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소아병 비트 다운 받았습니다
<고래가 그랬어> 편집장 김규항 씨(이하 김규항)가 경향신문에 이석기와 30년이라는 오피니언을 게재해 진중권 교수(동양대)를 저격했다. 진중권과 관련된 핵심적인 이야기는 3번째, 5번째 문단에서 하고 있고, 그 부분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2000년에 PD 중심으로 민주노동당이 결성됐다. 하지만 NL이 워낙 생존력이 좋아서 곧 다수파가 되고 당권을 장악하는데, 당권파의 전횡을 참지 못한 민노당 PD 계열은 2008년 진보신당을 만든다. 2011년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대표가 민노당 당권파 및 유시민과 손을 잡고 통합진보당에 합류한다. 그러다 경기동부, 즉 당권파를 중심으로 한 NL 쪽에서 부정경선을 치렀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통진당은 죽도록 욕을 먹는다. 노회찬, 심상정은 당권파를 까며 정의당을 만든다.
심상정은 주사파와 함께 못하겠다며 신당을 만들고서는, 다시 뭉쳐서 국회의원까지 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NL이) 그런 사람들인지 몰랐다”고 발뺌한다. 진중권은 주사파와의 결합을 반대한 진보신당을 ‘좌익소아병’이라고 까더니, 이제는 그냥 주사파를 ‘정신병자’라고 비난한다. 이렇게 앞뒤 안 맞는 사람들이 딱하다.
앞서 김규항이 이야기했듯, 진중권은 “중국 공산당도 필요하면 국공합작을 하고, 그 누구보다 앞서 일제와 맞서 싸움으로써 대중의 지지를 확보했거늘…. 한 마디로 좌익소아병이죠.”라는 트윗으로 주사파와의 재결합을 반대하는 진보신당 지지자를 조롱했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진중권의 헛발질은 야권연대 경선에서 NL이 부정경선을 저지를 때 그쪽을 옹호하는 데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정희의 통진당 경선 부정 돌아보기
뭔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통진당과 이정희를 부관참시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간단하게만 살펴보자. 2012년 총선 당시 야권연대 경선에서 한 네티즌이 이정희 후보의 보좌관으로부터 받은 문자를 공개한다. 요약하면 보좌관이 문자를 보내 여론조사에서 나이를 속일 것을 요구한 것. 이정희는 승리하지만 상대방 민주당 김희철 후보가 받아들일 리가 없다.
김희철은 이정희의 사퇴를 촉구했으나, 이정희는 조작논란을 인정하고서도 재경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주통합당이 이정희의 요구를 받아들이자 빡친 김희철은 탈퇴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다. 이후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 경선을 벌이던 다른 지역구에서도 재경선이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개판 5분 전이 되자 이정희는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타로 출마한 이상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진중권의 계속되는 이정희 사랑
문제는 이 다음. 쪼개서 싸우기로 유명한 개혁진보세력(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트위터로 망한다)은 간만에 we are the world 모드로 이정희와 통진당 NL 쪽을 까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독 진중권만은 트위터와 리트머스를 통해 이정희를 옹호하며 정권교체의 나팔을 분다.
관악을 통진당 이정희에 이어, 안산 단원갑에서 민통당의 백혜련 후보도 출마를 철회했습니다. 그리고 민통당에선 통진당에 두 지역 모두 양보함으로써, 교통정리는 끝난 듯. 이제 정권심판을 위해 단결합시다. (출처)
이정희는 캠프의 부정선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누가 그걸 부정하던가? 문제는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그의 글에 부재하는 것은 ‘재경선이 합리적이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다. 아무리 뜯어봐도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책임’은 ‘사퇴’와 동의어가 아니다. 사퇴는 책임을 지는 방식 중의 하나일 뿐이다. (출처)
경선여론조사는 한 마디로 공직선거가 아니라, 거기에 내보낼 후보를 뽑기 위해 두 당이 임의적으로 합의한 게임에 불과하다. 당연히 규칙을 어긴 책임의 경중도 다를 수밖에 없다. (중략) 그들이 그 자기 당의 좁은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야권연대라는 대의를 위해 곽감 사건이라는 그릇된 맥락에서 보여줬던 그 빌어먹을 연대정신의 절반만이라도 보여줬다면, 이번 사건은 다른 수습의 방향을 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출처)
위의 저 문단만 읽으면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평을 내리지 않았다. 관련 트윗들을 모아보자.
진중권의 이정희 옹호, 대체 어디가 논리적인가?
이정희씨는 재기가 어려워보일 정도의 정치적 타격을 입었지만, 그이를 내세웠던 소위 경기동부연합은 잃은 게 하나도 없군요. 아니, 민통이 관악을에 공천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들의 새 선수를 내보내게 됐으니 결과적으로 큰 이익을 얻은 셈. 신비합니다. (고종석)
이정희 : 이럴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모르겠어. / 진보신당 : 사퇴하면 좋다고 생각해… (안잉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의 원래 뉘앙스와는 달리,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훌륭한거다. 다음 소가 또 들어오거든. 좀 더 판돈 높은 상승국면에서 NL식 민중주의 패권질이 다시 반복된 이정희 의원실 사례가 도대체 어디가 ‘실수’겠는가. (캡콜드)
“컨닝하다 걸렸으니 시험 다시 보겠습니다! 그러면 되죠? (예인)
참고로 이정희는 이에 앞선 새누리당 수행비서의 선관위 사이트 공격에 대해 “집권당 중진의원 수행비서의 선관위 사이트 공격, 혼자 했을리 없지. 오싹한 기분. 이런 사람들이었구나. 재집권 위해 무엇도 서슴지않고 돈 쏟아붓는 사람들이었어. 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기대해선 안 돼.”란 트윗을 올린 적이 있다(?)
진중권의 뻘타와 무책임한 논객의 자세
진중권의 논리가 가지는 문제에 대해 capcold가 간단하게 잘 정리했다.
’책임을 지는 것’이란 a)당사자 처벌, b)위반으로 생긴 이득의 몰수, c)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 개편.
곽노현 교육감 건은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직을 잃으면 a, b가 충족되고 c는 이미 제도적인 문제임. 즉 도덕적 채근 말고는 딱히 뭘 요구할 것도 없다.
이정희캠프 경선조작건은 그나마 사퇴로 a의 일부 충족, b는 후보승계로 안습, c는 애초에 아오안. 진선생 주장처럼 재경선으로 퉁쳤다면 화제성 기반 동원질로 a, b, c 전멸이었겠지. 진영, 도덕 그런 것보다 책임에 관한 사회시스템으로 파악했으면.
한마디로 진중권 시나리오대로 갔으면 그야말로 최악이었을 판이다. 어쨌든 시나리오는 그가 생각한 것과 가장 유사하게 흘러갔고, 이는 통진당의 뻘짓으로 야권 전체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 참여당과 구 진보신당은 구심점을 잃어버렸고, 민주당은 행여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논객이란 원래 책임을 지지 않는 입장에 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냉정한 목소리가 요구된다. 진중권은 통진당과 관련한 일에 대해 냉정한 목소리를 내지도 않고, 자신을 향한 비판에는 물타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이 시대의 논객에게 요구되는 소양이라면, 국회의원에게 논객을 맡기는 게 좀 더 현명한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진중권은 김규항 칼럼을 읽고 트위터를 통해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그런데 뭔가 좀 핀트가 어긋난다. 진중권이 논객으로 대응해야 할 부분은 자신을 비판한 부분인데, “남 씹을 때 꼭 현장활동가 이름 끼워 팔아야 하나요? 앞으로는 씹더라도 남의 것이 아니라 김규항씨 자신의 삶을 밑천으로 씹으세요”하고 대응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이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