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f Dollar and Data의 「When There is Blood in the Streets」를 번역한 글입니다.
18세기의 은행가 배런 로스차일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거리에 선혈이 낭자할 때가 매수할 적기다.”
로스차일드는 이 신조로 워털루 전투에 따른 공황 상태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 조언은 말이 쉽지 실행에 옮기기는 아주 어렵다. 몇 가지 일반적인 규칙만으로 거의 모든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개인 금융·투자 업계에도 문제가 있다. 그 순간에는 조언을 내놓지 않다가 나중에 가서 ‘그랬어야 했다’고 떠드는 게 문제라는 말이다.
1920년대 후반 이후 S&P 500 지수의 하락폭을 보자. 여기서 하락폭이란 사상 최고치에서 하락 수준을 의미한다. 주가가 100일 때 하락 시작했다면 주가가 다시 100 위로 올라서기 전까지는 하락폭 안이다. 더 중요한 것은 로스차일드의 조언이 암시하는 것처럼 “거리의 선혈이 낭자한” 시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공식적인 정의는 없지만 30% 이상 주가가 하락한 시기를 “거리에 선혈이 낭자한” 시기로 하자. 아래에서 볼 수 있듯 1920년대 후반 이후 S&P 500 지수가 초기 30% 이상 하락한 경우는 6차례였다(검은색 점은 하락폭이 처음 30%를 넘어선 달을 나타낸 것이다).
이 6차례의 30% 이상 하락에 더해, S&P 500 지수가 40% 이상 하락한 경우가 4차례, 50% 이상 하락한 경우가 3차례였다. 이런 일이 앞으로도 일어날지, 일어난다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역사를 통해 살펴볼 때 50년의 투자 기간 동안 4차례의 30% 이상 하락과 2차례의 50% 이상 하락을 각오해야 한다. 시장 역사를 감안할 때 적당한 각오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거리에 선혈이 낭자할 때는 어떤 모습일까? 이를 상상해 보기 위해 데이터를 통해 가장 유명한 미국 주식 시장 위기 당시의 시장 최고점을 정렬하고 색인화했다. 각각의 사상 최고치에서 시장이 어떻게 무너져 갔는지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1929년 시장 붕괴와 1974년(1973년 최고점), 1987년, 2000년, 2008년(2007년 최고점)의 시장 붕괴를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다. 아래 차트는 100으로 기준으로 5개 시장 고점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추락과 반등을 진행했는지 보여준다. 차트 우측에 나타낸 연도를 보고 어떤 선이 어떤 고점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위 차트에 나타난 바와 같이, 각각의 시장 붕괴의 진행 모습은 상이하다. 대공황과 닷컴 거품은 고점에서 바닥을 찍을 때까지 거의 3년이 넘게 걸린 반면 1987년의 시장 붕괴는 신속하게 해결되었고 2년도 안 되어 전 고점을 회복했다. 10년 이상을 살펴보기 위해 시간 축을 넓혀보면 주식 시장 붕괴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볼 수 있다.
이 차트에서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닷컴 거품과 2008년 대불황을 합해보면 대공황이 시작되고 10년 기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두 가지 사건이 같은 수준의 금융 시장 혼란을 가져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녹색 선으로 나타낸 대공황 시기를 보면 (닷컴 거품의) 검은색 선보다 훨씬 낮고 훨씬 오래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대공황의 경험이 닷컴 거품 + 대불황보다 훨씬 더 나빴음을 예증하는 것이다. 실제 주가 변화는 10년 후에 같은 지점에서 끝나기는 하지만 말이다. 순전히 우연의 일치 일지라도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조언을 따르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이유
이제 “거리에 선혈이 낭자한” 시기를 활용할 수 없는 이유를 살펴보자. 대공황 당시의 1년간을 상상해보자. 앞선 정의에 따르면, 미국 주식 시장이 이미 30% 하락폭을 겪었기 때문에 “거리에 선혈이 낭자한” 시기가 맞다. 하지만 시장은 추가로 2년간 하락을 지속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64% 하락할 것이다.
거리에 선혈이 낭자할 때 매수를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 많은 피가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이것은 시장 붕괴 동안 매수하는 데 있어 나타나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바닥을 잡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너무 오래 현금을 보유하면서 바닥이 나타날 때를 기다리면 바닥을 완전히 놓칠 수도 있고, 진정한 바닥이 되기 전에 매수에 나설 수도 있으며, 더 낮은 주가에 매도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최선의 행동은 전혀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거리가 빨갛게 물들 때 반응하지 말라
시장 붕괴 상황에서 따라야 할 충고가 있다면 절대 반응하지 말라는 것이다. 반응할 때 나타나는 효과는 도움이 되기보다는 손실로 이어지는 결정을 내릴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만일 충분한 긴급 기금이 있다면 시장 붕괴 이전과 같은 정도로 시장 공황 동안에도 매수에 나설 것이다. 그렇다, 매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 말이 미덥지 않다면 워런 버핏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의 말을 떠올려 보라. 멍거는 BBC와의 인터뷰 초반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 세기에 두세 차례 시장이 50% 하락할 때 침착하게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보통의 주주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평범한 결과만 손에 쥘 수밖에 없다.
멍거와 버핏은 주가가 하락할 때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투자자는 그렇게 해선 안 된다. 멍거와 버핏은 자산의 가격이 싸지면 싸질수록 계속 매수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 자본을 가졌지만 아마도 여러분은 그렇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의 여유 자본은 실업 등 긴급 시에 사용되어야 할 것이고 그 외의 상황도 오직 자신만 알 것이다. 다음 시장 붕괴 상황에서 행동하지 않겠다고 지금 당장 결심하기는 쉽다. 그때가 되었을 때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