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무역협회 부설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반도체의 수출 신화와 수출경쟁력 국제비교』 보고서 내용 일부를 공유한다. 보고서 전체를 구해 읽어볼 것을 권한다.
요약
올해 반도체 수출액이 단일 품목으로는 사상 최고치인 9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반도체는 고부가가치 기술집약형 제품으로 여타 정보기술(IT) 제품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데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대비하는 데도 지렛대 역할을 수행해 양적 성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올해 들어 1∼8월 중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보다 52% 증가한 595억 달러를 기록하여 앞으로 연말까지 월간 80억 달러(최근 3개월 평균)를 유지할 경우 연간 900억 달러 돌파가 무난한 상황이다. 이는 지난 40년간 매년 15%씩 증가한 데다 올 들어 전체 수출의 16%를 담당할 정도로 호조를 보인 결과다. 올해 반도체는 전체 무역흑자액에서 절반 정도를 담당하여 안정적인 국제수지 유지에 기여하며, 1992년 이후 총 21번에 걸쳐 수출품목 1위 자리에 랭크된 바 있다. 또한 반도체는 ‘Made in Korea’라는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기준으로 반도체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8.3%로 세계 5위지만 메모리 반도체로 범위를 좁히면 27.0%로 뛰어올라 압도적 1위다. 비교우위지수(RCA)로 살펴보면 한국은 중국, 대만 등과 함께 경쟁력이 제고되는 추세인 반면 미국과 일본은 하락했다. 수출경합도(ESI)는 한·중 간에 상승하는 반면 한·일, 한·미 간에는 각각 하락하는데 이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함에 따라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듦을 나타낸다. 한·중 간 기술격차는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에서 2∼3년의 기술격차가 있을 뿐 대부분은 1∼2년으로 단축된 상태다.
반도체 수출 신화는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 수준을 계속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벨류체인을 구축하여 효율적인 생산 및 수출시장을 확보한 결과이다. 앞으로도 반도체가 한국 수출호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기술투자를 확대하고 인센티브 시스템 강화를 통해 인력 유출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메모리는 물론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산관학 협업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와 같은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성장동력을 창출해 내야 한다.
반도체 수출의 위상 변화
1. 반도체 수출의 역사
반도체 수출액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 = 수출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 1970년 아남반도체가 21만 달러를 미국으로 최초 수출한 이후 1994년 100억 달러, 2010년 500억 달러, 2014년 600억 달러를 각각 돌파.
1968년 서울 화양동에 아남반도체가 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1974년 1월 경기도 부천에 한국반도체 설립 이후 같은 해 12월에 삼성전자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생산이 본격화됨. 1981년 정부가 ‘반도체 공업육성계획’을 통해 정책적 지원의 기틀을 마련. 삼성전자가 1983년 12월에 64K DRAM을 개발한 데 이어 1992년 8월에 64M DRAM을 세계최초 국산화하여 일본, 미국에 이어 반도체 생산 Big3 국가로 성장.
반도체 수출은 1977년 3억 달러에서 2016년 622억 달러로 연평균 14.7% 증가하면서 동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서 10.9%로 3배 이상 상승. 1994년 반도체 수출(106억 달러)이 100억 달러를 초과하면서 수출 비중도 두 자릿수(11.0%)를 기록하기 시작.
메모리 반도체가 지속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데다 시스템 반도체도 금년 들어 무역 적자에서 소폭 흑자로 전환되면서 한국무역의 흑자를 공고히 함.
- 메모리 반도체 무역수지(억 달러): (’15) 254 → (’16) 268 → (’17. 1~7) 272
- 시스템 반도체 무역수지(억 달러): (’15) -9 → (’16) -20 → (’17. 1~7) 3
2. 수출 주력품목에서 반도체의 위상
1977년 주력 수출품목 중 9위를 기록한 반도체는 1992년 처음으로 수출 1위 품목으로 자리 잡은 이후 26년 동안 총 21번 수출 1위 품목을 차지. 1980년대 후반 시작된 수출품목 다변화와 1990년대 전자와 자동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수출 품목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며 수출 상위권에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등이 부상.
1980년대 초반 수출 1위 품목은 의류(전체 수출의 11.7%를 차지)로 노동집약적 경공업 품목의 수출이 주를 이룸. 반도체는 2004년 자동차에 1위를 내주고 2008년에는 5위로 밀려났지만 2009년에 2위, 2011년에는 3위를 각각 기록한데 이어 2013년부터 1위로 다시 올라서 수출 1위 품목으로 자리를 지킴.
- 수출 1위 차지 횟수(회, ’77 ~ ’17): (반도체) 21 (의류) 12 (선박) 5 (자동차) 1 (석유제품) 1
반도체의 수출경쟁력 국제비교
1.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2016년 8.3%로 세계 5위를 기록(홍콩을 중국에 포함하면 4위). 중국(홍콩 포함)이 28.8%의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어 대만, 싱가포르, 한국, 미국, 일본 등이 상위권을 구성.
세계 반도체 수출시장에서 중국(홍콩 포함)과 대만,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상승한 가운데 일본, 싱가포르 등은 하락. 우리나라의 세계 반도체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1년 7.4%에서 2016년 8.3%로 0.9%p 상승하면서 2012년부터 일본을 앞서기 시작.
- 주요국 반도체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 변동 폭(2011~2016년, %p): (중국, 홍콩 포함) 8.4 (대만) 1.5 (싱가포르) -1.8 (한국) 0.9 (미국) -1.1 (일본) -2.6
- 중국과 대만은 파운드리, 싱가포르는 패키징·테스팅 중심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수출 1위로 2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1년 23.9%에서 2016년 27.0%로 상승세 지속. 최근 화웨이·오포·비보 등 중국 업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을 확대하면서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탑재가 늘어 물량과 더불어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도시바가 2017년 해외기업에 매각될 위기에 처하는 등 그 기반이 약화.
올 들어 매출액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메모리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2/4분기에 PC DRAM에서 73.5%, 낸드플래쉬는 45.5%를 각각 기록. 금년 1/4분기에 비해 2/4분기 우리나라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PC DRAM에서 0.5%p, 낸드플래쉬는 0.4%p 상승.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에서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순위는 7위로 5% 내외의 시장 점유율을 보임. 중국(홍콩 포함)이 25.6%의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어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이 상위권을 차지. 세계 시스템 반도체 수출시장 점유율은 중국(홍콩 포함), 대만 등이 상승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2011년 5.4%에서 2016년 4.7%로 0.7%p 하락
- 시스템 반도체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 변동 폭(2011~2016년, %p): (중국, 홍콩 포함) 6.4 (대만) 2.3 (싱가포르) -3.1 (미국) -0.4 (한국) -0.7 (일) -2.1
2. 현시비교우위지수(RCA)로 살펴본 주요국 수출경쟁력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세계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했으며 경쟁력이 개선되는 추세. 세계 반도체 수출 7위권 이내 국가 중 중국(홍콩 포함), 대만, 한국, 일본 등은 RCA 지수가 1 이상으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함. 일본, 싱가포르의 수출경쟁력이 확보되었으나 그 수준이 낮아짐. 우리나라 반도체의 RCA 지수는 2011년 2.43에서 2016년 2.68로 상승.
반도체 중 메모리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주요국 대비 높은 수출경쟁력을 보유했으나,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임.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RCA 지수는 2011년 7.89에서 2016년 8.68로 상승하면서 경쟁력이 개선되는 모습. 시스템 반도체는 RCA 지수가 1 이상을 유지했으나 2011년 이후 하락하는 추세.
- 시스템 반도체 RCA 지수(2016년): (대만) 9.09 (싱가포르) 6.85 (중국, 홍콩 포함) 1.56 (한국) 1.50 (미국) 0.76 (일본) 0.76
3. 수출경쟁 현황 분석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수출경합도(ESI) 지수는 미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은 낮아지는 반면 중국은 가파른 상승 추세. 2016년 기준 한·중 ESI 지수는 71.0(홍콩 포함 시 66.7)로 주요국 중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일본(53.0), 미국(52.7) 순임.
중국과 우리나라 간의 ESI 지수는 2011년 57.3(홍콩 포함 60.8)에서 2016년 71.0(66.7)로 5포인트 이상 상승. 일본, 미국, 싱가포르, 대만과 우리나라 간의 반도체 ESI 지수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경쟁 정도가 약화.
- 한·중 간 반도체 수출 경합도 지수: (’11) 57.3 → (’15) 65.91 → (’16) 71.0
결론 및 향후 과제
2017년 수출 전선에서 반도체가 신화를 만들어 감.
반도체는 금년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에도 선진국 대비 비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중국의 추격이 매서워 향후 지속적인 경쟁력 보유를 낙관할 수 없음.
중장기적으로 반도체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메모리 분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한 노력이 시급.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가 74% 차지) 중심의 세계 반도체 시장과 괴리된 구조를 가짐.
- 전 세계 수출시장 반도체 분야별 비중(2016, %): (메모리) 19.0 (비메모리) 81.0
-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분야별 비중(2016, %): (메모리) 56.6 (비메모리) 43.4
반도체 생산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나 설계기술을 비롯한 전반적인 기초 기반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취약함. 특히 반도체 기술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경쟁이 심화해 기술력의 지속적인 제고가 절실. 한·중 간 기술격차는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에서 2∼3년의 기술격차가 있을 뿐 대부분 1∼2년으로 단축된 상태.
우리나라 반도체 특허 출원 건수는 2007년 7,583건에서 2016년 4,241건으로 지속적 감소. 외국인 특허 출원 건수는 2,000건 내외로 유지한 반면 내국인 출원 건수는 2007년 4,928건 대비 2016년 1,936건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
인적 자원 측면에서도 반도체 관련 인재의 해외유출과 국내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으로 산업 내 공조 협력체제 형성에 어려움이 있음. 1년에 약 1~2만 명의 반도체 관련 학과에 입학하여 1,000명 정도가 석·박사로 졸업을 하지만 대부분 반도체 업체가 아닌 콘텐츠, 디자인계열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현실임.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나서면서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스템 반도체에서 메모리 반도체까지 모든 영역에서 우수한 인재를 스카우트함.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동일한 언어권에 속한 대만 업체에서 팀 단위 기술 인력을 영입함과 동시에 한국·미국 등 반도체 기술 선진국에서의 우수인재 스카우트에도 힘씀. 정부와 기업이 기존 인력에 대한 처우개선과 자기개발과 기회제공 등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며 사후 인센티브 강화로 우수인재 보상시스템 도입이 필요.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 대응 및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표준설계에 의존한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 설계기술 개발에 R&D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음. 차세대 반도체 분야로서 수요가 급격히 발생하는 저전력·초경량·초고속 시스템 반도체의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
산학관연 간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유관기관과의 교류, 해외 업체와의 인수합병(M&A) 및 전략적 제휴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기 어려운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기술개발투자에 정부와 기업, 대학, 연구소가 협력해서 R&D 자금을 공동으로 출자하여 원천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 생태계를 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