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는 시장을 이길 수 없을까?
최근 한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강세를 보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초 이후 5월 24일까지 종합주가지수(KOSPI)는 14.4% 상승했지만,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9.9%에 불과하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21.2% 그리고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19.5%의 성과를 올렸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올해에만 국한되지 않는 데 있다.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연평균 수익률은 -20.9%인 반면, 같은 기간 KOSPI 수익률은 연평균 4.5%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의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의 연평균 수익률은 21.2%, 그리고 외국인 투자 종목의 연평균 수익률은 무려 23.8%에 달한다. 즉,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반면 개인투자자는 손해 보는 구조가 만성화되어 있는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의 곽노걸·전상경 교수는 정보격차가 수익률의 괴리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두 교수는 1998년 이후 2010년까지의 외국인과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성과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현상을 발견했다.
- 첫 번째,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보다 월등한 성과를 기록했다.
- 두 번째, 외국인의 탁월한 성과는 외국인 투자자가 우월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세 번째,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탁월한 성과를 기록했다.
곽노걸·전상경 교수의 발견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 특히 그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우월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력의 격차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바다 건너 한국 기업의 사정을 왜 더 잘 알까?
더 나아가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손쉽게 한국 기업을 방문하고 또 전화해서 영업 상황을 물어볼 수도 있는데, 왜 정보격차가 발생하는 것일까? 특히 전자공시 시스템 등을 통해 앉은 자리에서 기업의 핵심적인 재무 데이터를 볼 수 있는데?
정보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의 정보력 격차 문제를 처음으로 다룬 사람이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애커로프다. 그는 1970년 발간한 논문 “레몬시장 불확실한 품질과 시장 작동구조”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에 주목했다.
애커로프의 논문은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 공급자는 자신이 공급하는 중고차의 품질을 정확하게 아는 반면, 구매자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시장에 있는 중고차 중 절반은 제대로 된 좋은 자동차이고 나머지 절반은 보기에만 그럴듯하지 실제로는 제시 가격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구매자는 이런 비율을 알고 두려움에 떨면서 중고차를 사러 간다. 그들은 ‘레몬’을 잡을까 봐, 즉 잘못된 자동차를 사게 될까 봐 두려워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구매한다. 하지만 어쩌다 레몬을 선택하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일단 가격을 깎고 본다. 왜냐하면, 좋은 자동차를 평균적인 시세보다 싸게 산다면 전에 사기당해서 본 손해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차 시장은 ‘역선택’ 문제에 직면한다. 역선택이란,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의 품질에 대한 불신이 지배하면 좋은 상품 공급자들이 아예 중고차 시장에 물건을 내놓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결국, 중고차 시장에는 레몬만 득실거리고,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괜찮은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좌절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주식시장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왜냐하면, 중고차 시장보다 주식시장에 유통되는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아, 어떤 것이 가치를 지닌 진정한 정보인지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드레먼은 『역발상 투자전략』 3부 7장에서 다음과 지적한다.
새로운 정보가 더 많이 쌓인다고 해도 정확도는 아주 미미하게 상승한다. 경마도박사를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노련한 경마도박사 8명에게 우승마를 고르는 데 중요한 정보 5~40개를 차례로 주었다.
받는 정보가 늘어날수록 우승마를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은 높아졌지만, 우승마를 맞추는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자신감은 높아졌지만, 승률은 높아지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우리는 이미 ‘비극’을 예감하게 된다. 명지대학교의 변영훈 교수에 따르면, 매매회전율이 높은 사람일수록 성과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의 수익률이 높았는데, 그 이유가 너무나 놀라웠다. 남성의 총 수익률은 연간 0.79%였지만, 매매회전율이 여성보다 월등히 높아(월 평균 21.95%) 매매비용을 뺀 순 수익률은 -2.86%에 불과했던 것이다. 반면 여성은 총 수익률은 연간 2.06%, 그리고 순 수익률은 -1.66%로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월간 매매회전율을 기준으로 5개의 그룹을 나눠 살펴본 결과, 매매회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연간 총 수익률이 -5.06%를 기록한 데 비해 매매회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이 무려 29.93%의 총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과 같은 연구는 드레먼의 지적을 확인시켜준다. 즉 정보가 늘어난다고 매매를 많이 해봐야, 투자 성과는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비용을 제외한 순 수익률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 많은 정보’가 아닌 ‘더 정확한 정보’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럼 어떤 게 ‘정확한 정보’일까? 그것은 데이비드 드레먼이 이 책의 11장과 12장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바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배당을 지급하고 주가수익배율(PER)이 낮으며, 순자산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게 거래되는 기업들에 대한 정보가 투자자의 수익률을 높여주는 정확한 정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제기된다. 배당을 지급하고 이익도 잘 나는데 왜 주가가 내재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될까?
이런 기업들은 보통 불황에 집중적으로 출현한다.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는 과정에서 좋은 기업들도 함께 주가가 폭락하는 일은 일상다반사라 할 수 있다. 불황이 아닌 시기에는 각종 추문이나 일시적인 난관에 빠져 있을 때,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게 거래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주식들이 눈에 띌 때가 항상 부정적 정보, 다시 말해 ‘부정확한 정보’가 우세한 시점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드레먼은 장기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주식은 탄탄대로로 순항할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물가가 급등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시대에도 주식은 잘 나갔다. 몇 년 전 “주식에 장기투자하라”의 저자 제레미 시걸 교수는 내가 요청한 몇 가지 자료를 보냈다.
192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부터 세계 2차 대전 이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하이퍼인플레이션 시절 주식 동향을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이 국가들의 통화 구매력은 과거에 비해 10억 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모두 주가는 인플레이션을 상쇄할 만큼 주가가 상승한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 속도보다 주가가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
오늘날처럼 침체된 시장에서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홈런을 칠 필요는 없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 성적이 탁월할 것이다(참고로 이 책은 2011년에 쓰여졌다! 이후의 수익률을 생각해보라!). 역발상 전략의 장기 성공을 신뢰해 제 11장과 제 12장처럼 역발상 주식들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수 십 년 동안 운용한다면 시장보다 상당히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한국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두 가지의 대안이 있다. 첫 번째, 이 책을 읽고 열심히 공부해서 시장을 보는 눈. 특히 진정한 정보를 골라내는 눈을 키우는 것이다. 수 백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어낼 인내심을 가진 진지한 투자자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선택은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 전략과 비슷한 운용 스타일을 가진 펀드나 상장지수 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가치투자의 명가로 유명한 다양한 운용사들이 존재하며, 또 최근에는 주요 운용사들이 다양한 가치투자 유형의 상장지수 펀드를 출시하고 있기에 종목을 골라 장기 보유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위탁’할 수 있다.
부디 많은 독자들이 데이비드 드레먼의 가르침을 수용해,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끝으로 이 역작을 출간하기로 결심한, 이레 출판사와 역자 그리고 편집부의 직원 모두에게 감사한다는 말 전하고 싶다.
원문: 홍춘욱의 시장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