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회사들을 방문하고 왔다. 방문한 순서대로 나열해보자면 아마존 A9, 유튜브 본사, 에어비앤비 본사, 페이스북 본사, 구글 본사. 오피스 모두 나름대로의 매력과 그 브랜드만의 색깔이 두드러졌으며, 실리콘밸리 특유의 바쁨 속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았던 게 에어비앤비 본사다.
나는 어쩌다 에어비앤비 본사에 아는 친구들이 생겼다. 그래서 에어비앤비가 작년에 새롭게 내놓은 서비스인 Experiences의 서울 호스트로 서비스의 베타 버전부터 함께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에어비앤비의 Experiences는 호스트가 집, ‘공간’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로컬 ‘경험’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이 ‘경험’들은 로컬만이 아는 맛집과 옷가게 투어부터 함께 버섯을 따고 요리하고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만드는 경험까지 다양하게 있다.
나는 작년부터 내키는 대로 여행을 다니기 직전인 올 2월까지, ‘서울의 인디 씬’을 컨셉으로 나의 단골 뮤직바에 가고 홍대에서 공연을 보고 백스테이지를 가고 밴드와 함께 뒤풀이를 하는 트립을 진행했다. 트립을 진행하면서 전 세계에 사는 음악을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는 친구들을 여럿 만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본사에서 일하는 친구들 또한 알게 되었다.
에어비앤비 본사를 간 날, Experiences를 0부터 직접 만든 친구들 네 명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에서 일한 지 6년째이자 50 몇 번째 초기 멤버인 엠마의 안내를 받아 본사의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그녀를 통해 듣는 에어비앤비 이야기는 뉴스에 책에 나오는 얘기들만큼 생생하고 재밌다.) 에어비앤비라는 브랜드를 원래부터도 많이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며, 그리고 본사를 방문하며 나는 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에어비앤비 안녕!
드디어 에어비앤비 본사에 와보게 되다니! 설레는 맘으로 게스트 체크인을 하고 친구들을 기다렸다. 체크인을 하는 순간 호스트에게 알림이 가는지, 안내 데스크에 이름을 얘기하고 표를 받자마자 에어비앤비 친구들이 있던 단체 창에 ‘She’s here!’ 하는 메시지가 떴다.
에어비앤비의 본사에 들어서면 가운데 공간이 시원하게 뚫려있다. 그래서인지 회사 내부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고, 어딜 가나 햇빛이 잘 들었다. 왜 공간이 주는 분위기란 게 있지 않나. 탁 트여 있는 로비와 밝게 비추는 햇살, 자유롭게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에어비앤비 본사의 첫인상이란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리프트를 타고 도착했는데, 리프트 운전기사는 주소를 보더니 ‘트리플 8 브래넌! 너 에어비앤비 가는구나?’ 하고 물었다. 친구들을 만나서 이 얘기를 해주며 ‘너희도 본사를 트리플 8 브래넌이라고 불러?’하고 물으니 친구는 웃으면서 막상 직원들은 꼭 그렇게 부르진 않는다고 대답해주었다.
에어비앤비 식당은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었는데 엄청난 ‘건강식’인 게 느껴졌다. 일단 야채가 엄청 많았고, 쿠스쿠스 같은 건강식이 많고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짜여 있었다. 친구들 말에 따르면 ‘회사가 직원들의 건강에 엄청나게 신경 쓴다’고 한다.
맥주 탭은 주로 크래프트 비어로, 셀렉션이 자주 바뀐다고 한다. 그 여펭는 다양한 와인이 준비되어 있다(회사에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맥주와 와인을 마셔볼 수 있다니 좋겠다 너희들)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캐치업을 했다. 내가 버닝맨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라 버닝맨 얘기도 많이 듣고, 샌프란시스코에 내가 좋아할 만한 음악 베뉴도 많이 추천받았다. 친구들은 “이 베뉴는 브라이언(에어비앤비 창업자)이 소마 지역에 살 때 실제로 자주 갔던 곳이야!”라는 식의 설명을 잊지 않았다. 같이 밥을 먹은 친구들 중 일부는 워낙 바빴던 시기라 먹자마자 바로 일하러 올라가야 했다. 그 바쁜 와중에 날 보러 와준 게 반갑고 고마울 뿐.
밥을 먹고 나는 가장 위층부터 본사 투어를 시작했다. 좋을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그래도 역시나 직접 보는 건 달랐다. 애쓰지 않아도 구석구석 에어비앤비스러움이 묻어났다.
고객 만족의 새로운 레벨을 상징하는 기린 스탠드
위층에서 가장 먼저 가게 된 곳은 ‘Giraffe Stand’라고 불리는 방이었다. 엠마와 빅토리아는 나에게 “혹시 기린 이야기 알아?” 하고 물었고, 잘 모른다는 답변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몇 년 전 일어난 일이야. 어떤 가족이 리츠칼튼 호텔에 휴가를 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문제가 있었어. 아들이 아끼는 기린 인형 ‘조쉬’가 없어져 버린 거야. 매일 밤 조쉬와 함께 잠들던 아들은 기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엉엉 울며 잠에 들지 않았어. 아빠는 아들을 재우기 위해 하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했어. ‘조쉬는 괜찮아. 우리보다 조금 더 길게 휴가를 가 있어.’하고.
그날 밤 다행히 호텔에서 전화가 왔어. 기린을 찾았다는 전화였는데, 아빠는 호텔 측에 사정을 설명했어. 그리고 호텔 수영장 의자에 앉은 기린 인형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지. 며칠 후에 호텔에서 기린 인형을 돌려주는 택배가 왔는데, 아빠는 놀랄 수밖에 없었어. 기린 인형 ‘조쉬’와 부탁했던 ‘수영장 사진’은 물론이고, 호텔에서 조쉬가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 다양한 사진으로 찍혀 아예 앨범을 만들어서 보내준 거야. (나중에 찾아보니 호텔은 심지어 조쉬의 사진으로 호텔 ID카드까지 만들어서 보냈다)
그때부터 고객을 ‘만족’시키는 단계에 그치지 않고 아예 그다음 단계로 올려버린 고객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Giraffing’이라고 부르게 되었어. ‘기린’이 고객 만족을 넘어 감동시키는 단계를 상징하는 거야.
내가 놀란 건 두 가지 포인트였다. 우선은 이 이야기 자체가 재밌었고, 두 번째로는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기린 방도 만들고 ‘기린하다’란 동사를 만들어 쓸 정도로 업무의 일부로 만들어 아예 회사 차원으로 승격시켜버린 에어비앤비의 디테일함에 놀랐다. 정말 에어비앤비의 모든 게 이야기구나? 라는 나의 말에 친구들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여긴 모든 것에, 모든 곳에 이야기가 있어.
미팅룸에 에어비앤비 방들을 옮겨놓다
그 다음에는 에어비앤비의 다양한 미팅룸들을 구경했다. 나는 가끔 심심할 때 에어비앤비 앱에 들어가 예쁘고 신기한 집들을 구경하곤 했다. 여기 가보고 싶다, 여기도 가보고 싶다 하면서. 이곳의 미팅룸들은 딱 그걸 그대로 오프라인으로 옮겨온 거였다. 정말 구경하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미팅룸들은 발리, 암스테르담, 브루클린 등 다양한 도시 이름으로 불린다. 실제로 그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에어비앤비 방을 미팅룸 안에 그대로 복제시켜놓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에어비앤비스러운 미팅룸이 있을까, 이보다 더 본인들의 서비스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묻어날 수 있을까?
에어비앤비가 탄생했을 당시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가 살던 방도 미팅룸으로 복제되어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중요한 미팅이 진행 중이었던지라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아래가 그 미팅룸의 모습이다. Rausch 거리에 있던 게비아와 체스키의 집 그대로 미팅룸에 옮겨왔다. (그래서 미팅룸 이름도 Rausch다. 참고로 에어비앤비의 브랜드 색깔인 따스한 분홍색의 컬러명 또한 라우쉬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 브랜드는 뭐 하나 이야기가 아닌 것이 없다.)
사진 속 파란색 모닥불 자리는 이 방을 상징하는 듯했다. 파란 타일로 둘러싸인 이 모닥불과 에어비앤비 스토리의 시작이었던 ‘오바마 맥케인 시리얼’은 본사의 다른 장소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친구는 이 모닥불을 두고 “저 촌스러운 반짝거리는 파란색 타일까지도 그대로 옮겨왔어!”하고 웃었다.
예를 들면 위 사진처럼. 에어비앤비 식당에 작은 무대가 있었는데 이곳에 있던 저 파란 모닥불이 체스키와 게비아가 살던 집의 모닥불이었을 줄이야.
전 세계 여러 도시의 방을 그대로 옮겨온 미팅룸들.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가 모조리 다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진짜 대단했다. 굳이 브랜딩이랄 것도 없이, 이 건물 자체가 그냥 에어비앤비였다.
에어비앤비의 모든 미팅룸이 이렇게 다 달랐다. 어느 하나 똑같이 생긴 방이 없었고 이런 발상을 실현한 모습들이 재밌었다. 만드는 사람들도 이 공간을 쓰게 될 사람들도 이 과정이 즐겁지 않았을까. 결과물 또한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이런 곳에서 일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가장 에어비앤비다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일하게 되지 않을까.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또 다른 특별한 공간들
미팅룸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이 각자 ‘가장 좋아하는 방’이 있었다. 그래서 “여긴 좀 쿨해서 특별히 데려오고 싶었어!”란 말도 여러 번 듣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진짜 대박이라고 생각했던 방은 ‘라멘 바’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어진 미팅룸 중 하나다. 분명히 미팅룸인데 내부는 완전한 라멘 바처럼 생겼고, 더 재밌는 건 가끔 이렇게 누가 와서 실제로 라멘을 요리해준다고 한다. 실제로 라멘까지 끓이는 클라스라니.
음악을 연습할 수 있는 ‘뮤직룸’도 있었다.
실제로 여기서 직원들은 기타나 첼로 등 배우고 싶은 악기를 배운다고 한다. 사진으로 찍지는 않았지만 요가와 명상을 할 수 있는 장소도 따로 있었다. ‘어디 다른 곳을 찾아갈 필요 없이 나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업무와 무관하게 회사란 공간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갔을 때는 직원들의 ‘탤런트 쇼’를 앞두고 있었는데, 친구들은 직원들의 재능이 어마어마하다고 덧붙였다. 밴드 공연부터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데 정말 잘하고 재미있다나.
자연스럽게 넘치는 브랜드 스토리
그 유명한 오바마와 맥케인 시리얼. 그 누구도 에어비앤비에게 투자하지 않던 시절,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은 초기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바마 오’와 ‘캡틴 맥케인’ 시리얼을 만들어 팔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와이 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이 에어비앤비를 두고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이라며 투자를 결정하게 되었다는 일화는 이미 레전드와 같이 되었다. 그래서 사진 속 시리얼 위에는 이런 글귀가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
에어비앤비 fun fact.
회사의 곳곳에는 이런 fun fact가 붙어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놀랍지만, 이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고 있는 모습 또한 보기 좋았다. 이런 이야기들이 곧 그 브랜드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니까. 에어비앤비의 ‘벨로’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리브랜딩을 발표할 때 밤에 잠 안 자고 프레젠테이션을 실시간으로 챙겨볼 정도로 관심이 많았는데, 리브랜딩을 하고 몇 년이 흐른 지금은 이전 로고가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잘 자리 잡은 것 같다.
여기는 엠마가 ‘돌로레스 공원’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뒤편에 떠 있는 숫자 풍선들은 그 직원의 x주년을 기념해 선물해준다고 한다.
이 공간의 바로 뒤편에는 유리로 둘러싸인 미팅룸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매일같이 브라이언 체스키와 엠마를 비롯한 Experiences TF팀이 미팅을 진행했다고 한다. 스타트업 속의 스타트업처럼 일했다며, 그녀는 그때 10명 남짓 되었던 팀이 이렇게 커졌다며 현재 트립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일하는지를 가리켰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게 된 게 새삼 신기하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에어비앤비는 본사 5분 거리에 새로운 오피스를 열었다. 구조가 워낙 특이해서 인테리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지만, 두 번째 건물 역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에어비앤비스러웠고 너무 잘 꾸며져 있어서 그런 어려움이 있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에어비앤비를 돌아다니는 내내 내가 마주치는 광경들은 이랬다.
- 강아지와 함께 출근한 사람들. 강아지와 함께 출근할 수 없다면 권리가 박탈당한 느낌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 얘기를 나누던 사람들.
- 비슷한 옷을 입었다고 서로 모르는 직원들끼리 통성명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왜 사진을 찍냐고 물으니 ‘오늘의 비슷한 옷을 입은 직원들’이란 채널이 따로 있다고 한다.ㅋㅋ
- 점심에 갔는데도 회사 내부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 이유를 새삼 궁금해하는 친구에게 다른 직원들이 말했다. “금요일인데 날씨가 좋잖아. 다들 돌로레스 공원에 갔겠지.”
-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나누는 직원들. 이런 대화를 나누더라. “우리 언제 보고 안 본 거지? 태국이었던가, 스웨덴이었던가?” 출장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에어비앤비 직원들에겐 세상이 얼마나 넓고도 좁을까.
- 나를 처음 만나는 본사 직원들도 나를 어찌나 반갑게 맞이해주던지. 본사 곳곳을 신기해하며 ‘좋겠다!’는 나의 말에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반응했지만 그럼에도 ‘꽤 쿨한’ 오피스를 다니고 있음을 본인들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에어비앤비는 평소에도 좋아하는 브랜드였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며 더욱더 좋아하게 되었다.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는 회사에 대한 애정이 그냥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물론 바쁘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느낌이었달까.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는 친구들로부터 내가 가장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을 하게 된 걸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였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브랜드는 그렇지 않은 브랜드와 출발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세상에 이런 브랜드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계속해서 멋진 브랜드로 에어비앤비만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하고 동경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예정이다.
원문: yoonash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