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lue Walk에 『Success and Luck: Good Fortune and the Myth of Meritocracy』의 저자이자 코넬 대학교 교수인 뉴욕 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 로버트 H. 프랭크(Robert H. Frank)가 기고한 「Why Luck Is The Silent Partner Of Success」를 번역한 글입니다.
수필가 E.B. 화이트가 쓴 것처럼 “운이란 말은 자수성가한 사람들 앞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이다.” 물론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행운이 따랐음을 인정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화이트의 말은 분명 옳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성공을 이뤘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복권 당첨자들 또한 때로는 운의 역할을 무시하곤 한다. 2012년 작 『내가 다시 서른 살이 된다면(The Success Equation)』에서 마이클 모부신은 연속된 꿈을 믿고 마지막 두 자리 숫자가 48인 복권을 사면 스페인 국립 복권에 당첨될 거라고 믿었던 한 남자 얘기를 들려준다. 그는 여러 곳을 돌아다닌 끝에 그 번호가 있는 복권을 샀고, 실제로 당첨되는 결과를 얻었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왜 그 특정 번호를 찾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7일 연속 7이 나오는 꿈을 꿈꿨어요. 그리고 7 곱하기 7은 48이잖아요.”
사건의 예측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은 복권 당첨자들에게 훨씬 많이 나타난다. 사회학자 폴 라자스펠드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려운 군 생활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조사한 연구를 조사 대상자에게 보여주고 그들이 내보이는 반응을 통해 “사후 과잉 확신 편향(hindsight bias)”으로 알려진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었다.
그가 대상자들에게 보여준 연구의 주된 결과는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 도시에서 자란 이들보다 군 생활에 훨씬 잘 적응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라자스펠드가 예상했던 대로 반응했다. 그들은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그런 명백한 사실을 확인하려고 값비싼 연구를 했어요?”라고 의아해 했다.
여기에는 반전이 있었다. 연구 결과에 대한 라자스펠드의 설명이 조작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실제로 도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군 생활에 더 잘 적응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물론 라자스펠드가 연구 결과를 사실 그대로 말해주었더라도 조사 대상자들은 그 사실을 설명하려고 말이 되는 서사 구조를 쉽게 만들어 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이 성공에 이른 과정을 떠올릴 때 자기는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한 서사 구조를 만들려고 하면서 기억 은행 안에서 성공한 결과에 맞는 내용을 골라내곤 한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전부 실제 아주 재능이 있고 근면했던 이들이기에 지나온 오랜 시간들, 해결해 온 많은 어려운 문제 및 쓰러뜨린 많은 무서운 상대 중에서 여러 사례를 즉시 찾아낸다.
하지만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Tom Gilovich)가 보여주었듯 성공한 이들이 성공에 이른 과정에서 도움 주었을 여러 외적 요인을 기억할 가능성은 훨씬 더 적다. 한때 방황하던 자신을 바로잡아준 선생님이나 약간 더 능력이 나았던 동료가 병든 부모를 돌보기 위해 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얻어낸 조기 승진 같은 일들 말이다.
길로비치는 이것을 순풍과 역풍에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것과 비슷하게 비대칭적이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강한 역풍을 맞으며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 자신이 맞닥뜨리고 있는 바람의 힘을 잘 느낀다. 그리고 코스가 바뀌어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줄 때는 순간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 편안함은 거의 즉시 사라져서 뒤에서 불어주는 바람의 도움을 완전히 잊는다.
길로비치가 심리학자 샤이 다비다이와 함께한 연구는 기억에도 비슷한 비대칭적인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앞길에 도움이 된 힘보다 방해한 힘을 훨씬 더 잘 기억한다. 성공이 재능 있고 근면하며, 운이 좋아서라기보다 순전히 자기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공적 투자를 옹호할 가능성을 훨씬 떨어진다는 유감스러운 결과를 낳는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며 실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행운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자녀들의 행운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려면 미래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늦게 되면 투자 말이다. 우리들 가운데 현재 주춤하고 있는 이들이라도 과거에는 꾸준히 운 좋게 성장해왔고, 가장 불행한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좋은 소식은 우리가 쉽게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에 이른 과정에서 우연히 일어난 일들이 성공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다음 세대를 위해 점점 더 많이 나눈다.
하지만 단순히 성공한 사람들에게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그런 반응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오히려 정확히 정반대의 효과를 불러일으켜 그들을 화나게 하고 방어적으로 만들 것이다. 이는 마치 그들에게 성공할 자격이 없으며,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012년 엘리자베스 워런의 강연 “당신이 그걸 만든 게 아니다(you didn’t build that)”을 생각해보자. 그녀는 이 강연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에게 ‘당신들이 성공한 이유는 시장에 내놓은 제품을 우리가 사줬기 때문이며, 고용해 부린 노동자들은 우리 세금으로 교육받은 이들이었고, 우리 사회가 고용한 경찰관과 소방관들 덕분에 안전하게 공장을 돌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 대가로 그들에게 ‘커가는 다음 세대를 위해 사회계약을 통해 나누라’고 요구했다. 이 강연에 틀린 말은 없다. 하지만 강연이 끝난 직후 강연 영상이 공개되자 수백만 개의 분노에 찬 댓글이 붙었다.
부자들에게 단순하게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다음 세대에 투자할 의지를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불가사의하게도 같은 말이라도 조금 다르게 하면 전혀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성공한 친구들에게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누렸던 행운이 있었으면 말해달라고 하면 여러 예를 기분 좋게 떠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이 떠오르는 기억을 얘기하면서 눈이 반짝이는 모습을 볼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자극하는 것으로 기꺼이 돈을 들여 공익을 장려하려는 의지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 일들을 떠올린 이들은 고맙게 여기는 사람이 없었더라도 확실하게 고마움을 느낀다. 경제학자 웨저우 후오(Yuezhou Huo)는 첫 번째 그룹에 최근 자기에게 일어난 일 중 외적 요인 때문에 좋았던 일 세 가지를 적어보라고 했고, 두 번째 그룹에 좋은 일에 기여한 자기 습성 또는 행동 세 가지를 적어보라고 했으며, 세 번째 그룹에 단순히 최근 좋은 일 세 가지를 적어보라고 했다.
대상자들은 연구에 참여한 대가를 받았으며 후오는 연구가 끝나면 받은 돈을 자선 단체에 일부 또는 전부를 기부해도 된다고 말했다. 외적 요인을 써냈던 이들(분명하게 운이라고 써낸 이들 대부분)이 자기 습성이나 행동을 써냈던 이들보다 25% 더 많은 돈을 기부했다. 대조군 역할을 했던 세 번째 그룹의 기부 금액은 컨트롤 그룹의 기부금은 중간 정도였다.
심리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이해하듯 논리적으로 같은 말이라도 때로는 아주 다른 감정적 반응을 끌어낸다. 잔이 반 비었다는 말과 반 찼다는 말은 아주 다른 의미로 전달된다. 운에 관한 말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친구에게 어느 정도 운 때문에 성공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성공의 과정에서 누렸을지 모를 행운을 떠올려 보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그들의 행운을 떠올려 봤다고 해서 다음 세대에게 더 관대한 태도를 취하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낙관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