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상류층이 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뜻을 실천하는 억만장자들이 있습니다. 현대의 기부왕을 뽑자면 단연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뽑힐 것입니다.
그런데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롤모델이 따로 있었으니, 그 사람은 억만장자 척 피닉(찰스 피니)입니다. 하지만 척 피니는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던 사람이었습니다.
롤모델, 척 피니
빌 게이츠는 윈도우즈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CEO였으며, 40세의 나이에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 1위에 오른 사람입니다. 워런 버핏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자본 투자가이며, 2010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3위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기부왕 억만장자로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롤모델이 ‘척 피니'(찰스 피니)였다는 것이 알려져 또 한 번 화제가 되었습니다.
거의 독과점처럼 윈도우즈를 팔고 작은 기업을 마구 사들일 때, 빌 게이츠는 돈에 환장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으며 사업을 했었습니다. 이런 점은 척 피니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척 피니는 미국의 한 경제지에서 ‘돈만 아는 억만장자’ 1위에 뽑히기도 했었습니다. 그때 척 피니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1997년 척 피니가 운영하던 면세점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계장부가 공개되며 미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15년 동안 무려 4조5천억 원이나 기부를 해왔던 것입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롤모델이 척 피니라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했습니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빌 게이츠는 워런 버핏과 함께 미국 기부 순위 1, 2위를 하고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볼 때, 빌 게이츠의 기부는 36조 원도 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워런 버핏의 기부는 26조 원을 넘겼습니다.
이들은 지금도 미국 400대 재벌들에게 전화를 걸어 최소한 개인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는 ‘기부서약’을 권유하고 있는 중입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52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러한 활동의 성과입니다.
억만장자이며 기부왕, 척 피니
척 피니의 본명은 찰스 피니(Charles F. Feeney)입니다. 대공황의 여파 속에 1930년대에 태어난 그는 6.25전쟁의 참전용사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항면세점인 ‘DFS’를 공동 창업한 뒤 40대에 이미 억만장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그 후 25년간 2900회에 달하는 기부를 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자신의 기부를 밝히지 않고 숨기며 해 왔습니다.
척 피니는 “한꺼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는 없으니 남는 것은 당연히 기부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남모르게 척 피니가 기부를 해 온 것은 부모의 영향이 큽니다. 그의 어머니는 이웃을 돕기 위해 외출할 일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나와서 차를 태워주며 살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는 1만4천 원짜리 시계를 차고 있으며, 휴대전화 요금을 많이 쓰고도 전화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딸에게 주변 공중전화 약도를 보내주는 아버지입니다. 현재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 기부액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훨씬 많지만, 척 피니의 기부는 개인 자산의 99%를 남모르게 사회에 환원해 왔다는 점에서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그는 2020년 이전에 최대한의 재산을 기부하기로 약속을 했고, 8조 2천억 원을 기부하였습니다.
척 피니(찰스 피니)는 기부왕 롤모델이기 전에 평범한 일반인처럼 말합니다. “죽어서 기부하는 것보다 살아서 기부하는 것이 훨씬 즐겁다”고 말입니다.
재벌들의 기부문화
2009년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기부서약을 추진한 후 60여 명의 억만장자가 기부를 약속해 왔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기부활동에 많은 세금혜택을 줍니다. 한국은 이런 제도가 미흡할뿐더러, 재벌들의 인식 자체가 다르다고 기부운동가들은 말합니다.
한국의 재벌들은 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사회적 뒷받침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자유자본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미국 기업과 다르게 많은 혜택을 보고도 재벌 개인의 기부율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척 피니를 롤모델로 꼽으면서도 기부문화를 더욱 퍼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운영하는 기부재단의 성격도 한국과 많이 다릅니다.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그리고 워런 버핏은 세 사람 중 마지막 사람이 사망하는 시점으로부터 50년 이내에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의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척 피니(찰스 피니)는 자신의 ‘애틀랜틱재단’을 2020년 이전에 종료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처럼 재단수익사업같은 것을 하지 않고, 최대한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기부금을 쏟아붓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척 버핏(찰스 피니)이 기부왕 억만장자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롤모델이 되는 것은 사회에 대한 의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자선원조재단’이 발표한 기부 순위에서 2010년 81위, 2014년 60위를 했습니다.
미국이 보수적인 데다 자본제일주의의 병폐를 안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사회가 돌아가는 건, 이런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기부문화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재벌들은 미국식 경제체제를 주장하면서도 그저 보수주의와 자본제일주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원문: 키스세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