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자님, 제가 논설위원이 된지도 벌써 11년이 됐네요. 태어나서 이렇게 뻘글을 오래 써보기는 처음이에요. 저는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순덕이랍니다. 요즘 전경련 등에서 “김순덕 기자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일베에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던데 행복을 느꼈어요. 최기자님도 기자생활 오래 하시더니 저처럼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되셨군요.
최기자님, 그런데 오늘 최기자님이 올린 [오늘과 내일/최영해]채동욱 아버지 前 上書라는 칼럼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었어요. 김기자님은 ‘※이 칼럼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엄마의 말을 듣고 자라온 아이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입니다’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지면에 소설 쓰는 건 제 전공 아닌가요? 경쟁사도 아닌, 같은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나와바리를 넘봐도 되나요?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된 후 저는 사실 조금 피곤했어요. 글 하나 나갈 때마다 트위터 애들한테 조리돌림을 당했어요. 그래서 저는 [김순덕 칼럼]무너지는 그리스에 펄럭이는 赤旗라는 글을 통해 ‘천치 대학생’들은 지금의 ‘반값 등록금’이 미래 자신들의 연금을 당겨쓰는 건 줄도 모르고 트위터나 날리면서 청춘을 보내고 있다, 고 받아쳤죠.
또 [횡설수설/김순덕]남자들의 깻잎머리라는 글도 빨갱이 놈들에게 조리돌림 당했어요. 깻잎머리가 가지는 문화적 상징성과 정치인들을 엮은 명문이었죠. 게다가 좌빨들이 좋아하는 안철수와 문재인을 칭찬하기까지 했어요. 그런데도 이들은 그저 짖어대죠. 칼럼 이름부터 횡설수설인데. [김순덕 칼럼]‘종북연대’ 위하여 허벅지살 베어낸 그들도 비판 받았어요. 촛불좀비들에게 당할지도 모르는 삶이 불안했지만 애국보수가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꾹 참았답니다.
최기자님이 저 이상의 뻘글을 썼다고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알려줬어요. 그 친구는 최기자님이 저보다 더 뻘소리를 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채널A에서도 5.18은 반란이라는 둥 뻘소리를 하던데, 그 일 때문에 동아일보의 자존심을 세우려 그러는 건가요? 매일 밤늦게까지 소설 쓰려고 노력하는 저에게 큰 상은 못 줄 망정 밥그릇 침범하세요?
변희재 선생님은 저에게 “당장은 뻘소리하면서 욕먹지만 언젠가 조갑제와 함께 살 날이 올 것”이라고 늘 얘기하곤 했죠. 그래서 동아일보에서 자리를 다져갔어요. 최기자님, 그런데 저는 정말 같은 신문 기자끼리 밥그릇 침범하는 건 싫거든요? 제가 그렇게 부끄러우세요?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 있을 땐 아는 척 안 할 테니, 제발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2013년 9월 17일, 광화문에서 최기자님을 사랑하는 김순덕 올림
※이 칼럼은 김순덕 논설위원의 생각과 입장과 관계 없이 쓴 창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