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은 멋진 화보가 가득한 잡지를 읽는 것 같은 서비스다. 내 친구가 오늘 뭘 먹고 어떤 옷을 입고 어디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했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고, 내 취향에 맞는 전 세계의 새로운 친구들이 어떤 새로운 경험을 했는지 보는 것도 행복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 대만, 태국, 싱가포르, 익숙한 나라인 미국, 영국은 물론 러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북유럽의 어느 나라들까지 전 세계 친구들과 만나는 재미가 정말로 크다.
이렇게 찾아낸 친구 중 세상 놀라운 재능과 아티스틱한 감성,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며 상상력을 한껏 충전시켜 주는 어메이징한 인스타그램 5를 선정해 보았다. 순전히 내 기준으로.
1. 타츠야 타나카(Tasuya Tanaka)의 미니어처 세상
거의 매일 하나 이상의 작품이 업데이트되는 타츠야 타나카의 미니어처 세상. 일기장 속의 그림을 보는 듯한 우리 일상 속의 모습, 동화책이나 만화,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작품들이 타츠야 타나카가 만들어 내는 미니어처의 특징이다.
- 코팅된 프라이팬 밤하늘 속에 브로콜리 나무, 그 위에 앉은 연인이 바라보고 있는 계란 노른자 보름달
- 파란 타월 풀장 속으로 다이빙 중인 수영 선수들의 빨래집게 출발대
- Final Fantasy 미니어처의 배경이 된 숲속은 자연스럽게 접히고 구겨진 브라운백과 모닝빵, 그리고 브로콜리
무엇보다 ‘어떻게 이 물건을 가지고 이 장면을 표현할 생각을 했지?’ 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 인스타그램을 보는 재미이기도 하다.
2. VIRGOLA 의 일러스트 작품들
이탈리아에 사는 일러스트레이터 virgola 의 인스타그램. 보는 순간 ‘악, 너무 귀엽고 예쁘다. 갖고 싶어.’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를 주로 그린다. 작가 자신을 표현한 것 같은 캐릭터이다.
그런 만큼 작품마다 작가의 일상이 묻어난다. 영화를 보며 데이트 한 날, 청혼을 받은 날, 결혼식, 아이가 태어난 날, 바닷가로 휴가를 간 날의 추억과 감동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과 함께 나눈다.
발렌타인 데이, 크리스마스, 새해 첫날 등 특별한 날을 빼놓지 않고 작품으로 챙기는 것 또한 인스타를 보는 재미를 준다.
1번으로 소개한 미니어처 작가 타츠야 타나카처럼 virgola 역시 생활 속 아이템들을 일러스트 작품에 녹여 낸다. 어떤 상황, 어떤 장면, 어떤 장소 속에도 자신의 캐릭터를 배치해 내는 재주가 있다. 사용하는 재료들 역시 생활 속에서 찾아내는 듯하다. 그림 그리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 속에서 립스틱, 블러셔, 아이섀도 등 화장품을 사용해 채색하는 걸 공개한 적이 있다.
3년 전쯤 virgola의 인스타그램을 처음 발견했을 때, ‘아, 이 작가 꼭 한국에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화장품 회사 다니는 친구, 패션 회사 다니는 친구 등등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한 친구들에게 열심히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느덧 진짜 유명한 작가가 되어 각종 명품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책도 내고 자신의 디자인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
3. Joez의 iPhone only 사진들
태국에 사는 Joez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자세히 소개하고 있듯 전문적인 포토그래퍼는 아니다.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만 포스팅하는 인스타그래머다.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도 자주 등장한다.
Joez 가 선보이는 사진의 특징은 바로 풍경을 바라보는 앵글의 독특함이다. 원근의 차이를 이용해 트릭아트 같은 사진을 촬영하기도 하고, 물이나 거울 등 투명한 사물에 비치는 이미지를 절묘하게 잡아내기도 한다. 아이폰 화면에 잡은 화면과 실제 풍경이 일치하는 앵글을 포착하는 촬영 방법은 나 역시 배워 자주 활용 중이다.
4. 프랑스 몰라 서점(Librairie Mollat)의 신기한 책 세상
몰라 서점(Librairie Mollat)에 대해 알게 된 건 어떤 잡지 기사에 소개된 멋진 인스타그램 리스트 덕분이었다. 첫인상은 조금은 기괴하다는 느낌이었다. 책 표지와 실제 인간의 콜라보 작품들이 전시된 인스타그램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하지만 이 신기한 콜라보 작업물들을 계속 접하다 보면, 어느덧 책이 그냥 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서점과 고객의 소셜 네트워크가 아니라, 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낸 느낌이랄까.
이 포스팅을 쓰며 몰라 서점에 대해 조금 더 검색해 봤다. 1886년 알베르 몰라가 만든 이 서점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독립 서점이다. 프랑스는 2,000개도 넘는 독립 서점이 존재하는 서점의 나라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몰라 서점은 오랜 시간 동안 최상급 서점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
최근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의 특징을 정확히 꿰뚫고 전개하는 각종 소셜미디어 마케팅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 같은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서비스의 특징에 맞는 고유한 콘텐츠를 제작해 고객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의 블로그 포스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몰라 서점의 이 독특하고 신기한 인스타그램은 그만큼 근본적인 고민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 librairie mollat의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5. 일러스트레이터 레이첼 라일(Rachel Ryle)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레이첼 라일을 알게 된 건 아이메세지(i Message) 스토어 덕분이다. 움직이는 스티커들이 가득한 아이메세지 스토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날, 한참을 둘러본 스토어 속 상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레이첼 라일의 아이메세지 스티커들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북 속의 그림들이 쏙쏙 책 속을 빠져나와 아이폰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커피 시리즈, 브런치 시리즈 등 레이첼 라일이 내놓은 모든 스티커 시리즈를 구입했다. 이어서 이 작가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고, 레이첼 라일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발견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그녀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가이기도 하다는 사실.
손으로 이야기하는 작가인 만큼, 매 작품마다 작품의 컬러에 맞춰 네일 컬러도 바꾸는 완벽을 기한다.
마치며
인스타그램은 한번 마음에 드는 인스타그램을 찾아 팔로잉해 놓으면, 내 취향에 맞는 새로운 인스타그램을 부지런히 추천해 준다. 오늘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친구들을 여럿 추천 받았다. 새 친구들은 조금 더 살펴본 후 다음에 소개를.
원문: 꼬날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