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The Wall Street Journal의 ‘Can Fund Manager Bill Miller Use Earthquakes to Predict the Market?’을 번역한 글입니다.
빌 밀러(Bill Miller)는 틀리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 지루하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다.
레그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 밸류 트러스트(Legg Mason Capital Management Value Trust) 뮤추얼 펀드의 전 펀드 매니저였던 밀러는 2008년 55% 손실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15년 연속 S&P 500 주가지수를 이겼다.
현재 그가 운용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뮤추얼 펀드 밀러 오퍼튜니티 트러스트(Miller Opportunity Trust)는 2016년 저조한 성과를 보이긴 했지만 지난 5년 동안 99%의 유사한 펀드들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또한, 밀러가 운용하는 한 헤지 펀드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에 베팅하고 있다.
밀러는 야구 물리학에서부터 개미 식민지의 사회 역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 업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상가 중 하나로 기억된다. 그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지구 과학이 투자를 수월하게 해줄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밀러는 지구 물리학의 통찰을 이용해 주가가 언제 진정될 것인지, 언제 크게 변동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 시장 노출을 줄여야 할지 측정하고 싶어 한다. 결국, 그는 시장 충격이 발생하기 전에 알아낼 수 있는 금융 지진계를 개발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증권 거래 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밀러는 지금까지 자신이 운용 중인 가족 펀드 세이스믹 밸류 파트너스 1(Seismic Value Partners 1)를 통해 이 아이디어를 시험 중에 있다. 단 외부 투자자들을 위해 운용하고 있는 볼티모어에 있는 밀러 밸류 파트너스(Miller Value Partners LLC)의 계정으로는 이 기법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그는 “이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시장이 상승할 때와 하락할 때 모두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양적 모델을 가지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시스템은 시장 가격과 기타 척도를 통해, 언제가 매수 또는 매도에 좋은 조건인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매수 또는 매도에 참여해야 하는지 예측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유가 증권을 포괄하는 상장 지수 펀드를 거래한다.
세이스믹 모델을 감독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밀러의 아들인 빌 밀러 4세는 2년 전 펀드를 출시한 이래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정확히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연초 미국 주식 시장이 6주 동안 거의 10% 하락했던 시기에도 했을 때도 “괜찮은”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 예측 접근법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지구 물리학자 존 런들(John Rundle)은 지진과 시장 붕괴는 “너무 똑같아서 동일한 수학적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두 종류의 충격은 먼저 떨림이 선행되며, 모두 여진이 뒤따른다. 지진은 결국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면, 여기서 크거나 작은 모든 변동이 서로 간섭되고 동기화된다. 시장 붕괴의 경우, 거의 모든 자산이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금융 시장은 지구의 지각 판과 비슷한데, 물리학자들이 “준안정 상태(metastable state)”라고 부르는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잠재된 에너지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후 이 에너지는 갑자기 그리고 격렬하게 방출된다. 투자자들은 붕괴가 일어나기 전에 시장에서 빠져나오고, 상승이 시작되기 전에 되돌아갈 시점을 결정할 수 있는 믿을 만한 기법을 오래전부터 찾고 싶어 했다.
유감스럽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런 투자의 성배는 귀중한 만큼이나 애매하기도 하다. 코네티컷의 그리니치에 소재한 AQR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클리프 애즈니스, 앤티 일마넨 및 토머스 말로니는 지난 60년 동안 시장 진입/청산 시점을 찾아내려 애썼던 역발상 투자자들이 좋은 시절이나 나쁜 시절이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보다 실질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세금 및 거래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도 그러했다.
물리학과 금융 시장 사이의 연결점을 찾으려는 시도 또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00년 프랑스 수학자 루이 바슐리에는 주가의 궤적을 액체 또는 기체 상태의 입자가 무작위로 확산되는 브라운 운동에 비유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금융 경제학자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즈는 열역학의 방정식을 빌려 주식 옵션을 평가하는 영향력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더욱이 지진을 예측하는 과학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2015년 이탈리아의 항소 법원은 라퀼라 지역을 황폐화시켰던 지진을 초기에 예견하지 못해 3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발생시킨 혐의로 6명의 이탈리아 과학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모든 물리학자들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아주 유명한 사례도 있다.
1720년 4월 20일, 당시 가장 인기 주식 중 하나였던 사우스 시의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은 일찍이 거품을 닮아 있었다. 이를 알아챈 아이작 뉴턴은 시장에서 빠져나왔다. 역사가 존 카스 웰에 따르면, 이 위대한 물리학자는 사우스 시 주식을 청산해 7,000파운드의 이익을 얻었고, 자금을 두 배로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달 후 뉴턴은 훨씬 더 높은 주가에 다시 사우스 시 주식을 샀다. 결국 그는 2만 파운드, 오늘날 가치로 360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 말았다.
내가 아는 한, 뉴턴이 시장을 빠져나오는데 (그리고 다시 시장에 들어가는데) 수학 공식을 사용했는지, 아니면 어떤 형이상학적 힘에 이끌렸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지진을 예측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인간 행동, 특히 수천만 명의 사람들의 행동을 한 번에 예측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뉴턴이 말한 것처럼,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