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도 많고 땅도 넓은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을 이야기하면서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렇게 말하는 데는 나름대로, 그리고 말하는 사람마다 이런저런 근거가 많을 것이다. 내수시장이 큰 데다가 국내적으로 정치 상황도 안정된 편이다. 더구나 정부는 꾸준히 경제 발전을 목표로 내세우고 부존자원도 풍족하다.
하지만 성장잠재력이란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객관적인 지표로 살폈을 때 성장잠재력이 같은 두 나라도 시간이 지나고 돌아본 실제 경제 성장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으며 실제 그런 경우도 많이 본다.
몇 년 전 자카르타에서 짧게 일한 경험이 있다. 당시 현지 경영자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과제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현지 금융업체의 한 간부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던 중 “인도네시아는 정말 성장잠재력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상대에 대해 칭찬도 할 겸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고맙다고 답하는 듯하더니 화라도 난 것처럼 다소 흥분해서 “그런 소리 다신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었다.
무안하면서도 의아해하는 내게 그 사람은 “그런 말은 아마 천 년 전부터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성장잠재력이라는 것은 실현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다. 실제로 다음 그림을 보면 그 반응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질구매력평가(PPP) 환율을 기준으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의 1인당 GDP를 해당 연도 미국 GDP 대비 퍼센트로 환산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일단 연도별로 퍼센트를 구한 다음 다시 퍼센트 수치별로 재배열해 각각 10% 정도일 때를 기준으로 재배치하고, 그다음 연도별 변화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미국 대비 중국의 1인당 GDP는 10%에서 15%까지 성장하는 데 약 6년 걸렸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무려 17년이나 걸렸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의 미국 대비 1인당 GDP 비율은 19년 차부터 다시 하락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으며 20년 차에는 35%에 육박하고 있다.
이렇게 두 나라 사이의 성과 차이를 설명하는 요인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중국이 정상적이 아니라거나 운이 좋았다거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중국보다 잠재력을 현실화하지 못했다는 점을 부인할 방법이 없다.
그림 중간에 인도에 대한 자료가 포함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이며 영토도 세계 최대 가운데 하나다. 핵보유국이며 영어 구사 능력도 뛰어나다. 국민의 지적 능력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수학 실력은 유명하다. 그런 것을 포함해 인도에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본다.
실제로 인도는 미국 대비 1인당 GDP 비율 면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비교하면 그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여전히 중국과 비교하면 훨씬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미국 대비 1인당 GDP 비율이 10%에서 15%까지 성장하는 데 중국은 약 6년이 걸린 반면 인도는 11년이 걸렸다. 물론 인도네시아의 16년보다는 짧다.
앞으로 이런 추세를 지속한다면 거대한 인구와 영토를 고려할 때 또 하나의 경제 대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성장잠재력이 크다. 성장잠재력을 실제 성장으로 실현시켜야 하는 제일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인도의 1인당 GDP는 겨우 미국의 15%를 돌파한 낮은 수준이다. 아직 성공을 말하기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