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얼마 전 아이폰을 거꾸로 들고 통화 퍼포먼스를 선보이다가 매체에 들통나 망신을 당했다.
비웃는 이들이 많았지만 28살에 소녀가장이 되어 22, 24살의 어린 동생들을 6억의 푼돈으로 건사하느라 고생하신 어르신을 너무 놀려서는 안 된다. 우리도 나이가 들면 HMD(Head Mount Display)를 거꾸로 썼다가 손자 앞에서 망신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박근혜 대표의 이 에피소드(6억 말고 아이폰)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박근혜 대표가 스마트폰을 잘 모르는 장노년층에게 동질감을 주기 위한 쇼였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매사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나중에는 ㅍㅍㅅㅅ에 글이나 올리는 우울한 중년이 된다. 혹시 진짜 쇼였을 수도 있지만 그냥 포지티브하게 생각하자. 종북좌빨들아.
또 하나의 해석은 어른들에게 스마트폰은 어려운 기계라는 점이다. 점차 미니멀해지며 버튼을 없애버리고 있는 스마트폰들은 일반 어른들에게 참 나쁜 기계다. 우선 버튼이 별로 없고, 뭘 눌러야 화면이 켜지는지 짐작이 안가는 폰이 많다. 또 최근 스마트폰들은 베젤을 없애버리는 데에 디자인을 집중해서 위 아래가 구분이 안 된다. 심지어 LG 옵티머스 뷰는 가로로 들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될 때도 있다.
그렇다면 장노년층에게는 항상 폴더폰만을 쥐어줘야 할까? 그래선 안 된다. 애국심 넘치는 어르신들에게 LTE72요금제를 가입시켜 어려운 통신사들을 도와야만 국가경제가 살아난다. 그렇다면 장노년층에게 쥐어줄 수 있는 스마트폰을 기획해 보자. 이름은 박근혜폰이다.
1. 물리버튼은 한 개
아이폰의 장점은 원버튼이라는 데 있다. 누구나 아이폰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그 하나의 버튼을 누르게 되어 있다. 따라서 어른들을 위한 스마트폰에 버튼은 하나만 달아야 한다. 물론 애플에게 소송이 걸릴 수 있으니 동그란 버튼은 피해야 한다. 가급적 어른들이 누르기 좋아하는 모양이면 더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 같은 버튼이 훌륭한 예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이 버튼을 누르게 될 것이다. 거꾸로 쥘 염려도 줄어든다.
2. 잠금해제는 김일성으로
잠금해도 큰 난관이다. 다양한 패턴을 그려야 하는 최근의 잠금해제 트렌드는 장노년층을 무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김일성의 얼굴을 잠금해제 화면에 놓는 것이다. 애국심으로 가득 찬 그분들은 본능적으로 그 얼굴을 치우려 할 것이고, 잠금해제가 풀리며 초기 화면에 도달하게 된다. 최신 트랜드에 관심 있는 분들은 김정일, 김정은으로 화면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해도 좋다. 국가보안법이 걱정된다면 문재인이나 이정희 의원의 얼굴을 배치하는 방법이 있다.
3. 벨소리는 애국가로, 바탕화면은 태극기로
초기화면이 김일성으로 시작되므로 의도야 어쨌든 간에 사상이 의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애국심을 판별하는 두 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다. 애국가를 부르는가와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가로. 따라서 애국가 벨소리와 바탕화면에 태극기를 번들로 제공하면 사상을 의심하는 눈초리를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대한민국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르신들에게 이런 애국 2종 세트는 큰 만족감을 주리라 확신한다. 한가지 벨소리에 너무 지루해 하는 분들을 위해 새마을 운동 노래를 번들로 껴주는 것도 추천한다.
4. 초기화면은 다이얼 키패드부터
잠금해제가 끝나면 다이얼 키패드가 우선 뜨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초기 화면에서 너무 많은 아이콘을 접하면 패닉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어차피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통화기능이기 때문에 일반 휴대폰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따오는 편이 익숙할 것이다. 화면도 5인치에 WVGA(800×480)급 해상도가 적절하다. 해상도가 너무 세밀하면 오타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필자의 진심이 담겨있으니 의심하지 말지어다.
5. 음성인식 기능의 강화
음성인식 기능은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기 위한 좋은 기능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단어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도 젊을 때 글을 쓸 때는 랑그와 파롤, 파시즘, 이데올러기 같은 단어를 많이 썼다. 하지만 최근에는 욕이 반이고 헛소리가 반이다. 어쨌든 나이가 들면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따라서 음성인식 기능이 구현 될 때는 프롬프터 기능이 추가돼야 한다. 어르신들이 자주 쓸 만한 단어들을 프롬프터식으로 스크롤링 해 주면 완벽하다.
물론 위의 스마트폰은 명민하고 진보적인 어르신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대신 본능적으로 종북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애국심이 넘치는 진정한 이 땅의 애국자들에게 필요한 스마트폰이다. 제조사나 통신사로써도 솔깃한 제안일 것이다. 이 폰을 한번 사용한 사용자들은 아무리 제조사가 엉망으로 폰을 만들고, 통신사가 사기를 치고, 심지어 어떤 부정을 저지르더라도 절대로 폰을 바꾸거나 통신사를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안드로이드 버전은 어르신들 몸에 좋은 2.3 진저브레드(생강빵)이나 3.0 허니콤(벌꿀)을 채택하는 센스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오래오래 사셔서 이 나라의 번영과 북진통일을 보셔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