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교 같은 기피시설을 짓지 마세요”
장애인 특수학교를 둘러싼 갈등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학교 설립을 막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인권위의 해석이 나오는 한편, 이 갈등이 중심이었던 강서구 김성태 의원이 한방병원 건축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등이 남긴 후유증은 크기만 하다. 자식을 학교에만 보내게 해달라는 마음으로 부모들은 무릎을 꿇었고, 집값 하락을 이유로 학교 유치를 반대하던 대책위원회 사람들은 그 사정을 외면했다.
많은 고성이 오간 가운데, 그중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발언이 있다. 주민기피시설을 왜 유치하냐는 말이었다. 장애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이해되고 있기에 ‘일반인’들이 꺼려하는 존재가 되고 만 것일까.
이번 이슈를 떠나서,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식 수준은 전반적으로 뒤떨어져 있다. ‘장애인의무고용’만해도 그렇다. 법적으로 100인이상의 사업장은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으면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정해져 있다. 하지만 법의 의도와는 다르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징수된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3,466억 규모이며, 이것은 무려 장애인을 4.4만 명이나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물론 기업들도 항변한다. 장애인에게 시킬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 돌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계가 주목하는 런던의 천재 아티스트
런던의 유명한 아티스트 스티븐 월트 셔는 어릴 때부터 주목받은 아티스트였다. 8살 때 영국의 유서 깊은 세일즈 내리 성당을 그리도록 영국 총리에게 직접 지목받을 정도였다. 대영제국 훈장까지 받을 정도로 인정받던 그가 유명세를 더하게 된 까닭은 2009년 뉴욕을 방문하면서였다. 헬리콥터를 타고 단 20분간 뉴욕 상공을 관찰한 다음, 그 풍경을 완벽히 그림으로 옮겨버린 것이다.
그의 반짝이는 재능을 발견한 것은 Queensmill chool의 한 선생님 때문이었다. 교실 구석에서 동물을 훌륭하게 묘사하던 스티븐 월드셔의 재능을 발견하고 미술 대회의 출전을 권한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난색을 표했다.
그림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자폐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이 본 것은 장애가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집중력으로 이 세상을 그려가는 스티븐 월트셔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었다.
이제 누구나 스티븐 월트셔를 알고 있으며, 2014년에는 싱가포르 건국 50주년을 맞이하여 기획된 도시 파노라마를 그릴 아티스트로 선정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결과물을 설명하는데 장애라는 단어는 필요하지 않았다.
스웨덴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 삼할(samhall)
스웨덴의 삼할 Samhall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유럽에서는 상당히 이름있는 기업이다. 200개 도시에 걸쳐 총 직원 2만 명에, 관련 자회사만 250개가 넘기 때문이다. 매출액도 대략 1조 1450억이 넘어가는 등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만큼 진출한 분야도 다양하다. 직원 중 48%는 서비스에, 20% 정도는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볼보, 에릭손, 이케아와 같은 유명 기업과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삼할이 오랫동안 쌓아온 이 모든 전문성과 생산력은 모두 장애인들이 만든 것이다.
스웨덴은 한국의 장애인 의무 고용제와 같은 제도가 없다. 의무 고용이라는 말 자체가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국영기업 ‘삼할’이다. 국영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지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 권리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서 자생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있으며 그것이 지금의 삼할을 만든 동력이기도 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고용된 장애인의 개별행동 계획이다. 사무직의 워드 작업을 위해 키보드가 필요한 것처럼, 해당 장애인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게 기술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 인상 깊다.
한국에는 이런 사례가 없을까?
장애라는 말의 뜻을 살펴보면 어떤 사물의 진행을 가로막아 거치적거리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저력을 펼치는데 도리어 방해가 되는 것은 우리의 인식일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아티스트와 위대한 기업을 꿈꾸기는 이를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도 작지만 의미 있는 가능성이 싹트고 있다. 혼자서 보내는 소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휘게(hygge) 족들에게 주목 받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인 천연비누를 발달장애인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출시된 생활도감(https://sengdo.co.kr)의 천연비누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역할은 단순한 보조가 아니다. 천연 원료의 재배부터 완성된 비누를 포장하는 일까지 종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심리학으로 기피란 낯선 감정에서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기초가 되는 생활용품에서 접점이 많아진다면,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학교를 두고 혐오시설이라고 부르는 무지는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몸의 이물질을 씻어내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물건이 비누이듯, 이번 생활 도감에서 나온 천연비누와 같은 사례가 더욱 많아져서 우리 주변에 미세먼지처럼 묻어 있는 편견이라는 단어를 씻어낼 수 있는 계기가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