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와 아마존 A9, 그리고 샌 브루노에 위치한 유튜브 본사를 다녀왔다. 다녀온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해보자면, 너희들 일하는 시간 실화니ㅠㅠ 실리콘밸리는 좋은 곳이구나….
실리콘밸리 게이트웨이 팔로알토와 아마존 A9
팔로알토 안녕!
내 사촌동생은 아마존 A9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A9은 검색과 광고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아마존의 자회사다. 내 사촌동생은 A9의 비주얼 검색 Visual Search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떤 걸 개발하는지 얘기만 들어봐도 정말 신기하고 미래적이었다.
비주얼 서치란 검색창에 텍스트를 입력하는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검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내 사촌동생은 이런 검색 기술이 상용화되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구체적인 사례 몇 가지를 들어주었는데, 최상의 고객 경험을 위해 이런 걸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니 아마존이 앞서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사촌동생도 볼 겸 캘리포니아 기차 Caltrain을 타고 팔로알토에 도착했다. 안개가 자욱했던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팔로알토는 햇빛이 쨍쨍하고 더웠다. 동네 분위기도 어찌나 좋던지!
2시쯤 만나 우선 점심을 먹었다. 제프 베소스는 도시와의 상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회사에서 밥을 주기보다는 직원들이 밥을 밖에서 먹는 것을 장려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실리콘밸리에는 음식점들이 아주 싼 곳이나 비싼 곳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이유는 중간 가격대에 요리를 잘하는 셰프들을 회사들이 모두 데려갔기 때문이라고. 얘기를 듣는 내내 나는 회사에서 셰프들이 해주는 밥을 먹는 것도(구글과 에어비앤비 등의 케이스), 맛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한 밖에서 밥을 먹는 것도 둘 다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점심은 ‘스시리또’라는 곳에서 먹었다. 반년 전부터 뜨기 시작한 음식점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식 김밥 마키를 부리또처럼 말아주는 곳이었다. 원래 있던 것을 살짝 뒤집어보는 작은 아이디어가 곧 새로운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스시리또의 바로 옆집은 우마미 버거, 그 옆은 블루보틀이었다. 찾아간 것도 아니고 그냥 가는 길에 블루보틀을 마주치는 곳이라니. 블루보틀의 신화 역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었음이 실감 났다. 블루보틀은 일본에서 몇 번 가봤다는 나의 말에 내 사촌동생은 나를 필즈커피로 데려갔고,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모히또 커피를 주문했다. 상큼한 민트향이 나는 맛있는 커피를 홀짝이며 나는 동생과 팔로알토를 돌아다녔다.
아, 한 가지 재밌게 관찰한 걸 덧붙이자면 어느 커피샵을 가든 99%가 맥북을 쓰고 있다. 누가 실리콘밸리 아니랄까 봐.
내로라하는 공룡 IT기업들 다수가 이곳 팔로알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팔로알토에서 시작된 기업만 해도 구글,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서베이몽키, 테슬라, 페이팔, 스카이프 등이 있다. 그래서 팔로알토는 ‘실리콘밸리의 게이트웨이’라고도 불린다.
안 그래도 이런데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사촌동생과 팔로알토와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듣는 게 무척 재미있었다. 서베이몽키가 건물을 계약했는데 계약하자마자 또 너무 빨리 커버려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했고 그 건물을 아마존 A9이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라든지, 팔로알토에는 전설의 럭키 스폿이 있다는 이야기라든지.
전설의 Lucky Spot
에머슨 가에 위치한 이 건물의 2층은 일견 매우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알고보면 무척 특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구글의 창업자들도 거쳐간 곳이자 페이스북의 첫 번째 사무실이기 때문. (영화 <소셜 네트워크> 속의 그 사무실이겠지!)
이 건물 1층에는 동네에서 가장 저렴한 중국음식점이 있다. 이곳에서 밥을 먹으면 종종 음식점 사장님이 ‘그 자리에서 마크 주커버그도 밥을 먹었다’고 얘기해준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의 시작
또 재밌는 곳. 팔로알토에는 미국 정부에서 지정한 역사적인 장소가 한 군데 있는데 바로 이 창고 hp Garage다.
1938년 이곳에서 휴렛과 패커드는 자신들의 첫 번째 프로덕트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실리콘밸리가 시작되었다.
A9
팔로알토에만 아마존 건물이 5개가 있다. 곳곳에 회사 건물이 있는 게, 무슨 대학교 캠퍼스 같은 느낌이었다.
A9 사무실 전경 자체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내가 구경한 시간이 4시쯤이었는데 이미 사무실은 꽤 비어있었다.
능력지상주의
사실 사촌동생과는 2시에 만났는데, 밥 먹고 팔로알토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느라 A9 자체에는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았다. 점심 먹고 ‘점심시간인데 안 들어가 봐도 되냐’는 나의 말에 사촌동생은 그런 거 없다고 답했다.
알고 보니 출퇴근 시간이란 게 따로 없었다. 하루에 8시간만 채우면 되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이곳의 근무시간이란 정해져 있는 시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내 사촌동생은 ‘능력지상주의’란 표현을 썼다. 할 일만 하면 되지 누가 언제 회사에 나오는지는 크게 상관하지 않고 누구도 눈치를 보거나 눈치 주지 않는다. 물론 그 대신 성과가 나와야 한다. 내 사촌동생은 실제로 본인은 집에서 일하는 게 더 능률이 오를 때도 많아서 1~2주에 한 번은 재택근무를 한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도유진 님의 『디지털노마드』 책에서도 읽었듯이 많은 회사들이 진짜 능력 있는 인재들을 채용하기 위해 원격근무를 도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잘 알고 있었다. 디지털노마드들도 많이 만나보았고, 수많은 국내외 책과 아티클을 통해 접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근무시간도 직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이런 자유로움이라니. 글로만 읽었던 사실들이 실제로 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걸 보면서 이미 알고 있음에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는 또 분위기가 다르다지만 실리콘밸리는 전반적으로 능률적으로 일하는 시간의 ‘질’이 중요하지 단순한 업무 시간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닌 곳이었다.
그리고 이런 놀라움은 이후 방문한 유튜브 본사와 에어비앤비 본사에서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멋쟁이들 ㅠㅠ
샌 브루노의 유튜브 본사 방문기
팔로알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길에 유튜브 본사가 있는 샌 브루노가 있는 것을 보고, 유튜브에서 일하고 있다는 친구 크리스에게 연락을 해 약속을 잡았다. 유튜브 HQ에 도착한 시간은 5시쯤. 나의 첫인상은 이랬다.
다들 어디 간 거지. (ㅋㅋㅋㅋ)
다들 어디 갔냐는 나의 질문에 크리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도 알고 보니 출퇴근 시간이 없었다. 4시 반 정도면 대부분 퇴근한다며, 자기도 이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 있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게 가능하냐! 실화냐!’는 나의 말에 크리스는 이렇게 얘기했다.
You just need to get your shit done.
후 ㅠㅠ 간지 난다 너희들 일하는 방식ㅠㅠ
유튜브 본사는 재미있는 곳이 가득했다. 구경하는 내내 기분 좋게 놀라고 부러우면서도 재미있고 멋지다는 감정이 반복적으로 휘몰아쳤다.
어떤 엔지니어가 이 방에 들어가면서 ‘구경 와볼래?’라고 묻는 바람에 나는 물론이고 크리스도 처음 들어가 보게 된 이곳. 3D 프린터가 몇 대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엔지니어들은 마음껏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다고 한다. 이 방을 쓰는 데는 딱 한 가지 룰이 있다고 한다.
‘일과 관련 없는 것을 만들 것.’
유튜브 본사에는 직원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사무실 안에 거대한 미끄럼틀이 있는 건 어렸을 때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에 대한 로망이기도 했는데 이런 곳이 실제로 있다니. 이 미끄럼틀은 2층에서 내려오는 시간을 단축해준다고 한다. 물론 단순하게 재미있기도 하다.
크리스에게 ‘네 자리는 어디야?’라고 묻자 크리스는 ‘음… 나는 근데 사무실보다 다른 데에서 더 일이 잘 되는 스타일이야.’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어느 텅 빈 책상을 가리키며 ‘내 자리도 저기랑 똑같이 생겼어’라고 말했다.
계속 놀라워하는 나에게 크리스 말했다. 회사에는 다양한 팀원들과의 미팅을 위해 나온다고 말이다.
유튜브 2번째 건물에도 가다
본사 구경을 재미있게 하고 난 뒤 크리스는 유튜브의 두 번째 건물도 구경시켜 주었다. 이곳은 또 다른 느낌으로 꾸며져 있었다.
‘The Hunger’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건물의 1층 식당. The Hunger는 데이빗 보위가 출연한 영화 제목이기도 한데, 식당 전체가 온통 보위로 꾸며져 있었다.
1층 식당이 보위였다면 2층과 3층은 각각 앤디 워홀과 코코 샤넬 테마로 꾸며져 있었다. 이 세 명의 인물은 유튜브가 특히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들인 걸까.
앤디 워홀 층의 구석구석
유튜브에는 다양한 방들이 있었다. 명상하는 방도 있고 악기 연습하는 음악 방도 있고 낮잠 자는 방도 있고 마사지받는 방도 있다. 낮잠 방에는 낮잠 자는 기계도 있다(매우 비싸 보였는데 그렇게 편한지는 잘 모르겠다).
코코샤넬 층의 구석구석
두 번째 건물 투어를 마치고 다시 본사로 돌아오니 어떤 행사를 준비하는 직원들을 드디어 많이 마주칠 수 있었다. 하하.
그렇게 유튜브 투어를 마쳤고, 역시나 기대했던 만큼 재밌는 곳이었다.
원문: yoonash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