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주식투자를 고민하는 분들이 직접 투자에 응용할 수 있는 디테일한 책을 추천합니다. 혹시 주식투자 초보거나 주식투자의 장기 성과를 잘 모른다면 이전에 쓴 추천 글을 먼저 읽고 올 것을 권합니다. 읽으셨다면 아래 본문으로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1. 『소음과 투자』
주식시장에는 수많은 정보가 쏟아집니다. 그러나 그 정보의 대부분은 ‘소음(Noise)’에 불과할 뿐입니다. 수년간 주식 운용을 해보고, 또 몇몇 자산 운용사에 몸담았던 경험에서 이야기하자면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명목 기업이익의 성장’ 여부입니다.
기업들이 돈을 잘 벌고 더 나아가 주주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검토하는 시기에는 성장주보다는 가치주 투자가 유망합니다. 여기서 성장주란 시장의 평균적인 수준에 비해 비싸게 거래되는 대신 성장성은 높은 기업을 의미하며, 반대로 가치주란 시장의 평균적인 가격 수준(대체로 PBR 이용)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기업들을 의미합니다.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빠르게 개선되며, 또 많은 기업이 실적 호전의 기쁜 뉴스를 투자자들에게 전할 때는 가치주가 높은 성과를 기록합니다. 반면 기업실적의 개선 속도가 더뎌지거나 혹은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정반대의 일이 발생합니다. 가치주의 기세가 누그러지는 대신 성장주가 무섭게 치고 올라갑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그 답이 소개하는 책 『소음과 투자』에 다 있습니다. 어떨 때 포스코나 KB금융 같은 가치주가 강세를 보이며, 또 어떨 때 오리온이나 아모레퍼시픽 같은 성장주가 강세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시장에서 초과 수익을 노릴 힘을 가집니다.
물론 쉬운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정도 난이도의 책도 소화 못 하면서 본격적인 주식투자자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냥 상장지수 펀드(ETF) 투자가 낫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스타일 ETF가 상장되니 과거 수익을 주식시장 전체의 성과와 비교해보면서 고르길 권합니다.
2. 『메트릭 스튜디오』
『소음과 투자』를 읽은 분들에게 추천할 책은 서울대학교 문병로 교수님의 책, 『메트릭 스튜디오』입니다. 이유는 ‘한국 증시의 현실’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리처드 번스타인이야 미국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지만 한국 시장에도 번스타인의 이야기가 통용되는지 검증해보자는 것이죠. 그 결과물이 이 책 『메트릭 스튜디오』입니다.
문병로 교수님은 다양한 투자전략(성장주/가치주. 대형주/소형주 등)이 한국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더 나아가 한국에서 투자의 승률이 어떻게 되는지 검증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주 간명합니다. 한국시장에서도 미국에서 성공한 투자전략이 통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보다 훨씬 더 개미 투자자들이 돈 벌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처절한 팩트 폭력의 현장이라고 할까요? 압권은 아래 대목입니다.
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 근거해서 써 놓은 투자 서적은 잘 판단해가면서 받아들여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 한국 주식시장의 평균 상승확률은 50%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3주 이상만 투자하면, 평균 상승확률이 50%를 크게 뛰어넘었다. 일례로 한국의 6개월 주가 상승확률이 45%인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54%였다.
- 문병로, 『메트릭 스튜디오』, 31쪽
속이 다 시원하네요. ‘무조건 장기 투자하면 돈 번다’는 식의 약팔이가 정말 싫었는데 그 이유를 잘 보여주니까 말입니다. 우리 주식시장은 오랫동안 투자한다고 해서 투자자에게 손을 쉽게 벌어주는 곳이 아닙니다.
워런 버펫이나 피터 린치는 정말 대단한 투자자가 맞습니다만, 그가 한국에서 투자했다면 정말 그런 성과를 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오래 주식을 들수록 수익률이 더 높아지는 등 장기 투자가 가능하며 특히 가치투자의 대상으로 적합한 ‘우량 소비재 주식’이 넘쳐 흐르는 미국 시장이기에 가능한 투자전략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3. 『똑똑한 배당주 투자』
투자자 입장에서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검증된 투자전략들이 한국 시장에 잘 통용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려니 너무 힘들거든요.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 바로 『똑똑한 배당주 투자』입니다.
이 책의 저자 피트 씨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그때는 평범한 대학생/직장인이었죠. 그러나 수십 년 꾸준히 공부한 결과, 드디어 이런 좋은 책의 저자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제가 절대 따라갈 수 없는 뚝심을 가진 분이죠. 피트 씨는 수많은 전략 중에서 ‘배당투자’에 주목합니다.
물론 배당투자에 많은 편견이 존재합니다. “한국의 배당수익률이 너무 낮다”거나 “2~3% 배당받자고 그 긴 시간을 기다리자고?” 같은 이야기 저도 수없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국경제는 많이 변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 기업은 예전보다 돈을 잘 벌며 나아가 많은 돈을 배당합니다.
“곳간에 인심 난다”는 말처럼 수익력이 개선되면서 점점 예전보다 더 많은 배당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수십조 원의 배당을 지급하는 게 사소한 일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한국에 외국인 투자자 및 연기금의 비중이 점점 높아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들 기관투자자들은 배당에 유달리 관심이 많습니다. 일단 세제 혜택이 있을 뿐 아니라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입장에서 ‘배당’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신호를 주기 때문입니다. 배당은 일단 지급되면 회사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쌩돈’입니다. 배당을 지급한다는 것은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 일종의 ‘확신’이 없고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주주들에게 돈을 지급하고도 경영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거나, 혹은 앞으로 벌어들일 미래 이익에 대한 낙관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죠. 따라서 기관투자자들은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맨날 큰손이 어쩌고 그러지 말고 큰손의 투자 스타일을 추종해보자는 겁니다.
물론 시장 금리가 10% 혹은 20%까지 상승한다면야 배당 투자의 매력은 현격히 떨어질 겁니다. 그러나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이제 배당수익률은 시장의 실세 금리 수준을 위협합니다. 한국경제가 성숙국면에 진입하면서 저성장·저물가 구도가 장기화됨을 잊지 말자는 것입니다.
시장금리가 다시 급등하지 않는 한 배당에 대한 관심을 가질 투자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노령화의 파도를 이겨내는 데에도 배당투자가 안성맞춤입니다. 노후에 생계비를 배당으로 충당하려는 현명한 시니어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이렇듯 배당투자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은 안성맞춤이라 하겠습니다. 배당투자의 대상 종목은 어떻게 선별하며, 투자 과정에서 체크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인지 마치 가정교사처럼 친절하게 일러줍니다.
마치며
멀지 않은 시기에 또 좋은 책을 더 많이 소개할 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마감하겠습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 되세요.
원문: 시장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