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페라리를 샀다면? 피나는 노력 끝에 국민 MC 자리에 올랐고 이미 천문학적인 수입을 벌어들이는 사람이 본인의 경제 능력 범위 안에서 비싼 차를 살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아마 바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유재석과 페라리가 올라오고 온갖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그 뒤를 수많은 악플이 따라올 것이다.
그 차가 본인의 성공에 대한 스스로의 보상일 수도 있고, 평생 소망했던 꿈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이런 반응보다는 “실망이다” “그렇게 안 봤는데” 등 가벼운 아쉬움을 표하는 걸 시작으로 수많은 악플이 달릴지도 모른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부모님의 안부까지 묻는 패륜적 악플이 쏟아질 거라 예상한다.
전 재산 1,000만 원을 가진 사람이 1,000만 원을 쓰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1,000억 원을 가진 사람이 100분의 1인 10억 원을 쓰는 꼴을 보면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부자를 경멸하고 단지 돈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남이 잘되는 꼴은 못 보고 잘되면 무조건적인 비난을 너무나도 쉽게 쏟아내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느 업계처럼 스타트업 업계에도 남을 씹기 좋아하는 사람, 실패하면 마치 본인의 예상이 적중한 양 자랑하는 사람, 조금이라도 자기보다 잘 되면 배가 아파서 비아냥거리는 사람, 참으로 이런 사람을 생각보다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남이야 잘되든 말든 신경 끄고 본업에 매진하고 사용자 고민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사람들로 인해 형성되는 분위기나 문화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도전을 이어가는 스타트업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1.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정말 슬픈 속담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함께 기뻐해 주고 축하해 줘야 하는데 왜 배 아파해야 하는지… 사석에서 스타트업 사람들을 만나면 오가는 대화 중 항상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다. 바로 “다른 스타트업 이야기”다. 어떻게 투자 받았을까? 어떤 가치를 주기에 성장했을까? 이런 건설적인 대화보다, 정확히 말하면 비아냥에 가까운 주제가 많다. 본인 스타트업 걱정이나 했으면 좋겠는데 다른 스타트업이 잘되는 꼴이 배가 아픈 거다.
○대표가 외제 차를 타고 다닌다더라, ○○스타트업이 비싼 건물로 사무실을 옮겼다더라, ○대표가 잘 나가더니 만날 수가 없다더라 등… 참 한가하고 남 이야기에 관심 많은 스타트업이 다수다. 정상적이 대표라면 끌 만한 능력이 되니 외제 차를 산 거고, 정상적인 회사라면 채용 등의 문제나 어떤 이유가 있으니 사무실을 옮겼을지 모른다. 그리고 회사가 성장하고 대표는 비례해서 바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잘돼서 배가 아픈 바로 그 스타트업은 이제 더 이상 몇 년 전 콘퍼런스나 행사에서 함께 고생하며 개밥을 먹던 초기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이 아니다.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배 아파서 비아냥거리는 그 스타트업은 이미 직원의 규모가 수배 크게는 수십 배 늘었을 테고 월 매출 수천, 수억을 넘어 수십억대로 성장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1~2억의 시드 투자가 아니라 수백억의 대규모 투자유치에 대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4년 전 마이쿤이 창업한 5월, 한 웹툰 서비스가 함께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은 웹툰을 돈 주고 본다는 서비스에 부정적이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웹툰 서비스는 수천억의 기업가치를 가진 서비스로 성장했고 우리는 이제 다시 막 새로운 서비스를 성장시키고 있는 초기 단계이다. 같은 시기에 시작했다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레벨의 회사일 거로 절대 착각하지 않는다. 빠른 성장과 더불어 객관적인 비즈니스의 성과를 냈고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해당 성공 사례나 경험을 우리도 적용하고 배우기 위한 건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내 이야기를 한 사례로 들자면 얼마 전부터 회사가 안정화되면서 나 또한 급여를 받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창업 전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적은 급여이지만 그래도 힘들었던 시기에 비해서 삶의 질이 나아졌고 지금의 상황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큰마음 먹고 6년 된 국산 중고차를 하나 구입했고, 부모님께 신세를 그만 지기 위해 60만 원짜리 원룸 월세방을 얻어 독립했다. 뭐 이리 남의 사생활이 관심이 많은지 이런 것까지도 구설에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내가 직장 생활을 계속했다면 지금의 모습보다 분명 더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도 말이다.
주변에서 잘된 스타트업이 있다면 응원을 해주고 우리와 다른 점이 과연 무엇이길래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냉정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다른 스타트업 걱정하고 비아냥거릴 시간에 본인 스타트업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더욱 가지면 안 되는 걸까? 반대로 나도 언젠가는 좋은 차를 사겠다는 목표, 좋은 환경의 사무실로 이전을 하겠다는 목표, 다른 대표처럼 바빠질 수 있도록 회사의 성장에만 관심을 가지는 쪽이 다른 스타트업 이야기를 하면서 보내는 무의미한 시간보다 생산적일 거로 생각한다.
2. 성공하면 조용히 뒤로 물러나는 CEO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쿠팡 등 이미 수조 단위가 넘어가는 성공한 스타트업의 사례들은 이제 주변에서 꽤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회사의 창업자이자 CEO들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은둔 경영을 이어간다. 미래가 불확실한 시장에서 의미 있는 비즈니스 성과를 내기 위해 그 창업자들이 보내온 인내의 과정과 시장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라면 후배 창업자들에서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CEO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대표가 아닌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냥 무조건 까고 보는 문화가 그 원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세습경영을 하는 재벌들과는 다른 구조이며 태생이 틀린 CEO라도 예외는 없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얼마 전 자사 CF에 출연했다가 얼마나 많은 악플이 달렸는지 조금만 검색해보면 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3. 네가 뭘하든 난 깔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는 뭐 그냥 웃어넘기지만 지난 7월 브런치에 마지막 포스팅을 한 이후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악플은 무시하는 게 최선이라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상처를 받았고 그 기억은 꽤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루아침에 급여를 주지 않는 악덕 대표가 되어 있었고, 생각 없이 비즈니스를 하는 창업자가 되어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글을 읽고 전후 사정을 파악하지도 않고 그냥 훑어 넘긴 다음 눈에 들어오는 자극적인 비난 댓글에 동조하며 한술 더 떠서 무작정 까고 보는 문화, 익명이라는 점을 악용해서 온라인상에서 그냥 뭐든 꼬투리를 잡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쏟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참으로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
4. ‘우리 회사도 안티 기사가 나왔으면…’
회사가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갔다는 증거는 씁쓸하게도 언론에서 안티 기사들이 나오면 된다. 어느 정도 성장했고 인지도도 있으니 가십거리로 만들기 쉽고 뭐라도 꼬투리가 잡을 거 없나 예의 주시하며 하나만 걸려라 입을 벌린 형국이다.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뉴스 기사를 가장한 치졸한 글들을 배설물처럼 쏟아 낸다.
배달의민족 수수료를 까고, 쿠팡은 적자가 심각하다고 깐다. 얼마 전 개인 사재 100억을 기부하기로 공표한 대인배 배민 대표님을 보면서 찔려할 기자들이 있을 것 같다. 초기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감행하면서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상황이나 아마존의 사례를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쿠팡이 왜 지금의 모습으로 비즈니스를 이어가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이 실패하고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의미 있는 도전과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을 무조건적으로 깎아내리는 미디어 역시 스타트업 업계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의 과정 중에 수많은 실패가 있을 테지만 세상을 바꾸는 서비스와 회사들은 이런 실패 속에서 등장하는 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5. 옆을 둘러보고 그 사람들과 친해져라
500 스타트업 미국 배치에서 첫날 전체 회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날이었다. 그때 멘토로부터 들은 첫마디는 바로 이랬다.
“옆을 둘러봐. 그리고 그 사람들과 무조건 친해져.”
이유인즉슨 여기서 유니콘(1조 가치 이상의 기업)이 나올 것이고, 그때는 네가 정말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너희는 그런 능력과 가능성을 가진 스타트업이라고 긍정적인 기운을 심어 주었다. 유니콘이 되었을 때는 너무 바쁘기 때문에 친해질 수 없지만 지금 힘든 시기에 서로를 돕고 많은 유대감을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는 말을 이어 갔다. 실제로 몇 년이 지난 지금 M&A 사례도 나왔고 상상 이상의 기업가치로 성장한 회사도 나왔다.
안 된다는 부정적인 피드백보다는 ‘너는 할 수 있어’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주기 위해 500 스타트업의 멘토들은 최선을 다했다. 투자자 피치를 하고 갔을 때 입구 앞에서 하늘을 보면서 ‘나는 할 수 있어’라며 만세 한 뒤 미팅에 들어가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긍정적인 기운 속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그런 기운이 지금도 남아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주변 상황은 매우 다르다. 부정적인 사람과 부정적 피드백을 주는 전문가를 만나기 일쑤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해주는 사람보다는 비난하는 사람과 함께 실패라도 하면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분위기가 당연하게 조성되어 있다.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며 바뀌더라도 정말 긴 시간과 호흡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된다.
수년간 수백 개의 스타트업들을 직간접적으로 보면서 느낀 점은 다행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통계를 보인다. 부정적인 성향의 스타트업은 1~2년 안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트업은 큰 성장을 했거나 비록 실패했더라도 의미 있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악플을 달았던 스타트업이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꿈의 직장으로 변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스타트업과 관련된 투자사나 언론 역시 마찬가지로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 투자 미팅 때 인격적인 모욕이나 비난을 쏟아낸 투자사로 스타트업이 몇 년 후 성공을 해 LP로 다시 만난다거나 광고 좀 따내 보려고 안티 기사를 냈다가 큰 광고주로 다시 만날 수도 있는 일이다. 업계는 정말로 좁고 소문은 돌고 돌아 출처와 화자는 밝혀지게 마련이라 언젠가는 뱉은 말이나 써 내린 글에 책임질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6. 긍정의 힘
부정적인 생각을 말과 글로 쏟아내는 대다수 사람보다 힘들지만 이겨내고 긍정적인 생각과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결국은 항상 좋은 결과와 성공을 하는 기존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헬조선이 아니라 창업하기 좋은 천국 같은 나라라고 생각의 틀을 바꾸려 노력 중이다. 미국하고만 비교하지 않고 우리나라보다 더 열악한 스타트업 환경을 가진 나라들을 생각하면 우린 참으로 좋은 환경에서 스타트업을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역시 그랬고 많은 스타트업이 주변의 반대를 뒤로하고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보통의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스타트업이 무조건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하는 업계인가 고민할 정도로 상처받을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매일같이 쏟아지는 부정적 의견에 굴하지 않고, 오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민하고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만 집중하려 노력 중이다. 언젠가 부정적인 사람들도 변할 만큼 큰 의미를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이 되길 희망한다.
원문: 최혁재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