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해서 보내, 시간 없는데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거야?”
상사가 지시받은 업무에 대해 나에게 한 말이다. 처음엔 어떤 일이든 꼼꼼하고, 정확하게 일 처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마음가짐은 과거형이 되었다.
시간은 없고, 자꾸 재촉한다. 요구한 자료를 빨리 받고, 취합하는 부서는 검토하기를 원한다. 요구한 자료 외에도 할 일들이 많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에 늘어난 자료는 집중력을 흐리게 한다.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데이터는 없지만,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대충 상식선에서 다른데 어떻게 하는지 보고 올려.” 다른 동료의 조언(?)이다.
눈치껏 욕먹지 않게 자료를 올린다. 당월 실적도 욕먹지 않도록 처음에 100% 이상을 할 수 있다고 보고한다. 100%가 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다양한 자료를 요구한다. 왜 안 되는지?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자료의 양이 늘어나기에, 우선은 욕먹지 않을 자료를 제출한다.
해야 할 일은 야근을 하고, 계속 일을 해도 제출 시간까지 촉박하다. 신제품 출시에 대한 반응, 기존 제품의 매출 저조 이유에 대한 분석 등 심도 있게 파고들어야 할 자료마저도 제출 시간은 3일 이내다. 이제부터 지시받은 업무는 중요도를 떠나 시간과의 싸움이 된다. 그리고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시간과 돈이 필요한 자료에 없는 것이 시간과 돈이다.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만든 데이터, 그 데이터를 보고 경영진은 판단을 한다. 사실이라고 믿고 결정하기 시작한다. 잘못된 데이터로 내린 경영진의 판단보다 더 무서운 것은 대충대충, 그냥 하는 게 습관이 된다는 사실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좋지 않고, 나에게도 나쁜 습관이 된다. 개인 생활에서도 어려운 일, 시간이 드는 일도 설렁설렁 하게 된다.
Input = Output이다. 들어간 질과 양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슈퍼스타 직장인은 많지 않다. 직장은 슈퍼스타보다는 평범한 직장인이 미래를 만들어간다.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빨리빨리, 대충 대충이 습관이 되게 만들지 마라.
삶의 태도가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도 처음부터 대충대충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이 사실을 회사는 인지하고 일을 주어야 한다. 과도한 업무를 주고, 정확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은 직장인의 삶을 죽이는 길이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한국 직장인들의 생산성이 낮다고 한다. 현실 속 한국의 직장인들은 매일 이어지는 야근과 과도한 업무를 하고 있다.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주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회사의 모습이다.
오늘도 나는 중요한 일이라고 회사에서 말하는 일을 중요하지 않게 일하고 있다. 이것이 나의 습관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려고 한다. 이 글을 보는 다른 직장인들도 지시 받은 많은 업무를 어떤 태도로 처리했는지, 그것이 개인적인 삶의 태도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원문: 퓨처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