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계청에서 1963년부터 분기마다 발표하던 ‘가계동향조사’가 연간으로 전환된 데 이어.. 곧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글(즉각 효과가 나타나는 정책만 시행해서 세계 top이 될 수 있나?)을 한편 올렸더니,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습니다(글이 너무 길어서 조금 요약했습니다).
(전략) 저도 안타깝습니다. 해당 통계를 6여 년간 담당했고 가계금융복지조사 개발과 가계동향조사 방법 변경을 연구 및 기획했던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먼저, 잘 아시겠지만 기존 가계동향조사는 가구당 3년씩만 조사하고 다른 가구로 바뀝니다. 즉, 1년에 1/3씩 표본이 바뀝니다. 예로 드신 다른 나라 통계와 같은 순수한 의미의 종단조사는 여러 연구기관 등에서 하고 있습니다.
가계동향조사는 원래 소비자물가조사 품목선정 및 가중치 산정을 위한 가계지출구조 파악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조사에 포함된 소득자료를 이용하여 소득분배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통계를 분기 단위로 작성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문은 계속 제기되어 왔고, 또 소득자료는 장기간 가계부를 가구에서 직접 작성하는 통계라 특정계층의 응답률이 저조하여 실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중략)
그래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개발하면서 가계동향조사는 가계지출구조 통계작성 목적의 가계지출조사로 변경하여 1년 단위로 발표하도록 개편하였습니다.
가계지출조사는 소위 통계선진국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도입하였습니다. 조사항목별로 기억 가능 기간이 다르고 회당 지출 금액 및 빈도에 따라 표본오차가 다른 점을 감안하여, 항목별 조사대상 기간과 조사방법을 달리하는 방법입니다.
예컨대, 소득, 자동차 등은 과거 1년 치에 대하여 방문 설문 조사하고, 세세한 식료품들은 1개월 동안 가계부를 쓰도록 하는 방법을 이용합니다. 매달 1천 가구씩 표본을 바꿔 조사합니다. 그래서 소득과 같은 항목은 연도가 중첩되는 한계는 있지만 연간 1만 2천 가구(1천 가구*12개월)를 조사한 결과가 나옵니다. 한편, 그에 따라 표본추출, 통계추정(횡단, 종단 가중치 산출 등 포함) 등이 많이 복잡합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응답한 가구 기준 2만 가구 표본 규모의 연간조사이고 3년 주기 연동 변경하는데 종단분석용 가중치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사대상 항목은 소득, 자산부채 등의 세부 내용과 지출(대분류) 등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상위계층에 대한 대표도 확보를 위해 오버샘플링하고 무응답 가중치 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 통계는 OECD에서 권고한 가계소득과 자산의 joint distribution 통계산출도 가능하고 가계재무건전성의 미시분석도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이 길어서 위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가계동향조사를 분기마다 할 필요가 있는지 문제가 제기되었다.
- 가계동향조사는 특정 계층의 응답률 저조 문제를 안고 있었다.
- 최근 시행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이 대목에서 조금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제가 가계동향조사에 관심을 가진 첫 번째 계기는 ‘가계 흑자’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모 유명인사가 “한국은 저축이 너무 적어 문제”라고 주장하기에, 정말 그런가 궁금해서 따져봤죠.
그랬더니, 아래와 같이 아주 흥미로운 통계가 존재하더군요. 가계의 순저축률이나 가계의 흑자율 모두 2010년을 전후해서 가파른 상승세가 출현했죠. 문제는 그 숫자의 격차였습니다. 가계동향조사에서 구한 ‘가계흑자율(녹색선)’은 30%에 육박하는 반면.. 한국은행의 ‘국민계정’에서 구한 가계 순저축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했고.. 더 나아가 2016년에는 상승탄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이게 너무 궁금해서 한국은행에 계신 분들에게 문의도 해보고 저도 찾아 봤지만..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국민 계정에는 ‘감가상각’이 포함되기에 격차가 생긴다는 것은 알았지만..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 방법이 없었고, 또 먹고사는 문제라며 대충 덮었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불평등’ 이슈에서 벌어졌습니다. 제가 여러 차례 글을 올린 바와 같이.. 한국의 불평등이 최근 급격히 심화되었는지, 아니면 완화되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었습니다. 그런데 통계청에서 발표한 두 통계(가계금융복지조사와 가계동향조사)의 방향성이 완전히 엇갈린 것이죠.
아래의 그림에 잘 나타난 것처럼, 가계동향 조사 기준으로 보면 최상위소득 계층 대비 최하위소득 계층의 소득 비율은 2016년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반면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으로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불평등이 2016년 심화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가계동향조사’ 통계를 강조할 것이며, 반대로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를 거론할 것입니다. 더 문제는 숫자 자체의 레벨이 다른 것이죠. 물론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연 경상소득’ 기준, 그리고 가계동향조사는 ‘월 평균소득’ 기준이라고 해도 차이가 너무 크게 납니다.
사태가 이 정도쯤 되니, 저를 비롯한 일부 통계 관련 전문가들은 ‘가계 동향조사’의 폐지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일의 위의 ‘댓글’에서 잘 지적했던 것처럼.. 가계동향조사의 방법에 문제가 있고, 더 나아가 가계금융복지조사가 매년 시행된다면 가계동향조사가 유지될 이유가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가계동향조사가 폐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왜냐하면, 1963년부터 만들어지며 여러 차례 개편에서도 살아남은 이 통계가 꽤 중요한 시사점을 많이 제공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분기 통계의 중요성이겠죠?
소득 계층별로 시시각각 소비행태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래의 그림에 나타나듯.. 최근 소비지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가운데 가계 흑자율의 절대적인 레벨이 올라간 것 등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계동향조사가 조금 이상하고 또 어떤 면은 나쁜 통계일수도 있다 봅니다. 그러나 발표 기간을 연간으로 바꿔, 가계금융복지조사와의 ‘차별성’을 없애고 결국 그 ‘존재 이유’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게 그게 정말 좋은 일일지? 더 나아가 저처럼 ‘가계동향조사’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또 관리해오고 공부해왔던 사람들은 이제 영영 업데이트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옳은 방향이냐에 대해서 한번 고민해보자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원문: 홍춘욱의 시장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