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 한계가 명확한 이유
리: 8·2 대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홍춘욱: 참 어려운 이야기죠.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부동산 시장 수요 억제 대책 중, 금리 정책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모든 게 다 담겨 있는 종합대책이에요.
리: 효과는 있을까요?
홍춘욱: 분명 있죠. 다만 아무리 강한 정책이 나오더라도… 그 정책의 수준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높다면, 원한 만큼 억제가 안 될 수도 있어요. 대책 자체가 너무나 강한데, 그 대책이 안 먹힐 경우 플랜이 있는가? 이게 문제라고 봐요. 가능성은 있지만, 실행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리: 그 외에는 뭘 할 수 있을까요?
홍춘욱: 금리죠. 그런데 한국은행이 부동산만 보는 조직이라면, 금리 인상하면 끝이겠죠. 1989년 일본 중앙은행은 1년 만에 금리를 2.5%에서 6%까지 올렸어요. 그리고 부동산이 망했지만(…) 우리나라도 금리 4~5%까지 올리면 부동산 잡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뒤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일본이 당시만 해도 세계 최고였어요. ‘Japan is no.1’이란 말까지 있는 나라니까, 부동산 망가지고 난 다음에도 그나마 지금까지 선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죠. 그런데 한국이 그 리스크를 안고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행은 부동산 외에도 물가 안정, 안정적 성장 등을 담보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의 근원물가(식료품, 에너지 등 가격변동이 심한 것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1%에 불과해요. 일반 소비자물가 타깃은 2% 내외니까 잘 관리되죠. 더 나아가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한국의 GDP갭(실질 GDP와 잠재 GDP의 차이, 플러스일 경우 실질 GDP가 더 높기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이 마이너스에요.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거죠.
리: 그게 무슨 뜻이죠(…)
홍춘욱: 아직까지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다는 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도 쉽게 물가가 안 오른다는 거예요. 쉽게 생각해서 기업 창고에 재고가 많고, 취업을 하고픈 예비군이 많다고 생각해 봐요. 이 사람들 취업한다고 해서 물가가 바로 오르진 않을 거예요. 한국은행도 따로 GDP갭을 발표하겠지만, IMF와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모델도 비슷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할 테니까… 여기서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하긴 힘들 거예요.
물론 역으로 정책금리 인하가 맞았고, 이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이끌었다는 주장도 있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부동산은 전체 소비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고, 여기에 건설이 전체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정도에요. 부동산에 너무 집착하고 금리로 잡겠다는 건, 일본 중앙은행의 실책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는 거죠. 정리하자면, 8·2 대책은 대단히 강력한 대책이지만, 이걸로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좀 의심이 드네요. 재미없는 답이지만…
현재의 주택구입부담금, 역사적으로 따져봐도 낮은 수준
리: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보시는 건가요?
홍춘욱: 잠시 진정되는 듯하더니, 10월에 바로 급등세로 돌아섰어요. 이 정도 정책으로 안 잡힌다는 걸 보여준 거죠. 오히려 서울에서는 마포, 영등포, 용산, 강남 라인은 급등세까지 보이죠. 제가 볼 때는 8·2 대책으로 조정받으면 사겠다는 조정 매수세가 추석 기간을 못 버티고 그냥 사버린 것 같아요.
리: 왜 이렇게 계속 오르는 거죠?
홍춘욱: 부동산 가격의 결정요인은 크게 넷으로 나눌 수 있어요. 당연히 공급이 있죠. 나머지 둘 중 하나가 절대가격이에요. 아무리 수요가 있다 해도 절대가격이 너무 높으면 못 사죠. 그리고 아까 이야기한 금리가 있고… 의외로 사람들이 무시하는 게 ‘소득 증가’에요. 저도 예전부터 주장해온 건데, IMF에서도 한국이 3%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어요. 자, 그러면 물가 상승률 1.5%에 GDP 성장률 3.5%를 합치면 외형 소득증가가 4.5%죠? 이만큼 오르는 게 정말 문제일까요? 나라가 성장하는 만큼 그 수요가 늘어나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리: 절대 집값은 비싸지 않나요?
홍춘욱: K-HAI지수, 그러니까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보면 2004년 이후 만 13년간 주택 부담금은 오히려 줄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왜 비싸다고 느끼냐? 첫째, 서울은 원래 비쌌어요. 원래부터 서울은 부모에게 돈 지원 받은 사람이 사는 거지, 어지간한 월급쟁이 소득으로 사기 힘든 곳이었어요. 지금 서울 아파트 평균이 6억이에요.
리: 둘째는 뭐죠…
홍춘욱: 둘째, 사람들이 ‘서울 아파트’만 이야기해요. 우리나라에 2천만 가까운 가구가 있는데, 서울에 있는 사람 해봐야 1,000만이잖아요. 불과 1/5, 400만 가구 정도에 불과해요. 그중에서 아파트는 또 절반도 안 되죠. 게다가 한국 주택 소유자 비율이 55%가 실소유자니 또 절반으로 쪼개야 해요. 애초에 서울 아파트는 상위 10% 안쪽 이야기에요. 이런 서울 아파트만 이야기하다 보니, 이게 ‘질투의 영역’이 되죠. 저는 이런 정도의 부동산까지 정부가 안정시킬 의무가 있나 싶어요.
리: 그럼 정부는 뭘 해야 할까요?
홍춘욱: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야죠. 역사적인 평균에 비해, 너무 비싸지 않게 집값을 관리하는 정도로… 물론 때에 따라서 비싸고 쌀 때는 있죠.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급등했고, 이후 2013년까지는 내내 재미없었던 시장이니까요. 하지만 그 긴 기간 동안 한 번의 호황과 불황을 맞본 지금, 주택부담금은 오히려 떨어졌어요. 심지어 많이 이야기하는 서울, 경기지역마저도 말이죠. 오른 곳은 제주도 같은 곳이고요. 경제정책, 주택정책은 사회 평균 중산층, 중위소득과 서민에게 주거 안정을 줄 수 있도록 급등을 막는 정도로 해야지, 이미 비싼 곳을 타깃으로 하거나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건 좋지 않다고 봐요.
집값을 잡는 유일한 길 ‘지방분산’, 하지만 국가 경쟁력에 좋지 않다
리: 젊은 층은 아파트 사기 힘들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춘욱: 최저임금보다 좀 더 받는 부부, 예로 한 명은 연봉 3천, 한 명은 2천 5백이라 하면 연 5~6천 정도 벌잖아요. 그러면 마이너스 통장 5천 만들 수 있어요. 경기권에는 3억만 해도 큰 아파트들 많고, 여기는 LTV 규정이 그렇게 빡빡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그 지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를 기준으로 생각하는데… 분당만 해도 메인에서 좀 빠지면 바로 가격이 계속 꺾여요. 맞벌이 기준으로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하다고 볼 필요까진 없죠.
리: 하지만 그 집값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들이 많지 않을까요?
홍춘욱: 주택금융공사에서 장기대출 껴도 이자 3% 수준이에요. 2억 빌리면 월 이자가 37만 원 정도고, 15년 동안 집값 갚는다 생각하면 월 83만 원, 즉 100만 원씩 15년 내는 거죠. 전세나 월세살이보다 훨씬 낫잖아요. 중간에 물가 오르니 실질 부담금은 줄어들고. 이러다 애 낳고 하면 주거 안정성도 커지고… 지금 수도권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가 70%대에요. 전세가 계속 오르고 월세 전환율 높아질 건데… 집주인 입장에서는 연 2억 전세보다 보증금 1억에 월 50 받는 게 훨씬 이익인데.
리: 어떤 상황이든 집을 마련하는 게 현명하다 보시는 건가요?
홍춘욱: 버블이라 확신하면 절대 사면 안 되겠죠. 다만 저는 매크로 이코노미스트 입장에서, 현재 주택 가격은 역사적으로 평균보다 싸다,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은 더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리: 어찌 지방의 주택부담이 더 높은 거죠?
홍춘욱: 소득의 문제에요. 서울, 수도권 사는 사람일수록 좋은 일자리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거죠. 역으로 말하면 그 비싼 집값을 부담할 여력 되는 사람들이 많은 거고… 요 몇 년간 수도권 올랐다는 게 언론에 많이 뜨는데, 집값을 주도한 쪽은 세종시나 혁신도시 쪽이에요. 여기가 주변 지역까지 가격을 높였죠.
리: 혁신도시라 해봐야 사람 별로 없지 않나요?
홍춘욱: 하지만 돈이 유입돼요. 정부 지원도 있고,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깨끗하고 좋은 신도시가 형성되죠. 당장 세종시만 가도 공원이 다 조성돼 있고, 교통도 계속 좋아지죠. 그 주변에 있는 돈들을 다 끌어당기면서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그러면 저기보다 우리가 뭐 못해 하면서 전국 단위로 영향을 주죠. 혁신도시가 집값 잡는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다만 그게 나라에 좋냐… 이건 다른 문제죠.
리: 지방 분산이 나라에 좋지 않다?
홍춘욱: 선진국이라면 생산성을 높여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없으니까요. KTX 로 서울과 지방을 왔다갔다 하게 하며 길바닥에 돈 뿌리는 게 효율일까요? 치열하게 경쟁하며 똑똑한 사람들이 붙어야죠. ‘진정한 혁신은 랩의 복도에서 생긴다’는 말이 있어요. 혁신은 똘똘한 애들 붙여서 잡담하고 싸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예요. 지금 한국은 중국처럼 손쉽게 짜낼 자원이 없는 나라에요. 노령화 사회고 외국인 노동자로 저임금을 유지하고…
결국 답은 교역량 늘리고 수출 많이 하고 도시화율을 높여야 해요. 하지만 이미 도시화율은 90% 수준이라, 선진국 중 최고예요. 남은 건 혁신인데, 똘똘한 애들 뭉쳐놓고 경쟁과 협력을 만들어야죠. 4차산업 이야기 많이 하는데, 이런 인재들을 모아놓는 게 기반이라 생각해요. 똑똑한 젊은 사람들을 전국에 퍼뜨리는 게 경제정책 효율 높이는데 기인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리: 집값은 절대 잡을 수 없다?
홍춘욱: 집값을 잡는 방법을 솔직히 이야기할게요. 서울에 있는 국회, 청와대, 헌법재판소 등등을 다 지방으로 이전하면 돼요. 그러면 서울 살던 사람들이 지방으로 가겠죠. 그런데, 그러면 나라가 잘될까요? 이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GTX를 들고나올 때 유시민 전 의원이 반대했어요. 지역으로 사람들을 분산시킬 생각을 해야지, 서울 출퇴근 교통 확대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죠. 둘 다 일리가 있어요. 그런데 왜 사람들이 테헤란로, 판교에 모일까요? 다들 자기 업계에서 필요한 사람 찾기 쉽고, 그 네트워크가 이직과 재취업을 촉진하기 때문이잖아요. 다음도 제주도 갔다가 판교로 오고…
일자리 문제, 국가의 교육개혁이 시급하다
리: 저도 장사하다 보니, 2호선 라인의 힘이 무섭긴 하더군요…
홍춘욱: 경제학자들은 ‘끌어당김의 힘’이라고 이야기해요. 지방분산이 부동산을 일시적으로 잡을 수 있는 대안이긴 해요. 주택 수요 자체를 조절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과천도 빠졌지만 다시 회복했잖아요? 전 이게 국가 경제 측면에서 좋은 정책인지는 모르겠어요. 이제 글로벌에서 우리 경쟁상대는 중국이에요. 이 엄청난 나라와 경쟁하려면, 효율을 극대화해야 해요. 부동산 잡는 건 좋은데, 정말 부동산이 거시적으로 이렇게 심각한 문제냐… 동의하기 힘들죠. 대표님은 왜 강남 2호선 라인에서 사업하세요?
리: 잘나가는 직장은 다 여기 있어서…겠죠?
홍춘욱: 한국의 가장 큰 문제에요. 젊은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가 부족하죠. 그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정부가 공기업 사람 많이 뽑고, 지방으로 사람들 내려가라 하는 거죠. 건물 짓는 동안에도 일자리가 생기고… 하지만 장기적인 효율성 관점에서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봐요.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기업이 망하면 한 방에 일자리 몇만 개가 날아가요. 평택에 쌍용자동차도 마찬가지였잖아요? 대기업이 망하면 수만의 중산층이 순식간에 중하류층이 돼요.
리: 그런데 그런 기업은 소수 아닌가요?
홍춘욱: 솔직히 한국은 수출밖에 없어요. 수출이 나쁘면 정부가 뭘 해도 안 돼요. 지금 코스피가 2500 간 건, 수출이 잘 됐기 때문이에요. 집값이 오른다? 마찬가지예요. 수출이 늘어서 좋은 일자리가 느니까… 최근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가 간만에 늘었어요. 물론 조선이나 자동차 같은 어려운 분야도 있죠. 심하면 구조조정도 뒤따를 수 있고… 아무튼 부동산을 보면 그래요. 그런 좋은 일자리 가진 사람이야말로, 그 비싼 서울 아파트 살 수 있는 거죠. 금수저 아니면 대기업, 공무원…
리: 그런데 시대가 골 때리는 게, 지금 어지간한 좋은 대학 출신도 대기업 가기 힘든 세상이 왔습니다(…)
홍춘욱: 교육개혁 문제라고 봐요. 제가 1969년생, 학번으로 따지면 1980년대 후반이에요. 그때 100만 명이 학력고사 보고, 4년제에 10만 명 들어갔어요. 지금은 50만 명이 시험 보고, 몇 년 뒤면 40만 명이 되겠죠. 그런데 4년제 정원이 30~40만이에요. 기업 입장에서는 같아요. 100만 명 중 10만 명 뽑던 시기와 지금 대학생의 인재 퀄리티를 같게 볼 수 없는 거죠.
그리고 사실 지금도 이공계는 크게 나쁘지 않아요. 흔히 말하는 지방 국립대 공대 나오면 취업은 어렵지 않죠. 교육부의 「2014~2024년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을 보면, 앞으로도 공대 쪽은 인력이 부족해요. 반면 인문대는 너무나도 공급과잉이죠. 4차산업혁명이다 뭐다 할 거면 취직 안 되는 문과 TO 줄이고 이과 TO 늘려야죠.
이미 어중간한 대학 나오는 게 손해: 국가의 적극적 재교육 정책이 필요
리: 대학도 대학이지만, 양질의 직장이 없다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홍춘욱: 양질의 직장 자체는 늘었어요. 전체 기업 고용 수와 대기업 일자리 수가 동시에 늘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건 경제성장의 당연한 결과에요. 어느 나라나 고용은 중소기업이,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이 책임지죠. 한국만을 놓고 보면, 비율은 줄어들지언정 양쪽 다 고용량이 늘었어요.
리: 하지만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눌리는 상황 아닙니까?
홍춘욱: HERI에서 재밌는 연구서를 냈어요. 중소기업이 피터팬 증후군에 빠졌다는 것인데, 500명 이상 고용하면 대기업으로 분류돼서 중소기업 특혜를 못 받는다는 거예요. 한국은 GDP 중 수출 비중이 50~60%에 이르는 나라에요. 그런 나라에서 하청업체 약탈해서 크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이런 회사들 하청업체까지 합치면 회사마다 수십만 명을 고용해요. 이런 기업이 정말 한국인을 호구로만 생각할까요? 아직 국내에서 이들이 먹히는 이유는 AS 때문이에요.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현대차가 독일 차보다 AS는 잘해주잖아요.
리: 수출기업은 그렇다 치고 내수나 유통 쪽은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홍춘욱: 이런 수출기업 빼면 유통업체인데, 이들이 재래시장 죽이냐… 그건 아니라고 봐요. 스타필드가 재래시장과 경쟁하진 않잖아요. 결국 남은 건 통신사, KT&G, 정유 회사 같은 건데, 다 공기업 출신이란 특징이 있어요. 자연독점인데, 이쪽은 규제산업이라서 정부가 계속 과한 이익 못 내게 개입해요. 이걸 어떻게 한다고 중소기업이 살아날까요? 전 쉽지 않다고 봐요.
리: 그런데 왜 이 모양 이 꼴인 걸까요?
홍춘욱: 눈높이의 매칭이라고 생각해요. KDI에서 「한국은 인적자본 일등 국가인가」라는 논문을 냈어요. 한국 교육투자의 효율성에 관한 논문인데, 최근 대졸자 중 수능성적 상위 10%만 대졸자로서의 프리미엄이 있어요. 흔히 말하는 인서울이죠. 그 이하는 임금 프리미엄이 없어요. 아래로 내려갈수록, 대학 보내면 손해라는 결과가 나와요. 특히 인문계는 더 심하고요.
리: 뭔가 총체적 난국이네요…
홍춘욱: 나라에서 해결책은 둘밖에 없어요. 전공 잘못 택한 이들에게 재교육을 도와주는 게 첫째죠. 벌이를 떠나 아무도 목수나 미장이가 되려 하지 않아요. 올드한 도제식 시스템을 하는 분들이 후계자 양성에 전혀 친절하지 않거든요. 이걸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거죠. 다음으로는 기본소득이에요. 모두에게 막 뿌리는 건 아닐지라도, 이미 나라에서 빈곤층에게 기초소득 보장은 어느 정도 해요. 여기에 더해야 할 건, 실업수당과 보험 강화에요. 특히나 적극적 구직활동 의사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지원을 강화해줘야겠죠. 또 최저임금 올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잘 준수될 수 있도록 감독도 잘해야겠죠. 장기적으로는 혁신이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이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문제는 서로 엮여 있다: 단칼에 세상을 좋게 만들 정책은 없다
리: 예전에는 중소기업 다녀도 먹고 살았다는 사실 때문에, 더 사회갈등이 큰 것 같습니다.
홍춘욱: 왜 중소기업이 그렇게 최저임금 준수율이 낮을까요? 생산성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커요. 정말 중소기업 임금을 올리고 싶다면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줄여야죠.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어떤 정책이든 이익이 있으면 그 대가가 있어요. 지금까지 왜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놔뒀을까요?
리: 3차 벤더급이 먹고 살라는 거 아닐까요?
홍춘욱: 그렇죠. 밉든 곱든 법인세 납부하니까… 좀 더 파고 들어가면 후원회일 수도 있어요. 하청업체 사장님들, 무시할 분들이 아니에요. 시의원이나 이런 식으로 각 당의 지지기반을 형성한 케이스가 많아요. 그렇다고 이걸 깨부숴야 하냐… 명쾌한 답은 없어요. 부동산에서 거시경제정책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마찬가지예요. 모든 정책에는 그 대가가 따라요.
리: 대가라 한다면…
홍춘욱: 대학 입학 정원 문제 심각한 거 이야기했잖아요? 그걸 줄이라 하는 순간 대학이 망하죠. 대학도 나름 일자리를 가졌으니까 지체할 수밖에 없었겠죠. 과거 역대 정부는 다 그 많은 대졸자 필요하지도 않고, IT로 패러다임이 넘어가는 거 알면서 대학 구조조정을 게을리 미뤘어요. 오히려 정원 늘리기 편한 인문계 쪽만 막 늘렸죠. 이공계는 교수 몸값도 비싸지만 기자재를 엄청 들여야 돼요. 저 같은 사학도는 칠판만 있으면 되겠지만… 솔직히 이야기하면 과거 누군가가 잘못할 때, 누군가는 즐겼어요. 고용이 증가했죠. 젊은 사람들의 고난을 대가로, 대학입학 정원 통해 등록금 장사한 거잖아요?
리: ……
홍춘욱: 사회에는 쉬운 문제가 없어요. 그걸 한칼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도 없고요. 심지어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꼽을 것도 없어요. 이렇게 수많은 문제… 아까부터 제가 부동산에서 계속 가지를 쳐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런 복잡한 문제가 한국 경제의 구조를 반영해요. 결국 대안은, 그렇게 힘들고 희망이 없는 2030 세대의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면 정부가 돈을 써야 해요. 대학 구조조정에 힘쓰며 연착륙을 이끌어야죠. 그냥 망하게 내버려 두면 된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은 어떻게 해요? 그 대학 막 졸업하거나 한 친구들, 최저임금은 아니더라도 뭔가 재취업 기회 주고 교육하고 실업수당 강화하고…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리: 아베노믹스 같은 확장정책을 지지하는 건가요?
홍춘욱: 일본 버블 이후 아베가 유일하게 경제정책을 잘 쓴 총리라고 봐요. 그래도 한국은 일본만큼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아요. 주가에서 알 수 있듯 현재 한국 경제가 그리 나쁘지 않거든요. 성장률 3%가 우스운 게 아니에요. 굳이 경기부양정책을 쓸 필요까진 없다고 봐요. 박근혜 정부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수출 감소할 때, 부동산경기 부양책 쓰고 담배세 늘리고, 기초연금 확대하며 적극적으로 잘 띄웠죠. 인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엉망이었지만 경제에서 아주 나쁜 점수 줄 정부는 아니었어요. 또 미래창조과학부, 제4차산업위원회… 이런 것도 놀림감으로 보지만, 우리나라에서 혁신 없이 뭘 하겠어요. 대안이 없는데…
리: 정부는 뭘 해도 욕 먹는 포지션인 것 같군요.
홍춘욱: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정책은 없어요. 아까 외노자 이야기했잖아요? 전 솔직히 중소기업들이 피터팬 증후군 때문에 스스로 성장을 멈춘 면도 없지 않다고 봐요.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며 생산성 향상에 게을리한 회사도 많죠… 그래도 우리 일자리 대부분을 만든 게 중소기업인데, 여기서 임금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니 심각하죠.
리: 네… 일단 부동산 인터뷰였으니, 부동산 쪽에서 눈여겨볼 만한 분들을 추천하신다면.
홍춘욱: 지난 글로벌 경제위기 때만 해도 부동산 쪽 볼만한 자료가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엄청 많아진 것 같아요. 채상욱 위원(페이스북), 이상우 위원(페이스북), 빠숑님(페이스북 /인터뷰), 민경남 매니저(페이스북 /인터뷰)… 다들 데이터에 기반해서 엄밀하게 분석하는 분들이죠. 이런 분들 글만 따라가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홍춘욱] 환율과 금리로 보는 2018 한국의 경제전망(9/20)
한국경제는 해외 부문의 충격에 노출되었습니다. 2016년 말의 이른바 ‘사드’ 보복 이후 내수경기가 급격히 침체한 것, 그리고 2014년을 전후한 국제유가 급락 사태 이후 조선업경기가 급격히 악화한 것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해외 경제지표를 읽는 눈을 키워야 하며, 더 나아가 이 지표의 변화가 환율과 금리, 그리고 경기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시간의 강의로 이 모든 것을 달성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출발점’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누가 이 강연을 들으면 좋을까요?
- 알맞은 투자의 타이밍이 궁금한 투자자
- 경제 지식을 기반으로 투자를 시작해보고 싶은 일반인
- 경제 흐름에 맞춰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싶은 경영진
경기의 변동이 비즈니스는 물론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도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 및 경영진, 일반인 모두에게 필요한 강의라 생각합니다.
이 강연을 들으면 뭐가 좋아지나요?
- 한국 경제 전망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흥망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 환율과 금리 변동에 따른 기업 이익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 투자하기 적절한 타이밍을 잡고, 적재적소에 맞는 투자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강연 안내
- 일시: 2018년 9월 20일 목요일 오후 7:30~9:30
- 장소: 강남역 비타임
- 강사: 홍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