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연봉을 받던 트레이더, ‘천억’을 벌겠다고 선언하다
최: 뭐 하시는 분이죠?
천영록: 선물옵션 트레이더였고요. 지금은 그때의 경험을 살려 로보 어드바이저 ‘불리오’를 서비스하는 주식회사 두물머리의 대표 천영록입니다.
최: 선물옵션 트레이더, 소위 ‘날리는’ 분들 아닌가요?
천영록: 날렸다기보다는… 성공의 맛을 약간 봤다, 그 정도로 말씀드립니다.
최: 약간의 맛이라 하면?
천영록: 소위 말하는 억대 연봉이었죠. 제일 많이 받았던 건 4억 원 정도? 트레이더 중 최고 수준은 아닐 수 있지만, 평범한 직장인들과 비교해서 경제적으로는 큰 성취감을 느껴본 셈이죠. 물론 연봉도 연봉이지만, 제가 트레이더로서 굉장히 노력했고, 그로 인해 간절히 원하고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했던 것이 나름 성공의 맛을 봤다고 말씀드리는 이유에요.
최: 억대 연봉이라니… 능력자셨군요.
천영록: 억대 연봉. 큰돈이죠.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큰 사고의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에요.
최: 사고의 변화요?
천영록: 돈을 많이 벌고 나면 우쭐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돈에 대해서 굉장히 자유로워지거든요. 벌기 전에는 미련과 감정과 탐욕의 대상이었다면, 어느 정도 벌고 나서는 보다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된다고나 할까요? 사실 억대 연봉이라 해서 돈이 엄청나게 많아진 건 아니거든요. 1억 5천을 받는다고 하면 세금 떼고 이리저리 썼을 때 실질적으로 3~4천에서 5~6천 남아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일명 ‘부동산 부자’들에 비하면 미미할 수 있어요. 그래서 돈을 얼마나 가졌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취감에 주목하게 돼요.
최: 최근 들어 페이스북에서 천억을 벌겠다고 선언하셨는데… 말씀대로라면 더 큰 성취를 얻고자 천억을 벌겠다고 말씀하신 건가요?
천영록: 통장에 천억을 찍겠다는 건 아니고요ㅎㅎ 회사를 운영하는 측면에서 보면 회사가 성장해야 해요. 기업가치로 보면 10억, 100억을 넘어 조 단위의 회사가 되어야겠죠. 그렇게 성장한다면 제가 보유한 지분가치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천억도 아니라 그 이상도 만들 수 있어요. 성공도 실패도 이런 식으로 접근했더니 되더라, 안 되더라 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면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성공할지 안 할지는 몰라요. 하지만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서 저의 고생과 저희 팀의 도전을 생방송처럼 보여준다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돈’에 관한 올바른 관념이 필요하다
최: 돈에 대해서 굉장히 강조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 말씀하신 내용도 말하자면 목표를 ‘돈’으로 풀어내신 거고요. 돈에 대한 올바른 관념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천영록: 우리 사회가 그래요. ‘돈’에 대해서 물어보면 다들 쉬쉬해요. 돈을 버는 법, 모으는 법, 쓰는 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돈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돈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탐욕스럽게 봐요.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겪게 되는 문제 중 꽤 많은 것이 돈에서 비롯되요. 커리어, 출퇴근길, 노는 것, 자녀교육, 거주지, 은퇴 이후의 계획까지 모두 돈과 연관된 이슈인 거예요.
더 자세한 내용은 천영록 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최: 돈이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천영록: 그쵸. 우리가 우리 인생의 주인공인 것은 맞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건 돈이라고 생각해요. 돈 벌기를 포기한 사람들은 왜곡된 관념으로 ‘돈은 나쁜 거야, 돈을 밝히는 건 탐욕이야’라는 식으로 생각하다 나중에 주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울컥해요. 그러다 주식과 비트코인에 투기하게 되는 거죠. 돈이 인생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오히려 경제적으로 고생하게 되는 거예요. 돈이 없으면 진정으로 행복해질까요? 정작 경제적으로 굉장히 고생하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전 돈을 모으기 위한 제대로 된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 흐음…
천영록: 사람들이 터부시하는 주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올바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거죠. 성을 예로 들면, 우리는 성을 터부시하지만 정작 성이 없으면 행복하게 살 수 없죠. 돈도 마찬가지예요. 인생을 다루는 모든 문제에 돈이 섞여 있어요. 그러니 건강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돈을 모으기 위한 제대로 된 설계가 필요해요. 가난과 부라는 게 그래요. 내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 앞으로 들어올 돈뿐 아니라 이 돈을 어떻게 정리해서 내 인생에 효용 있게 사용할 것인지 생각하고 일치시켜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무도 이런 얘기를 안 해서, 저라도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죠.
최: 주니어라 부를 수 있는 신입에서 3~5년 차 분들이 가져야 할 돈에 대한 설계, 전략은 어떤 것이 좋을까요?
천영록: 본인의 근로소득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월급 아껴서 재테크 하는 것도 좋죠. 하지만 자기에게 쓸 수 있는 책값, 외부 강연에도 투자해야 해요. 무엇보다 가장 확실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나의 ‘근로 가치’거든요. 시급을 1시간에 1만 원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면, 그게 몇 년 동안 축적되어 연봉으로 봤을 때 몇천, 몇억의 차이까지 불어나요. 능력치를 높이고, 그 높아진 능력치로 일에서 성취감을 맛보고, 결과적으로 몸값을 높일 수 있어요. 그 상태라면 당장 돈을 모으지는 못했더라도 능력치와 경험치를 바탕으로 다른 일을 해 나갈 수 있죠. 또 그 정도면 회사 내부에서의 몸값 상승뿐 아니라 일종의 ‘딴 주머니’도 노려볼 수 있죠.
최: 딴 주머니요?
천영록: 회사 밖에서 한 달에 10만 원, 20만 원이라도 외부활동을 통해서 조금씩 사업을 벌여 볼 수 있죠. 유튜브 방송 수익일 수도 있고, 에어비앤비 임대소득일 수도 있어요. 꼭 큰돈이 아니어도 돼요. 중요한 건 회사 밖에서의 소득을 조금씩 조금씩 늘린다는 데 있어요. 사업 소득은 또 신기하게 다른 투자를 위한 레버리지로 쓰일 수 있거든요. 은행에서도 이런 소득을 굉장히 높이 쳐 주죠. 대출 한도도 높아질 수 있고요. 잘만 활용하면 이 사업 소득을 통해 새로운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예요.
최: 오오… 그렇군요.
천영록: 소득 활동은 크게 세 가지 형태를 벗어나지 않아요. 자기 커리어를 키워 좋은 월급을 받는 것, 사업으로 뭔가 이뤄내는 것, 그리고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것. 그 세 가지를 연결해서 차근차근 살펴보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훗날 사업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고, 더 멀리 보면 투자소득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의미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면 내가 하는 소득 활동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게 됩니다. 이 회사에서 돈을 모으건, 자기 계발해서 내 시급을 올리는 데 집중을 하건 내 인생의 큰 그림과 연결되는 활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커리어 계획을 키우게 되죠. 훗날 나만의 작은 조직을 만들어야지, 혹은 이 업력을 키워 다른 곳으로 잘 이직해서 커리어를 밟아 가야지 하는 계획이 될 수도 있고. 인생 계획이 그렇게 잡힐 수 있는 거죠.
최: 맞벌이는 말씀하신 부분이 괜찮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30대 초중반에 외벌이 하는 가장이라면 그런 걸 당장 생각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천영록: 국내 재테크는 대부분 부동산으로 연결되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자산 쪽으로 많이 옮겨갈 것이라 봐요. 우리나라는 부동산 비율이 너무 높아서 부담이 있거든요. 예금 비율도 너무 기형적으로 높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투자할 여지가 있건 없건 퇴직연금만 쌓여가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 세대가 일해야 하는 나이가 훨씬 길어질 거라는 거예요. 사회는 훨씬 빠른 속도로 바뀔 거고 건강하게 오래 살 가능성도 높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단일 커리어를 넘어 3~4개의 직업을 갖게 될 수가 있어요. 그러니 당장 재테크를 하지 않더라도 지금 하는 일 안에서 어떻게 돈을 모을 것인지, 나중에는 어떤 사업소득으로 연결시킬지 하는 고민을 해야 해요. 꼭 돈을 불리지는 않더라도, 현금으로 금고에 넣어 놓는다 하더라도 이 돈은 이렇게 쓸 거고 저 돈은 저렇게 쓸 거고, 하면서 총알을 구분해서 자기 인생을 설계하는 것과 맞닿아 있는 거죠. 혹은 돈을 빌리게 될 수도 있죠. 그런 재무 관점의 고민을 전문가와 상담하면서 20. 30년의 계획을 해 나가는 관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죠. 그런 재무 상담을 어떤 방식으로, 편하게, 쉽게 제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런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게 저희의 큰 고민이죠.
로보 어드바이저 ‘불리오’, 일반인이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다
최: 그렇다면 그런 관점에서 불리오는 어떤 역할을 맡았죠?
천영록: 지금까지의 얘기는 훨씬 앞단의 얘기였어요. 하지만 불리오는 끝 단위의 서비스죠. 저희는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 등 이미 재테크를 하고 계신 분들의 고민을 풀어드리거나 투자를 하고 계시지 않은 분들께 투자의 방향성을 잡아드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게, 대부분의 투자자 연평균 수익률이 1%에 수렴해요. 예금으로 넣은 사람들도 1%는 나오죠. 그런데 투자를 자기 딴에 열심히 하신 분들도 비슷한 거예요. 어떤 때에는 10% 벌고 그게 다시 -8%가 나고, -20% 났다가 +20% 나는 거죠.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연평균 수익률은 결국 1%에 다다르는 거예요. 실제로 증권사 계좌를 보면 거의 마이너스 계좌라고 해요. 주식 시장은 10년간 꾸준히 올랐는데, 그 10년간 투자한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마이너스를 누적해 나간다는 거예요. 그럴 수밖에 없는 건 트레이더 출신으로서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어요. 계속 비슷비슷한 실수를 누적해 가고, 그게 시장의 원리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그 일반인들이 어떻게 해야 5%라도, 8%라도 장기적으로 훨씬 적은 리스크를 가지고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을까? 그걸 고민하는 거예요.
최: 그게 가능한가요?
천영록: 몇 가지 조건만 만나면 충분히 가능해요. 사람들이 이해하고 납득해서 꾸준히 반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죠. 사실 그동안에도 충분히 가능했어요. 다만 기존 금융권에서 게으르고 귀찮아서 안 만들어 준 거죠. 일반 고객들은 자산이 많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펀드를 판매하기 위해 굉장히 단순한 구조로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이 효과를 못 본 것이지, 정말 죽자고 체계화해서 만들면 분명히 가능하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만든 게 불리오인 셈이죠.
최: ‘로보 어드바이저’는 알고리즘이 자문을 주는 것이잖아요? 결국은 누군가의 생각이 알고리즘 형태로 구현된 산물이라는 거죠. ‘로보 어드바이저’는 자문을 주는 방식이 전문가 몇몇이 시황 등 다양한 상황을 분석해서 그저 결과를 제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형화된 알고리즘에 시황 정보를 입력(Input)하면 결과가 툭 튀어나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천영록: 가장 중요한 게 뭐냐면, 금융의 역사에서 로보 어드바이저가 튀어나오는 바로 이 시점이에요. 지난 100년, 특히 최근 50년간 나왔던 대부분의 알고리즘 자산배분 로직은 1차원적이었어요. 예를 들면 주식 50%, 채권 50% 섞어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가져가라는 식이었죠. 언제 어떻게 시작했건, 당신이 누구건 50:50으로 가져가라. 경우에 따라서는 뭐 60:40도 된다. 이런 식이었죠. 그게 왜 1차원적이냐면, 오늘은 분명 70:30으로 넣었는데 다음 날은 같은 비중으로 들어가도 금액이 달라져요. 어느 쪽이 맞냐고 펀드매니저에게 물어보면 “상관없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고요. 리밸런싱을 하나 마나 별 의미가 없는 거예요. 뭔가 달라야 할 것도 같은데 뭐가 달라야 하는지 설명할 길이 없던 거죠.
또 한편에서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정보 듣고 와서 ‘느낌 왔다, 이렇게 갑시다!’하고 결정해요. 아무도 검증할 수도 없는, 그 느낌 오는 대로 의사결정 하는 세계가 있었다는 말이죠. 이 방식으로 100년간 반복하며 돈을 벌든가 말든가, 맞는 것인가 틀린 것인가 아무도 검증할 수 없이 막 하던 시장이 있었죠.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이 그래서 굉장히 중요해요. 동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고려해서 그때그때 다른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 다이나믹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관념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죠. 상황이 이러면 좀 더 싼 걸 사고, 상황이 이러면 좀 더 비싼 걸 사보자. 이렇게 다양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검증하기 시작한 단계 같아요. 그게 금융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순간 같고요.
최: 어찌 보면 고수들의 세계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이 맞는 경우도 많았죠. 그러니 한편으로는 이런 알고리즘이나 로직이 인간계, 복잡계를 얼마만큼 처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생기긴 합니다. 최적화를 한다고 해도 ‘그게 정말 최적의 값인가?’ 싶기도 하고요.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오는 알고리즘은 알고리즘을 만든 플레이어의 감이나 촉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
천영록: 사실 알고리즘에는 알고리즘을 짠 사람의 취향이 담겨 있는 거긴 합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는 최적화된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사실 불가능하죠.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 매니저라 불리고 『원칙』을 쓴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레이 달리오(Ray Dalio) 회장이 이렇게 말을 했어요. “글이나 로직으로 100%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당신의 인사이트가 아니다.” 우리에게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요. 하지만 그 기반에 어떤 원칙이 있느냐? 반복 가능한 원칙은 있느냐? 우리가 만든 이 원리가 계속 통하는 원리인지 검증해 봐라, 시스템으로 요약해 봐라. 한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든 원칙을 지키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하죠.
최: 로보어드바이저를 표방하는 국내 서비스는 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쟁하는 건가요?
천영록: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만든 알고리즘도 논문 400여 개를 읽고 반영한 건데요, 또 최고수 투자자들에게 찾아가서 정성적으로도 검증을 병행합니다. 시장의 원리를 다 녹여내고 싶었거든요. 지금 단계에서는 빅데이터 90조 개를 넣어서 최적화를 하고 어쩌고 이런 건 의미가 없어요. 왜냐하면 예를 들어 트럼프가 갑자기 트위터에 이상한 얘기를 막 쳐요. 그건 시장을 움직이는 데 임팩트를 줘요. 그런데 이걸 데이터로 어떻게 표현하겠어요? 하지만 시장에 임팩트를 주는 비정형 데이터인 건 변함이 없거든요. 그러니 그런 데이터를 보고 뭔가 판단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압축된 현실을 띄엄띄엄 이용하는 것에 다르지 않죠.
성공한 트레이더의 특징, 그리고 실패하는 개미의 특징
최: 알고리즘을 검증할 때 고수를 찾아간다고 말씀하셨는데, 고수, 즉 성공한 트레이더 분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천영록: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공통점이라면 모두 지적으로 굉장히 부지런하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독립적 사고를 많이 하고요. 무슨 말이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똑똑해도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많아요. 주위 사람들 얘기를 믿기도 하고, 자기감정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자기도 믿지 않는 애기를 스스로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 고수들은 스님이나 도인처럼 내 안에서 나오는 소리가 뭐냐, 나는 지금 틀리지 않은가? 이렇게 자문자답해요. 그래서 투명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돌아볼 줄 알죠. 비판에도 굉장히 유연하고요. 자기 잘못과 실수를 잘 인정하고 잘 반성하고, 스스로를 잘 돌아봐요. 또 이 사람들은 굉장히 통계적이기도 해요. 통계적 이점이라는 것을 굉장히 잘 이해하죠. 이건 도박판도 마찬가지인데요, 도박가 중 통계적 이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도박가는 없어요. 포커 치는 프로 갬블러 중에서 포커 통계와 숫자를 외우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트레이더들은 이런 갬블러들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 일반인 중에서도 선물 옵션을 하는 분이 계시잖아요? 이 사람들은 시장에서 승산이 거의 없지 않나요?
천영록: 전에 들은 얘기 중에 이런 게 있어요. 강남 모 증권사를 까 보니까 일반인 계좌 중에서 주식으로 플러스 난 계좌가 4% 정도인데, 선물옵션은 1만 개 중 2개밖에 없었대요. 0.02%니까 거의 100% 깨진다고 봐야죠.
최: 왜 깨질까요?
천영록: 이것만 얘기해도 거의 두 시간인데…(웃음) 여러 이유가 있죠. 제일 큰 도박판이라 그래요. 주식은 상한가 종목을 샀는데 하한가 가는 게 최악이에요. 하루 만에 -30%가 날 수 있죠. 그런데 선물 옵션은 10분 동안 99% 날리는 게 아주 흔한 일이에요. 비트코인도 하루에 99% 날리는 건 어려운 일인데, 선물옵션, ELW 이런 쪽은 하루에 4,000% 날리는 것도 금방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야 이거 잘하면 돈 많이 되겠다 하고 뛰어들다가 망하죠. 실력이 고른 트레이더도 포지션의 변동성이 심하면 이길 수가 없거든요. 변동성은 늪이에요. 알고리즘이 똑같아도 변동성이 높아지면 망하기 쉽거든요.
예를 들어 볼게요. 50:50 승률인 동전 던지기를 해서 제가 10배를 드린다고 쳐요? 이건 엄청 좋은 딜이잖아요. 하지만 당신의 전 재산을 걸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게요. 그렇게 10판을 한다 치면, 한 판 한 판 이겨서 10배, 10배 계속 불다가도 한 판만 지면 전 재산이 날아가요. 아무리 좋은 승률의 게임을 하더라도 전 재산을 걸면 한 방에 끝이라는 거죠. 하지만 대부분 못 멈추죠. 그러면 결과적으로 통계로 봤을 때 다 날린다는 결과가 나와요. 그래서 대다수 사람이 몇 번 못 해보고 돈 다 날리는 거죠.
최: 정말 하지 말아야겠군요;
천영록: 웬만해서 개인은 절대로 해서는 안 돼요. 이유를 더 따져볼게요. 첫째로 공부를 제대로 안 했을 거예요. 이 가격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뒤에는 뭐가 있는지, 그 기저에는 어떤 작용이 있는지 전혀 이해 못 한 채 그냥 도박으로 ‘운만 좋으면 버는 것 아냐?’ 하고 덤빈다는 거죠. 1만 명 중에 2명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다수 사람에게는 그런 행운이 없죠.
최: 만약 강연에서 선물 옵션을 얘기한다, 그러면 어떤 부분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천영록: 주식 투자, 펀드 투자하는 분 중에서도 코스피가 왜 움직이고 선물옵션이 왜 움직이는지 이해하시는 분이 많지 않아요. 선물 시장이 얼마나 움직이면 주식시장이 따라 움직이는지, 선물을 움직이는 주체는 누구인지, 외국인은 왜 사는지, 실제 플레이어들이 누구며 어떤 마인드를 가졌는지, 장이 확 빠졌다가 튀어 오르는 게 주요한 수급인지 종일 장난치는 애들로 인한 일인지 구분할 수 있는 정보를 판별하는 것은 주식하시는 분들이 알기 굉장히 어려워요. 파생하는 사람들도 잘 모르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파생을 하다 주식 쪽으로 갔다가 다시 파생으로 넘어온 케이스인데, 주식에 대한 저의 지식과 주식을 포함한 글로벌 매크로에 대한 지식을 파생 시장 내의 생태계 이해에 접목했더니 굉장히 좋은 효과를 봤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장이 빠지면 파생하는 사람들은 모두 관심 종목 리스트를 볼 거예요. 하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히 몰라요. 그런데 저는 펀드매니저 출신이니까 관심 종목을 최근에 움직였던 주도주들이 갑자기 점심부터 꺾이기 시작한 의미를, 갑자기 다른 뉴스로 인해 주도주가 바뀌는 잠깐 사이에 장이 꺾이는 미세한 차이를 아는 거죠. 반대로 주식 시장 쪽에서 모르는 것도 있어요. 파생 세계에서 미결제 약정이 갑자기 틀어져요. 그러면 이거는 주식 시장에서 발생한 쇼크가 아니라 파생 쪽에서 난 쇼크예요. 주식에서 전혀 걱정할 일 없는 이슈인데 주식하시는 분들이 알고 계실까? 이런 생각이 들죠.
최: 일반투자자가 알아야 할 기초적인 지식이 있을까요? 경계해야 할 만한 시그널이라거나…
천영록: 글쎄요, 너무 흔히들 아시는 얘기여서… 남들 다 좋다고 할 때가 있잖아요.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 주식 이야기를 할 때가 제일 조심해야 할 때예요. 가까운 예로는 비트코인 광풍이 있죠. 조심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알아요. 그런데 백날 위험하다고 이야기해 봐야 역적으로 몰릴 뿐, 사람들은 듣지를 않아요. 니가 비트코인을 안다고? 그런데 결과는 뭐, 똑같죠. 왜냐하면 자본시장의 메커니즘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그래요.
최: 자본시장의 메커니즘… 결국 승자독식을 말하는 건가요?
천영록: 네, 저는 그것을 ‘소수결’이라고 표현해요. 다수결의 반대 개념이죠. 적은 사람이 자본을 계속 가져가는 구조예요. 물론 부자들 자원이 빈자들에게 퍼져야 하는 게 맞는데,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소수결 체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그 부자에게 모든 리소스가 모이게 되어 있거든요. 세무사도, 회계사도, 변호사도 우수한 정보를 가져다줘요. 2명의 부자에게 뺏어 98명에게 배분하는 건 아주 어려운데, 2명이 98명을 속이고 돈을 버는 건 아주 쉬워요. 다수가 시장에 참여하면 소수는 반대로 움직여서 돈을 왕창 벌어요. 대부분 늦게나마 비트코인 산다고 했을 때, 그걸 팔아서 부자가 된 사람들은 소수였던 것처럼요. 다수가 한 곳에 투자할 때에는 그 자산이 절대로 오르지 않아요. 만 명이 들어온다? 2명만이 부자가 될 수 있어요. 우리는 그래도 먼저 들어온 몇 명이니까 괜찮을 거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죠.
최: 그럼 소수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요?
천영록: 그렇죠. 잘 모르는 다수가 모이면, 서로가 서로를 믿는 옹호적인 집단이 되기는 해요. 서로의 패기가 교감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그런데 자연의 세계에서도 그런 곳은 포식자의 눈에 띄게 돼요. 군중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볼 때 자본가는 어떻게 털어먹을까 생각하게 돼요. 그래서 일반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경고가 버블 조심해라, 투자에는 때가 있다, 이 정도예요.
예전에 어떤 부자분을 만났어요. 그런데 그분이 얘기하신 게, 자기는 주식도 잘 모르고 채권도 잘 모른대요. 하지만 자신은 어떤 자산을 언제 들어야 하는지 잘 안대요. 그분은 주식을 버블이 진행되기 한참 이전에 다 파셨어요. 왜 그러시냐 했더니, 너무 비싸대요. 곧 반 토막 될 것 같대요. 그러니 지금 주식 들 때가 아니다, 다 빼고 채권 넣어놓고 현금화하신 거죠. 그 후에 2~30% 더 오르긴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반 토막이 난 거고요. 그분은 군중이랑 거꾸로 가신 거죠. 전체적으로 비싼지 저렴한지만 파악하면 6개월, 1년 정도 늦게 행동해도 아무 상관 없다는 거예요. 그 마지막 걸 다 먹으려고 할 필요가 전혀 없대요. 큰 싸움만 잘해도 수익률이 20~30%씩 계속 누적되니까요.
종목의 세부정보는 하나도 몰라도 때를 보는 눈을 가지면 돼요. 지금이 부동산 오를 때인지 빠질 때인지, 가지고 있어 볼 만한 때인지 저렴한 때인지 정도만 봐도 돼요. 그 정도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알 수 있어요. 몇 년 남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 그러니 일반인들에게 중요한 건 ‘길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일반인들이 승산이 있을 만한 게 또 있을까요?
천영록: ‘타임 프레임’입니다. 시간에 따른 생태계죠. 1초를 다투는 사람들의 세상은 엄청나게 경쟁이 세요. 주식으로 치면 대부분 1, 2주에서 길게는 3개월 정도 해요. 그런데 주식투자를 길게 하시는 분들은 9개월에서 12개월도 들어요. 그런데 1년 이하의 기간만 가지면서 돈 벌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3년 이상 투자자? 전 세계 전문가 단위에서도 잘 없어요. 2년간 손실 내다가 마지막 1년 내에서 3년 기준의 돈을 벌 수 있는 투자방식은 업계 전문가들이 사용할 수 없거든요. 진짜 큰돈은 다 1년 미만의 세계에서 움직여요. 그러니 일반인 기준에서 가장 좋은 투자는 좀 더 긴 기간, 구체적으로 2~3년 안에 돈이 벌리는 것에 투자하는 거예요. 전문가의 경쟁이 워낙 없으니 쉬워지거든요. 구체적인 기간은 모르지만 확실하게 1~2년 사이에 뭔가 나온다, 그러면 묻어 놓고 1년이든 2년이든 기다리는 거예요. 남들은 싸우게 내버려 두고요. 3년~5년 단위에서는 가치투자가 최고예요. 비싼 걸 사 두면 거의 대부분은 빠지거나 못 벌어요. 하지만 싼 걸 사 두면 3년, 5년 후에는 무조건 올라요. 그렇게 계속 장기적으로 가져가면 크게 손해 볼 일은 없고 오히려 수익률이 굉장히 높아질 수 있어요. 아니면 짧게라도 관리할 수 있는 불리오 같은 방법도 좋고요.
최: 결국 기승전 불리오군요…
천영록: 장기 가치투자 서비스는 많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며 가져갈 수 있는 건 많이 없으니 만든 것이기도 하죠.
최: 그러면 강연 내용을 마지막으로 홍보해 주십시오…
천영록: 선물옵션을 다 설명할 예정은 아니에요. 선물옵션이 대충 무엇인지 아시는 분들께 말씀드리려 해요. 어떤 분은 10분 20분, 어떤 분은 2, 3일 가져가죠.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구조로 진입하는지, 사이즈는 얼마나 되는지, 실수할 때는 언제인지, 그런 게 시장을 크게 보는 사람에게는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이야기하려고 하죠. 대부분 펀드매니저는 이런 내용을 귀띔해줘도 잘 몰라요.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이런 격언이나 한두 마디 알지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혀 모르죠. 일부만 그런 게 아니에요. 굉장히 큰 특성이에요. 주식하는 사람은 채권을 전혀 모르고, 채권 하는 사람은 외환시장 전혀 모르고, 외환 하는 사람들은 선물옵션 전혀 몰라요. 서로가 서로에게 굉장히 중요하게 엮여 있는 시장인데도 전반적으로 굉장히 분화되어 있어요. 프래그멘테이션이 되어있다는 거죠. 그러니 서로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들어갈수록 시장의 디테일을 이해할 힘이 생길 거예요.
[천영록]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파생시장의 생태계 (9/13)
누가 이 강연을 들으면 좋나요?
- 주식 시장은 잘 알지만 그 이면의 파생시장의 원리가 궁금했던 사람들
- 파생 트레이딩 룸 안에서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사람들
-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매매가 있는지 듣고 놀라고 싶은 사람들
이 강연을 들으면 뭐가 좋아지나요?
- 투자하면서 쉽게 생각했던 여러 편견이 바뀝니다.
- 투자 생태계의 복잡함을 이해하고, 지인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습니다.
- 프로 투자자라면, 어쩌면 우수한 합성 전략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강연 정보
- 일시: 2018년 9월 13일 목요일, 오후 7:30~9:30
- 장소: 강남역 비타임
- 연사: (주)두물머리 대표 천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