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파동이 터진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이슈는 여전히 뜨겁다.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이 함께한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실험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10개 생리대 모두 발암성 물질 및 피부 자극을 유발하는 성분이 발견된 것이다.
증권가 찌라시에서는 ‘3개월 이내에 생리대 판매량이 정상화 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화가 난다. 하지만 크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생리대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힘든, 말 그대로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력감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작년의 ‘치약 사태’도 그랬다.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자료를 통해 알레르기성 피부염, 안면 발진, 비염, 기침 및 호흡곤란 증세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독물질이 유명브랜드들의 치약에 포함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때도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신문에서 언급되던 브랜드를 기억해두고 잠시 구매를 꺼릴 뿐이다. 그러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는 반쯤 포기한 마음으로 마트에 전시된 1+1 제품에 손을 가져간다. ‘제품 회수 등의 조처를 했으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기업들의 말을 애써 믿으면서 말이다.
각종 사태 이후로 국내 상품에서 아예 고개를 돌린 소비자들도 있다. 11번가의 해외 직구 뷰티/헬스 카테고리는 지난해 9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전년 동기보다 거래액이 78% 증가했으며, G마켓의 경우에도 2년 전에 비해 생활용품 직구 주문이 30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핸드메이드 열풍도 거세다. 포털 사이트에서 ‘수제’를 지면 치약, 비누 등 각종 생활용품의 제작 매뉴얼들이 등장한다. 단순하게 정보만 검색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각종 교양강좌 및 원데이 클래스 같은 다양한 강좌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안전한 생활용품을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소비자들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너무 번거롭다. 말 그대로 ‘생활용품’이 아니던가. 아마존에서 텔레비전을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독일 맥주 장인의 손맛이 깃든 맥주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맨날 쓰는 생활용품을 구하기 위해서 매번 이런 과정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일이다.
소비자가 원할만한 대체재가 뾰족하게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생활도감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치약이 은근히 입소문을 탄 적이 있다. 시작은 ‘제품 전성분 공개’였다. 치약 사태 당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성분이 치약에 포함되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많은 기업은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적으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분 관리 담당도 제각각이다. 살균제는 보건복지부, 소독제는 환경부, 습기제거제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명확한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생활도감의 대처는 특별했다. 치약에 사용되는 모든 성분을 공개한 것이다. 공개 방식도 일반적인 방식과 조금 달랐다. 화학기호만 봐도 머리가 아픈 일반 사용자들을 위해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서 공개를 진행했다.
내가 숨 쉬듯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굳이 공부하거나 준비하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상식을 실천하는 생활도감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1세기 헬조선에서 보기 드문 똑똑한 기업 생활도감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천연비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 하나 믿을 것 없는 최근 분위기에 오랜만에 믿을만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어 안심이 된다. 몸의 이물질을 씻어내는 비누처럼, 우리 일상에서 미세먼지처럼 묻어 있는 ‘불신’이라는 단어를 씻어낼 상품이 생활도감을 시작으로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