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부른다. 소슬한 가을바람이 불고 녹색의 이파리들이 온몸에 색을 더하며 하나둘 떨어지는 이 낭만적인 계절만큼 책과 어울리는 계절이 또 있을까?
이처럼 ‘독서의 계절’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출판계에선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각양각색 책이 우리의 뇌와 감성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음에도 정작 독자들은 읽을 준비조차 하지 않는 것이 함정.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성인의 64.9%, 학생의 51.9%가 스스로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일 또는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성인 34.6%, 학생 31.8%)’가 1위를 기록했으며,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성인 23.2%, 학생 24.1%)’가 뒤를 이었다.
게다가 2016년부터 최근 1년 동안 연간 평균 독서량은 8.7권으로, 2015년의 9.6권에 비해 약 1권 정도의 책을 덜 읽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범국민적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독서량. 바쁜 일상 속 책 읽을 겨를조차 없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하는 현대인을 위해, 여느 때보다도 ‘책 권하는 사회’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최근 현대인들을 위한 신개념 서재가 탄생해 화제를 모은다. 일상 속 오가는 대중교통 속에서 손쉽게,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서재’가 마련되었다.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하는 인파만이 전부였던 신분당선 정자역. 요즘 이곳에 독특한 광경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바로 지하 2층 환승 통로 내 마련된 ‘경기도 지하철 서재’. 아기자기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이 경기도 지하철 서재는 지하철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열린 서가 방식의 문화공간이다.
지하철 서재에 비치된 책은 약 400여 권. 일자리, 주거, 데이트폭력 등 최신 사회 이슈를 주제로 엮은 13종의 컬렉션은 물론, 지역 서점 및 독립출판 코너로 알차게 구성돼 있다.
책 읽는 문화를 확산함으로써 저조한 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된 이 지하철 서재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책을 멀리하는 현대인들에게 ‘읽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는 평을 받으며 이용객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인의 일상을 상징하는 지하철에 마련함으로써,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숨 고르고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독서하지 않는 것이 독서 트렌드’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올 만큼, 책 읽는 인구가 감소하는 요즘. 책 빌릴 틈도 없는 현대인들에게, 따로 시간 내지 않고 손쉽고 편리하게 책을 접할 수 있는 이러한 ‘서재’들이야 말로, 독서 문화를 확산시키는 촉진제로 작용하지 않을까?
원문: THE NEXT STORY / 글: 은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