 자가 진단을 해 보도록 하자. 당신의 바쁨은 ‘가치 있게 바쁜 것’인가?
1. 효율이 낮다 – 딴짓을 자주 한다
한 시간 동안 일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한 시간 동안 집중한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스마트폰을 몇 번이나 보았나? 하던 업무 이외의 다른 창을 몇 번 틀었나? 한 시간 동안 몇 사람과 채팅을 했나? 한 시간 동안 이메일은 몇 개를 열어보았나?
개수를 다 세어 볼 필요도 없다. 그냥 나는 지금부터 단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지금 하는 일 하나에만 집중하겠어. 라고 스톱워치를 켜놓고 일을 진행해보라. 그리고 어떠한 상황이든 당신이 언제 그 일이 아닌 다른 일에 눈을 돌렸는지 시계를 보라. 20분이라도 연속해서 집중했다면 다행이다. 태반이 10분도 집중하지 못한다. 게다가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너무 많은 곳에서 자극이 온다. ‘푸시알람’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일을 하는 것이든, 공부를 하는 것이든 자동차가 주행하는 것과 똑같다. 잠깐 멈추어 서면 다시 속도를 올리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나는 멀티태스킹을 잘하니까 괜찮다.’고? 그렇게 멀티 태스킹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얼마나 높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지 경험하지 않았으니까 하는 말에 불과하다.
어떠한가? 당신은? 정말 일하는 동안 일에만 집중하는가? 아마 99% 이상은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40분 일, 20분 휴식을 권하고 싶다
40분 동안은 무슨 알람이 오든 어떤 이메일이 오든, 다 무시하고 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20분 동안 화장실도 가고, 메시지도 보내고, 이메일도 보고 웹서핑도 하면 된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당신이 하고 있는 ‘중심 일’ 말고는 다 휴식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메일 보는 것도 업무의 연장인 것은 맞지만, 이것 역시 당신의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큰 요소이므로 휴식시간에 보면 된다. 40분 동안 연락이 오지 않아서 난리 날 일이면 그 40분 안에 어떠한 식으로든 당신에게 연락이 갈 것이다. 아무 걱정하지 마라. 그렇게 중요한 일이면 진작에 미리 알렸어야 하니 발등에 불 떨어진 그 사람의 책임일 뿐이다.
2. 일하는 내내 능률이 안 오른다
보통 숙취에 절어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행동 중 하나다. 평일인데 술을 너무 많이 마시다 보니 오전 시간에는 뭘 하질 못한다. 창을 띄워 놓아도 멍-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렇게 시간을 다 보낸다. 이렇게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할 업무를 못 끝내고 조금 정신이 돌아온 오후부터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레 정시 퇴근을 놓친다. 그리고 느지막히 퇴근하며 이야기한다.
“아- 오늘도 너무 바빴네.”
바쁜 것이 맞나? 오전의 2~3시간만 제대로 활용했어도 정시 퇴근이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그 시절은 생각 안하고 늦게까지 일했다는 이유로 ‘바쁘다’라고 말하는 게 과연 가치 있게 바쁜 일일까?
술을 마실 수도 있고, 때로는 숙취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잦은 빈도로 발현된다면 과연 그 사람이 늦게 퇴근하면서 ‘바빴다’라는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결론은 절대 아니다.
3. 이미 밤까지, 주말까지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필자가 직접 겪었던 최악의 PM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집안과의 사이가 정말 안 좋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집에 들어가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그렇다 보니 가치가 없는 일을 계속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까지 나와서 일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그 사람이야 자기 가족 보기 싫어서 피하기 위해 그런다지만, 같이 일하는 팀원들은 무슨 죄가 있나? 그런데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나랑 일하는거 힘들지? 내가 원래 좀 빡센 사람이라 그래.”
이건 빡센게 아니라 멍청한 거다. 응당 늦은 밤까지, 주말까지 일할 것이라고 스케줄이 정해져 있으니 팀원들도 낮시간에 정말 설렁설렁 일한다. 툭하면 매점가고, 툭하면 커피숍에 가는 횟수가 많아진다. 왜? 어차피 낮에 죽어라 열심히 해도 우리는 집에 못 갈 테니까. 또 새벽 2~3시까지 일하고 또 주말에 나올 테니까.
이것 역시 ‘헛 바쁨’이다. 가치 없는 바쁨이다.
그와 정반대로 결혼을 갓 해서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 PM과 일을 했을 때는 그 전 PM보다 5~6시간 빨리 퇴근했는데도 불구 훨씬 더 퀄리티 높고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일은 얼마나 엉덩이를 붙이고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집중해서 행하느냐의 문제이다. 그 일이 복잡다단하게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일수록 더 그렇다.
지금까지 글을 읽어본 여러분은 어떤가? 여러분이 혹시 지금껏 ‘너무 바쁘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면, 이 글을 읽은 뒤에도 그 말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가?
사회와 시대가 변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시대 이제는 정보 기술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고, 얼마나 열심히 보다는 얼마나 잘 하느냐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좋은 근무 여건과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을 보장한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것만 보고 ‘신의 직장’이라고 하는데, 왜 그 신의 직장에 이직률이 그렇게 높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여전히 사람들은 Input driven (투입되는 것이 중점인) 사고방식이고, 대다수 글로벌 회사는 이미 Output driven (성과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여전히 바쁜가?
아니, 당신은 여전히 바쁜 것이 자랑스러운가?
미련하게 바쁜 사람보다, 할 일을 명확하게 끊어낼 줄 아는 스마트한 사람이 되자.
원문: 김재성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