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마케터가 대학생에게 드리는 글’ 3번째입니다. 그간 1편에서는 ‘학벌’을 2편에서는 ‘취업 스펙’을 다뤘는데요. 이번에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취업하는 데 있어, 보다 직접적 내용을 고민해볼까 합니다. 바로 ‘인하우스’와 ‘에이전시’의 차이.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뭔가요?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데 있어 대개 2가지 분야를 마주하게 된다. 이 ‘인하우스’와 ‘에이전시’다. 사실 나도 취업 전에는 이 의미를 잘 몰랐던 것도 같은데… 먼저 짚고 넘어가자.
먼저 ‘인하우스’에 대해 알아보자. 이는 기업/기관 등에 소속되어 해당 회사의 이메일 계정과 명함을 부여받는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를 말한다. 이를테면 현대자동차 마케팅팀, PR팀, 광고팀 등의 그냥 현대자동차 직원을 일컫는다. 이보다 더 구체적인 의미로 자기 브랜드와 제품, 혹은 내/외부 공중을 갖고 있는 사원을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대개의 경우는 이와 관련한 업무만을 수행한다.
다음으로 ‘에이전시’가 있다. 보통 대행사로 더 많이 불리는데, ‘에이전시’라고 하면 뭔가 좀 안 낮춰 부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름에서도 느끼듯, 기업이 처리하기 어렵거나 특정한 이유가 있는 업무를 외부에서 대신 수행한다. 많은 경우 인하우스 담당자와의 협업 체계가 구축된다. 많이 들어보았을 ‘제안’이라고 말하는 비딩을 통해 사업이나 업무를 수주하고, 프로젝트나 연간 단위로 이를 대행한다.
‘갑’인 인하우스에서 시작하고 싶어요
물론 현업의 마케터들도 그런데, 취준생 역시, 에이전시보다는 인하우스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원적으로는 인하우스가 갑이니까. 갑과 을의 관계 말고도 갑이 의미하는 바는 많은 혜택과 권리와 배경을 말해주니까.
다만, 마케터나 커뮤니케이터를 꿈꾸는 대학생이라면 인하우스 업무의 특성을 보다 명확히 인지하는 게 뭐 나쁘지 않겠다.
- 많은 친구들이 우선 선택지에 올린다는 얘기는,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괜찮은 기업의 괜찮은 팀, 그러니까 좋은 브랜드나 제품을 가지고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훌륭한 사수와 팀장 밑에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말하자면 <미생> 같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은 대다수 취준생들에게 끝내 허락되지 않을 거다. 이를테면 마케팅에 대해 “그거 전단지나 뿌리는 일 아냐?”라고 말하는 문외한만 있거나, “요즘 젊은 친구들이 SNS 잘한다며?” 하는 관리자 하나 있는 포지션. 이거 그렇게 낯선 스토리 아니다.
- 에이전시 마케터와 인하우스 마케터가 하는 일은 차이가 크다. 인하우스는 에이전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말은 즉 ‘관리’에 특화된다는 이야기. 극단적으로는 대행사를 손발로 삼을 뿐, 해당 업무에 대한 진정한 지식이나 경험은 쌓지 못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신제품 출시해 조선일보 피치는 했지만, 몇 년째 보도자료 기본 템플릿도 모를 수 있다. 가능한 얘기다.
- 대신 인하우스 마케터는 보통 해당 브랜드와 제품을 A부터 Z까지, 그리고 깊게 판다. 이 과정에서 에이전시 담당자는 얻을 수 없는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홍보/광고는 단순히 지엽적인 이야기이고, 하나의 브랜드와 제품이 탄생하고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함께 할 수도 있다. 원한다면 내노라하는 전문가를 부르거나, 다양한 업무를 그리기도 한다. 이건 참 멋진 일이다.
- 다만 해당 사업 분야, 극단적으로는 자기 회사에만 밝아지기도 한다.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라는 ‘업’을 찾는 데 있어, 시야가 좁은 마케터는 쓸 수 있는 무기가 한정된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인하우스 담당자, 그것도 신입에게는 마케팅 업무와는 상관없는 일이 참으로 많다. 업으로서 마케터를 바라보기에 용이할까? 힘들까? 관련한 이야기는 「에이전시에서 기업 인하우스 담당자가 되어 달라진 것」을 좀 더 참고해보길.
어떤 ‘에이전시’를 선택해야 하나요?
인하우스와 달리 에이전시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만을 맹목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 집단이다(뭐, 적어도 대개 이를 지향한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전시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은, 업을 좀 더 깊고 폭넓게 경험하고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제는 1) 세상에는 정말 많은 에이전시가 있다. 2) 대개의 회사는 막상 취업 닥치기 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다. 3) 그리고 조금이라도 들어본 곳은 내가 가기 힘들다(…)
좋은 에이전시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어떤 게 있을까? 본질로 돌아가 보자. 에이전시는 기업/기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다.
- 어떤 솔루션을 갖고 있는가? 에이전시는 해당 분야를 디립다 파는 곳이다. 그래도 살아남기 힘들다. 이에 따라, 해당 회사가 지향하는 분야가 무엇이고 어떤 방법론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이게 나랑 맞는가? 내가 원하는 것인가? 비전이 있는가? 물론 대부분의 에이전시는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다. 다만, 코어에 무엇이 있는지는 홈페이지의 연혁이나 성과들을 쭉 살펴보면 드러난다.
- 어떤 업적을 쌓아왔는가? 회사는 브랜드와 제품으로 말하고, 에이전시는 실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이 실적은 클라이언트와 수행 케이스로 짐작해볼 수 있다. 어떤 기업을 맡아왔고 현재는 어떠한가? 주의할 것은 우리나라에서 삼성, SK, 현대자동차 중 하나를 케이스로 언급하는 에이전시는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에이전시의 수와 거의 동일할거다. 중요한 것은 그 브랜드의 어떤 업무를 수행했고 그 성과는 어떠했는지가 중요하다. 이때 판단 지표는 유명한 대기업>대기업>떠오르거나 마케팅적으로 유의미한 브랜드=공공기관>중소기업 정도의 순서이다. 공공기관은 레퍼런스 차원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성과나 일의 수준으로 판단하기는 힘들 수 있다.
- 규모가 어떠한가? 물론 규모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대학생들이 이를 보다 안정되고 많은 역량을 보유했다는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다만, 좀 더 고민해볼 것. 어떤 선배가 있고, 어떠한 팀에 지원하는가? 어떤 역량과 비전을 갖고 있는가? 이런 관점에서는 작은 회사, 연혁이 짧은 회사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 초봉이 어떠한가? 돈은 물론 중요한 가치다. 직장인은 다 때려치우고 “그래서 얼마 받는데?”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라고는 꼭 말할 수 없지만, 이게 틀린 말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신입에게 연봉이 첫 번째 고려 대상일까? 물론 2천도 안 되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몇백 차이에 혹하는 것도 좀 아닌 것 같다. 무슨 얘기냐면, 당신이 마케터·커뮤니케이터의 업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당신의 가치를 키울 수 있는 회사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게 마땅하다. 이때 적어도 3~4년 차 이상의 선배의 조언을 구할 것. ‘나쁜’ 회사는 분명 존재한다. 반대로 좋은 에이전시는 마케터의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 마지막으로. 에이전시는 빡세다. 남의 일 대행해주고 돈 받는 게, 그것도 삼라만상 다 다루는 헬조선의 마케터·커뮤니케이터에게 빛 좋은 개살구. 현실은 시궁창. 워라벨은 포기다. 다만 주니어 때 할 수 있고, 해야 하며, 그때만 끓어 오르는 열정이 있다. 이때 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실존적 의미에서 나중에는 아예 할 수 없다. 그리고 잘 쌓은 주니어의 경험은 10년 차 언저리까지는 어찌어찌 이어질지도.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로서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은
‘인하우스’ 그리고 ‘에이전시’는 분명한 장단점이 있다. 어느 것이 더 낫고 어느 것이 우위에 있다 말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현실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무엇이고, 여기서 자신에게 적합한 선택을 하면 그만이다.
다만, 어디에 가든 부단한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 자리에 따라 환경이나 방식, 노력의 방법은 다르다. 다만 연차나 수준에 상관없이 항상 공부하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것은 같다. 많은 연차와 나이는 ‘당신의 경험은 존중하지만 아닌 건 아닙니다.’의 의미일 뿐이다. 그렇게 커리어를 쌓지 않으면, 40대 이후는 보장할 수 없다. 그게 당신이 택하려는 이 업의 숙명이다.
뭔가 있어 보이고 딱딱한 얘기만 줄창 한 거 같다.;;; 이 주제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이야기는 현업 마케터, 커뮤니케이터 179명의 생각을 정리한 아래 글을 참고해보면 좋다.
이상.
원문: 짬뽕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