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대체 그게 뭔데?
너도나도 인문학을 외치는 시절이 가고 새로운 유행어가 등장했다. 이제 어디서든 4차 산업 혁명을 이야기한다. 청와대에서도 ‘4차산업혁명위원회’라는 것이 출범했다는 것을 보아하니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키워드인 것은 잘 알겠다. 그런데 4차산업혁명의 개념을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다. 뭔지를 알아야 제대로 대비할 것이 아닌가!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공장 노동자가 등장했다. 2차 산업혁명에서는 철도와 전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대량 생산이 시작되었다. 3차 산업혁명에서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의 공유가 발달하였다.
각 산업혁명의 형태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된 속성이 있다. 각 혁명마다 소외되는 존재가 출현한다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은 농민, 2차 산업혁명은 공장노동자, 3차 산업혁명은 지식노동자들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누구의 밥그릇을 뺏을 것인가? 오래 고민할 필요 없다. 이번 혁명은 인류 모두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
“아마존 매장에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천조국 온라인 상거래 최강자 아마존이 시애틀에서 식료품 매장을 시작했다. 이름은 <아마존GO>. 외관만 살펴보면 50평 정도의 평범한 식료품 매장이다. 카운터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계산을 하느냐고? 그냥 지나가면 된다. 매장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모바일에 등록된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사람이 없지만 결제는 한 치의 실수 없이 진행된다. 쇼핑하는 동안 매장 내 카메라가 고객의 동선을 추적하면서 물품 리스트를 확인한다. 동시에 진열대에서 물건을 집는 순간 물건의 종류를 인식한다. 심지어 아마존 계정 정보를 통해 과거 구매내역을 조회하기도 한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오차 없는 계산을 빠르게 제공받을 수 있다.
시애틀 사람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아마존은 이러한 ‘미래형 매장’을 2000개 이상 오픈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만큼, 미국 서비스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국가적 과제, 4차산업혁명
평범한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4차산업혁명의 물결을 거스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미 많은 국가들은 4차산업혁명을 주된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기존의 ‘제조국가’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4차산업혁명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차이나 브레인 프로젝트’가 있다. 2018년까지 인공지능 세계표준을 확보하여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스마트 자동차,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로봇 등의 분야를 18조 원 규모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본은 4차산업혁명으로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현재 150억엔 이상의 예산이 준비되어 있으며,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노령화 문제에 대비하고자 일본 와세다 대학의 연구팀이 간병로봇 ‘트웬디원’이 출시되었으며, 노동인구 감소로 인한 대중교통 운전인력 부족은 ‘SB DRIVE’와 같은 자율주행으로 해결하고 있다. 일본은 앞으로도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독일은 ‘아우스빌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IT 및 ICT 관련 기술을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스킬스퓨처’도 주목할 만하다. 25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학 및 정부인가 기관에서 제공하는 직무역량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과정을 통해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4차산업혁명의 물결에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행보는 매우 더딘 편이다. 4차산업혁명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드론’의 경우 항공법으로 인해 운영이 힘든 상태이다. 원격진료와 같은 경우에도 예전 시대에 기준하고 있는 개인정보법으로 인해 막혀있다. 더군다나 획일화된 교육 방식으로 인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인재의 발굴도 필요한 부분이다.
대한민국, P-TECH로 희망 찾기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기는 이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4차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고자 P-TECH 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 조금 낯선 단어인 P-TECH는 Pathways in Technical Education oriented Convergent Hi-Technology : 기술융합형 고숙련 일학습병행제의 줄임말이다.
관련 정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기존의 ‘일학습병행제도’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P-TECH는 기존의 ‘일학습병행제도’에서 좀 더 추가된 과정이다. 고교 단계부터 최신 기술을 습득해 기업의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경력 개발 코스인 ‘고숙련 과정’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효성 없이 단순 전시로 끝나는 정책과 다르게 P-TECH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매우 명확하게 진행된다는 점에 있다. 가령, 인천폴리텍 금형디자인학과의 경우에는 고교단계에서 금형가공기술을 배운 학생들이 융합형 기술인 ‘금형설계’ 과정과 하이테크 기술인 ‘3D 프린팅’, ‘고속가공’ 등의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현재 P-TECH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수료자를 대상으로 폴리텍대학 등과 연계해 융합/최신기술 중심의 기술훈련을 1년 6개월간 진행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물결 안에서는 더 이상 하나의 전공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 과정에서부터 다양한 일자리를 대비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부터 6개 폴리텍에서 첫 발걸음 딛은 P-TECH는 2018년 개설대학을 전문대까지 확대하며, 다가오는 2019년까지 50개 학교-2000명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고교 단계부터 일학습병행제를 시작한 도제학교 졸업생이 기업의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며, 새로운 산업 현장의 변화에 맞게 교육 훈련의 품질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알파고와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지금의 상식과는 다른 창의적이고 새로운 물결이 우리를 덮칠 것이 분명하다. 이때 새로운 직업교육 훈련 시스템의 기준을 제시하는 P-TECH는 현장 중심적인 기술훈련을 통해 급격한 노동환경변화가 예상되는 4차산업혁명 앞에서도 주체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부산과 서울을 2시간 만에 주파하는 21세기에는 아무도 과거의 마부꾼을 추억하지 않는다. 낯선 개념에 그저 겁먹으면서 도태되지 말자. 네안데르탈에서 현재의 인류로 진화하였듯, 어쩌면 변화란 우리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거대한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면 다가오는 위기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P-TECH가 그 시작점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