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 [天高馬肥]’
하늘이 높아 말이 살찐다는 계절, 가을. 이는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맑은 공기, 적당히 내리쬐는 햇살이 한데 어우러진 환상적인 가을 날씨를 형용하는 말이다.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날씨가 좋아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계절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천고마비’처럼 가을을 대표하는 수식어가 또 있으니, 바로 ‘독서의 계절‘이다. 이토록 좋은 가을 날씨만큼 독서하기 좋은 때도 없다는 사실. 더우면 덥다고, 추우면 춥다고 그 동안 멀리했던 책들, 날 좋은 가을이 왔으니 가까이 해보는 건 어떨까? 이왕이면 좀 더 재밌고 특별하게!
가득한 책들은 물론 독특한 분위기와 개성 넘치는 곳곳의 책방 골목이 우리들을 기다리는 중이다.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아니면 혼자여도 좋다. 책 내음 솔솔 나는 책방골목을 천천히 거닐어보자. 올 가을, 감성을 채우기에 아주 좋은 시간이 될 테니.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책 하면 단연 이곳! 바로 ‘파주 출판도시’다. 출판에 관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이 곳에는 대형도서관을 포함해 여러 출판사와 그들이 운영하는 책방, 그리고 다양한 북카페 등이 있어 그야말로 책에 의한, 책을 위한, 책의 장소다.
여기에 멋진 현대식 건축물과 조형물이 자연과 조화롭게 이뤄져 있어 출판도시를 넘어 아름다운 복합문화공간으로써 손색이 없다는 사실.
이 곳에서 반드시 방문해봐야 할 ‘지혜의 숲’은 수 십 만권의 책을 보유한 북카페 겸 대형도서관으로, 3관을 365일 24시간 개방하고 있어 독서광에게는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이외에도 향긋한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멋진 북카페가 많으며, 각각의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책방에서는 좋은 가격에 책도 구매할 수 있다니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그리고 출판도시 내 여러 박물관과 공연장에서는 다양한 전시회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미리 알아보고 간다면 더욱 좋다. 책과 문화, 자연이 잘 어우러진 파주 출판도시에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차곡차곡 지혜를 쌓아보는 건 어떨까.
서울 책방 골목
서울시가 선정한 11곳의 책방길 중 가을에 걷기 좋은 네 곳을 골랐다.
종로•경복궁 책방길
찬란했던 과거와 세련된 현재의 모습이 동시에 존재하는 종로와 경복궁. 이 곳에서도 역시 책은 함께 한다. 국내에서 가장 유서 깊은 책방 ‘통문관’과 역사 그 자체가 된 평화시장 헌책방 거리부터 현대적인 대형서점까지 모두 모여 있다는 것. 또, 개인이 만든 특별한 독립서점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수십 군데의 모든 책방을 전부 다 보기에는 아마도 하루가 다 모자랄 지경일 듯하다.전통의 미와 고즈넉한 분위기가 가득한 낭만적인 종로•경복궁 책방길. 이 곳을 둘러보며 책과 함께 가을의 운치를 느껴보자.
이태원•해방촌 책방길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곳이라면 단연 빼놓을 수 없는 이태원. 여기에 해방촌을 더하니 걷기 좋은 책방길이 탄생했다. 각 나라의 특징 가득한 음식을 판매하는 상점들과 유명 맛집들 그리고 특이한 카페들과 예술 공방, 군데군데 열리는 활기찬 플리마켓 등 별의별 모습들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장소답게 매력 넘치는 책방들이 곳곳에 있다.
과학, 예술 등 분야별로 전문 서적을 다루는 책방은 물론 성소수자를 위한 책방, 또한 일반서점에서는 구하기 힘든 잡지나 출판물을 볼 수 있는 책방 등도 있다고. 햇빛서점, 디스레트로라이프, 스토리지북앤필름, 고요서사 등 10여 군데가 넘는 이태원•해방촌의 책방길로 향해보자. 마치 이색적인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
6.25 전쟁 후 어려웠던 시절, 한 부부가 부산 중구 보수동 골목 안에서 헌책으로 노점을 열자 다른 이들도 함께 책을 사고 팔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책방 골목이다.
그 당시 시기가 시기인지라 책을 구하기 힘들었던 학생들과 지식인들이 저렴한 값에 책을 구하기 위해 계속 모여들었고, 수출입이 이뤄지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해외 서적, 만화책, 참고서, 소설책, 잡지 등 다양한 책들이 모이게 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한 때의 화려했던 시절이 지나면서 지금의 규모는 전보다 줄었지만 켜켜이 쌓인 책들이 그대로인 옛 모습과 오래된 책 냄새가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아내고, 젊은 층에게는 색다른 느낌을 주는 장소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 곳은 현재 한 주인이 50년 넘게 지켜온 ‘학우서림’과 ‘대륙서점’, 아버지가 운영하던 책방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보수서점’, 책방을 운영하는 남편을 따라 열게 된 ‘동화나라’ 등 제각기 사연 많은 50여 군데의 책방들이 촘촘히 서있다.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책을 볼 수 있는 분위기 좋은 북카페도 함께.
또한, 같은 자리에서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 받고 있는 책방골목의 명물 야채고로케도 놓치지 말아야 할 먹거리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책방거리 ‘보수동 책방 골목’
다양한 헌책은 물론 새 책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보수동 책거리를 걸어보자. 특히, 빈티지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걷기만 해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책방 골목들. 이번 가을, 소풍을 떠나듯 가보는 건 어떨까. 좋은 책을 만나 우리 마음의 양식이 단단히 채워지길 기대하면서.
원문: THE NEXT STORY / 글: 행복한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