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허명준: 2개 비즈니스를 검토하고, 인수 사업도 하나 검토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투자업이에요. 업종에 상관없이 저희는 투자 이익금을 노리는 거거든요. 자본 이득(Capital Gain)이 높은 쪽의 비즈니스를 보는 거죠.
VC 투자와 PEF 투자의 차이: 규모와 리스크가 다르다
리: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투자를 해서 수익을 얻는 데 집중하는 거군요. 주로 어떤 회사에 투자를 하세요?
허명준: 주로 제조업을 검토합니다. 직접 펀드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고, 구성하는 일에 자문을 하는 경우도 있죠. 저희 회사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은 자문역 위주로 하고요.
리: 소프트웨어 쪽은 가치 계산할 때 부딪치는 게 많은데,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가치 평가가 깔끔하게 나오나요?
허명준: 꼭 그렇지도 않아요. ‘자산가치가 얼마다, DCF(현금 흐름 할인; 현금 흐름으로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방법)가 얼마다’ 이걸로 끝나면 좋은데, 항상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거든요. 회사를 매각할 때 ‘열심히 공헌한 게 있는데, 이 공헌 자체를 그냥 넘기겠다’ 이런 사람은 기본적으로 없거든요. 그렇게 영업권, 운영자산, 경영권 등에 대한 프리미엄이 붙어요. IT 회사는 이런 부분이 크죠. 실물이 들어가는 건 별로 없고, 아이디어, 고객 또는 유저 네트워크 이런 것들이 존재하겠죠. 제조업도 이런 게 없는 건 아니에요. 10이 됐든 90이 됐든 전부 다 논의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건 다 비슷합니다.
리: VC, PEF 등 다양한 투자 주체가 있어요. 이들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허명준: 벤처 캐피탈(VC)은 무형 자산이라는 리스크를 잠재적 이익의 원천이라 바라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편이고, 사모펀드(PEF)는 그것보다 안정적으로 투자를 하죠. 그러다 보니 VC는 벤처 위주로 가는 거고, PEF는 제조업이나 유통업 같은 기간 산업들로 가는 거죠. 또 증권사의 PI(Principal Investment·자기자본 투자)는 경영권보다는 채권에 투자를 더 많이 할 거고요. 그런데 투자하는 관점이 다를 뿐이지, 투자하는 방식은 다 똑같아요.
리: 세 분야를 모두 다 겪어보셨나요?
허명준: 직간접적으로 조금씩 다 겪어봤어요. VC는 제가 SK그룹 관련된 컨설팅 회사에 있었는데, IT 쪽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까 벤처 쪽 회사를 많이 봤죠. 또 지금 모회사의 일을 하면서는 아무래도 PF 쪽 일이 많고요. 또 컨설팅하면서는 증권사 등과 일을 함께 하는 경우가 있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투자자의 습성, 목적 이런 부분들을 알게 되죠.
리: 세 가지 중 VC가 회수율 측면에서 낮나요?
허명준: 통계상으로는 한 4~5% 정도 돼요.
리: 그것밖에 안 돼요? 1/20밖에 안 터져요?
허명준: 네, 그게 VC는 대부분 모태펀드 돈을 받아요. (주: 실제 VC가 투자하는 돈 상당수는 정부 모태펀드가 부담한다, VC는 여기에 일정 금액을 매칭해서 투자하는 것) 수익이 안 나도 투자해야 하는 의무 한도와 영역이 있는 거죠. 그렇게 밑에 깔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고, 그 의무 한도 외의 투자 부분에서 수익을 실현시키죠. 지금 우리나라에 VC가 120개가 넘는데 전체 수익률을 따져보면 터지는 회사가 얼마 없고, 통계적으로는 4~5% 정도 된다고 추정하죠.
리: PEF 관련된 유의미한 수익률은 없나요?
허명준: PEF도 GP가 돈을 버느냐, LP가 돈을 버느냐에 따라서 달라요. LP는 이른바 ‘쩐주’인데 복리로 7~8% 정도로 봐요.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은 사채니까요. GP, 쩐주가 준 돈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운용 보수를 한 1.5%~2% 정도 먹고, 성과보수라고 해서 7% 이상 수익이 나면 그 수익 일부를 가져오죠. GP도 자기 자금을 넣기 때문에 자기 자금도 한 10% 정도는 있고요. 지금 한국에서 1년에 결성되는 PEF 자금이 한 5조 원 가량 돼요. 회사는 70개 정도고.
리: 한국 안에서 만요?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허명준: 아무래도 규모의 경제가 있다 보니까 펀드 결성 금액이 큰 곳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고, 규모가 작은 곳은 상대적으로 낮죠. 사모펀드에도 1등은 돈 잘 법니다. 그리고 꼴등이 돈을 못 벌 뿐이죠. 롱테일이 있어서, 위에 있는 사람들은 수익률이 몇백%씩 돼요.
리: 자본금의 우위라는 게 어떤 식으로 적용이 되는 거죠?
허명준: 규모의 경제를 이룬 회사는 기본적으로 수익률이 높아요. 현대자동차 1차 벤더도 조 단위 회사하고 몇백억 원짜리 회사는 수익률이 달라요. 실제로 캐시 플로우가 도는 규모도 다르고요. 작은 회사는 수익률을 뽑을 때까지 캐시를 쌓아놓는 게 오래 걸려요,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는 거고요.
리: M&A같은 것도 인내력 싸움에 가까운 건가요?
허명준: 맞습니다. 굉장히 강한 인내력이 요구되죠.
리: 투자랑 사업이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네요…?
허명준: 인수 금융(기업 인수 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행위) 또는 IB(Investment Banking)이라고 하는데 이쪽은 실제 사업 수익과 크게 차이가 안 나요. 주주로 들어가는 거기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 회사를 평가하고 인수하는가
리: 주주로 들어가면 보통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죠?
허명준: 그렇긴 한데 요새는 기존 경영진들에게 위탁을 많이 하죠. 본인들은 제조업 전문가들이 아니잖아요?
리: 리스키하겠네요. 이 사람들이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허명준: 그래서 회사 분석을 최소 6개월에서 1년 넘게도 해요.
리: 6개월 동안 분석한다는 게 가볍게 보고서 쓰는 수준이 아니라, 사활을 걸고 전문 인력을 투입하는 거잖아요? 그런 분석을 6개월이나 해야 하나요?
허명준: 그 정도 걸리는 게, 일단 비즈니스 플랜을 제시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 회사에 투자하면 가져가야 할 수익이 있는데 이걸 채권수익률 또는 주식수익률하고 비교해요.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부분을 ‘업사이드 수익’이라고 이야기해요. 이 ‘업사이드’는 지금 현재 비즈니스가 아니라 5년간 투자를 한다고 하면 5년 동안 이 비즈니스가 어떻게 흘러갈지 판단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당장 이 회사가 실행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 수가 없으니까요.
리: 재무제표야 숫자 뜯어보면 안다 치고, 실행력은 사람의 영역이잖아요. 이걸 어떻게 파악할 수 있죠?
허명준: 파악을 못 하죠. 주어진 것만 가지고 인정을 하는 거예요. 대신 외부에 물어보는 게 훨씬 많습니다. 이 회사의 경쟁자, 공급자 등에게 다 물어봐야 돼요.
리: 대답하기 싫어하지 않나요?
허명준: 투자를 받아야 하니까 협력사 등에 부탁을 하는 거죠. ‘저희한테 투자할 사람들이 찾아갈 테니 대답 좀 잘 해주세요’ 이렇게요. 경쟁자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그 정도 네트워크는 있어요. 그 정도 네트워크도 없으면 이 사업을 할 수 없어요. 저희가 회계법인이나 증권사 출신이 많아요. 그런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거죠. 사실 이 사업은 네트워크가 전체거든요.
리: 회계법인 사람들이라고 하면 굉장히 정량적인 평가를 할 것 같은데, 지금 들어보면 오히려 인맥이나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허명준: 회계법인이랑 다르죠. 회계감사는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IB나 FAS(Financial Advisory Service, 금융자문)라고 하는 쪽, 컨설팅 쪽은 정성적인 부분들을 많이 핸들링해야 해요.
리: 정성적인 부분을 통해 평가하는 게 결국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잘 돌아가고, 이걸 통해서 얼마를 벌 수 있을 것이다’를 예측하는 건가요?
허명준: 그렇죠. 그런 것들과 정량적인 걸 비교하는 거죠.
리: 와… 비교는 어떻게 하나요? 일단 정량적인 건 나올 테고요.
허명준: 지금 저희가 드론 사업을 검토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드론으로 매출을 내는 회사가 거의 없어요. 그런데 한 회사가 ‘우리 가치는 한 50억 되고, 지금부터 5억씩은 벌 수 있다’고 하면, 이걸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요?
리: 없죠…?
허명준: 없죠.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들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한 게, 이 드론이라는 비즈니스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요인이 무엇인지를 판단해야 하거든요. 그게 되면 간단해요. 드론 경우에는 플라이트 컨트롤(flight control)을 얼마나 자력으로 가져갈 수 있느냐? 또는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느냐? 등을 보면 되거든요. 사실 플라이트 컨트롤은 드론 만드는 것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어요. 칩셋이나 자이로스코프 같은 영역이거든요. 이걸 잘 만드는 회사의 역량과, 투자하려는 회사가 목표로 하는 수준과 현 수준을 비교하는 거죠.
리: 그런 기술적 역량을 어떻게 분석하죠?
허명준: 이건 내부 인력이 분석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대학교를 찾아가고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여쭤보는 거죠. ‘이 회사가 이런 이런 기술들이 있는데, 이 회사가 여기와 비교를 해서 이 레벨까지 오를 수 있겠느냐? 만약에 올 수 있다면 얼마나 걸리겠느냐? 이렇게 하기 위해선 실제 어느 정도의 투입이 들어가겠느냐?’ 이걸 여쭤봐요. 그러면 대답을 해주시겠죠. 우리가 계속해서 파고들고 또 틀어서 물어보죠. 그러다 보면 새로운 사실도 알게 돼요. 예를 들어 ‘아냐, FCC(Flight Control Computer, 비행제어 컨트롤러)는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야’라는 답을 얻게 되지요.
리: 음???
허명준: 무슨 이야기냐면, FCC는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해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드론들은 대부분 DJI의 FCC를 씁니다. 한국에서 만든 드론도 대부분 이걸 써요. 왜냐면, DJI는 이미 몇억 대를 날려봤다는 거죠. 한국은 아무리 FCC를 잘 만들어도 검증이 안 되었으니까 대중화되기 힘든 거예요. 그런데 반대로, 상용적인 게 아니라 특수한 쪽에 쓰이는 거라서, 안전성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이 더 먹힌다면 투자를 할 수 있겠죠. 이런 것들을 판단하는 과정들이 말은 쉬운데, 굉장히 오래 걸려요.
리: 말도 안 쉬운 것 같은데요… 투자라든가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스페셜한 영역이 아니라 굉장히 제너럴하게 다 알아야 하는 거잖아요?
허명준: 그래서 내부 인력이 아니라 외부에서 도움을 얻어서 하는 거죠.
M&A와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의 진실: 회사는 오너부터 읽어라
리: 처음 제로에서 시작할 때, 이렇게 투자자의 눈으로 비즈니스를 보는 능력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허명준: 제 경험상으로는 반반이에요. 실제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화시키고 이슈를 끄집어내야 하거든요. 그 능력은 굉장히 발달할 거예요. 그런데 이걸 비즈니스화시키는 건 다른 문제거든요. 창업하는 사람과 기획하는 사람의 차이 때문이에요. 창업하는 사람은 이런 능력이 있으면 굉장히 큰 도움이 돼요. 그런데 실제 사내에서 기획한다거나 신규 사업을 검토한다거나 할 때는 이 능력이 필요 없어요.
리: 어… 저는 반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왜 사내에서 더 힘든 거죠?
허명준: 필요 없는 이유가, 사내에 있는 역량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내부의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기업의 리소스는 제한되어 있잖아요. A, B, C라는 비즈니스를 하는데 D를 붙이고 싶어 하면 A, B, C 사업 본부장들이 다 No 해요. 왜냐면 우리 거 뺏어서 한다는 거죠. 이걸 극복할 만큼 완전무결한 걸 하려면 4~5년 이상 걸려요. 그런데 창업은 자기만 딱 마음먹으면 되잖아요?
리: 그렇네요?!
허명준: 그래서 많은 걸 볼 수 있고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자기가 사업을 주도할 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돼요. 그런데 내부에서 기획하는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제 경험상으로는 보통 반대로 굉장히 심플하게 가버려요. ‘판단은 너희들이 해, 이건 그냥 이런 거야’라고 개념적으로 가버리는 거죠. 대신 리스크를 떠안지 않는 거고요.
리: 리스크를 떠안지 않는다는 건 자기 일은 아니라는 건가요?
허명준: 네. 그래서 제가 강의에서 이야기해드리고 싶은 부분이 이런 거예요. 사내에서 기획하는 분들이 이런 것들만 정확하게 짚으면 그래도 실행, 이행하는 데 조금은 도움될 거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리: 그런 디테일한 사업 분석과 기획은, 사실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허명준: 그렇지 않아요. 요즘은 M&A가 굉장히 아래까지 내려왔어요. 매출 1,000억 이상 되는 중견기업이라고 하면 다들 M&A에 관심이 있어요. 왜냐면 성장동력이라는 게 있어야 하잖아요.
리: 창업이 아닌 기업 안에서 실제 사업 분석과 기획을 할 때 중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내부관계자 설득이라거나…
허명준: 사업 기획을 한다는 건 목적이 명확해야 해요. 그냥 회장이 와서 ‘이 사업 한 번 검토해봐.’ 이건 아니거든요. 사장은 어떤 생각을 할 거예요. ‘지금은 이 사업이 좋지만 향후에 이 사업이 안 좋아질 것 같으면 새로운 사업을 붙이자’거나, ‘이 사업을 지금 안 들어가면 늦어질 것 같으니 내가 과감하게 투자를 하겠다.’ 이런 목적이 있을 거잖아요? 아니면 ‘이 사업은 이 두 개를 붙이면 시너지가 너무 많이 날 거야.’ 이런 것도 있죠.
리: 그런데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골치 아픈 게, 신사업이라고 하면 일단 사이즈 있는 걸 생각하잖아요? ‘야! 10억밖에 안 되는 걸 우리가 왜 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허명준: 저는 목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는 사업계획에 진짜 미션을 두지 않은 분들이 하는 이야기예요. 이걸 죽었다 깨어나도 인수해야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미션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10억이든 100억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제가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 300대 기업 안에는 그런 미션 가진 사람이 한둘은 꼭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기획실에 있지는 않아요(웃음).
리: 바깥에서 노나요?
허명준: 아뇨, 비서실이나 아니면 또 외부에 회장 직속으로 기획조직에 있죠. 신규 사업이나 M&A는 오너십이 밀어주지 않으면 진행되기 힘들어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실행방안이기 때문에, 실패하면 회사의 존망이 걸리는 문제일 때도 있죠.
리: 오너의 의향보다 중요한 게 없다는 건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러면 너무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심해지지 않나요?
허명준: 그래서 제가 주제가 너무 어렵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기획자들이 가져야 할 시각이나 안목이 뭐냐? 그걸 어떻게 맞추냐’ 거든요. 그냥 신규사업이 이렇게 하는 거라고 말하는 건 책 읽으면 돼요. 저한테 이야기 들을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런데 책에 ‘왜 이 사업을 전개해야 하나?’ 이런 내용은 없어요.
리: 그게 보통은 위에서 시켜서잖아요.
허명준: 사실 그게 정답이기는 한데, 위에서 시킨 이유가 또 있잖아요. 그걸 본인이 100% 이해해야 돼요. 오너하고 생각이 동화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해요. 반대로 오너가 생각이 없는 생각에서 툭 던져본 건 죽도록 들어가면 안 되거든요.
리: 오너가 툭 던지면 커트해야 하는 건가요?
허명준: 그것도 있지만, ‘어느 수준에서 안 된다’는 걸 오너가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오너가 저녁 먹고 와서 ‘누가 나한테 이 사업 제안했는데 한 번 검토해봐’라고 했을 때, 이건 5:5잖아요? ‘잘 되면 내가 할 거고 안 되면 안 되는 이유를 나한테 가져와’ 사실은 이거예요. 이걸 캐치를 해야 하는데 오너는 그걸 절대 이야기를 안 해주죠.
리: 재밌네요. 일단은 우리 회사부터 잘 알아야 한다는 건가요?
허명준: 오너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주워들은 이야기인데, 기획 실무자 선에서 검토해 보니 회사를 되살릴 캐시 플로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이제 오너를 설득해야죠. 그렇게 오너를 설득하는 논리를 만들어야 하는 거고, 신규 사업의 핵심은 거기에 있어요.
리: 최근 열었던 행사 중, LA레이커스, NC다이노스 데이터 분석가들의 이야기가 재밌었어요. ‘우리가 데이터로 논리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코치들에게 먹히도록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허명준: 사실 비즈니스 세계도 결국 사람 사는 세상하고 똑같아서 다 비슷해요. 저는 단순하게 보려고 해요. 이걸 사람 사는 얘기들로 구현해내고 싶어요. 저도 컨설팅을 12년 동안 해봤지만, 실제로 실행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리: 매트릭스 같은 걸 그려놓으면 단순하게 보는 데 도움이 좀 되나요?
허명준: 근거들이 되겠죠. 그런데 개념이 없는 근거는 전혀 의미가 없어요. 아무리 잘된 재무적 분석도, ‘의지’가 없으면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중요한 건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예요. 오너의 관점으로, 회사의 관점으로, 또는 비즈니스 입장에서 봤을 때는 리스크의 관점으로, 기회의 관점으로 보는 거죠.
리: 우와아… 이게 의외로 간단하지만 강력한 논리 구성이 되겠네요.
허명준: 사실 별거는 아니에요. 오너가 지금 고민하는 게 뭐고, 그 이슈 상에서 이 기획한 사업이 얼마나 딱 맞는지 판단하는 거죠. 회사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회사는 리스크 A를 가졌어요. Z사업이 수익적으로는 도움이 안 되지만, 리스크 A를 헷지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으면 Z사업도 제안할 수 있는 거예요.
큰 회사들은 어떻게 계열사를 늘리고 신규사업을 하는가
리: 오너가 신사업을 추진하는 케이스가 있을 거고, 사모펀드에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이런 목적에 충실한 케이스가 있으면 두 케이스의 의사 결정은 완전히 다르지 않나요?
허명준: 다르죠. 조금 전에는 회사에서의 신사업을 말씀드린 거예요. 제가 있는 영역은 기업투자 시장인데, 이건 사업 기획은 아니에요.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똑같아요.
리: 그런데 사모펀드도 큰 회사를 인수하면, 자기들이 경영진 물갈이하고 경영에 관여하잖아요?
허명준: 그런 회사는 몇 개 못 봤어요. MBK 정도가 그렇게 할까요? 보통 저희가 SI(Strategic Investor, 전략적 투자자)를 끼고 들어가죠. 잘 경영할 수 있는 회사가 이걸 인수하게끔 만들고, 인수자금을 대주는 거예요. 실제로 대형 펀드 말고는 경영진들을 갈 수 있는 능력도 안 돼요. ‘경영참여형 PEF’도 있다고 하지만, 말 그대로 ‘경영참여형’이지, ‘경영형’이 아니잖아요. PE(사모펀드 투자)가 통으로 인수하는 건 무리한 이야기에요.
리: 그러면 지금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인수 후 경영을 이어가죠?
허명준: 그것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는 SI에게 인수자금을 대주죠. 예를 들면 ‘너 지분 20% 사, 80%는 우리가 돈을 낼게’ 그래서 이 회사를 운영하게 하고, ‘5년 후에 80%에 대해서 우리가 100원에 샀던 거를 120원에 팔고 나갈 테니 너희들 잘 해봐’ 이렇게 하는 거죠.
리: 흥미로운 강의가 될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완전히 신사업에 대한 시각을 달리 볼 기회가 될 것도 같네요.
허명준: 그렇게까지 벌리기는 힘들 것 같고요. 몇 개의 성공하고 실패한 케이스 위주로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 국내 회사 중에 M&A로 가장 이름을 날리는 회사가 두 군데 있어요. S&T 중공업하고, SM(삼라마이다스) 그룹이에요. SM그룹 같은 경우에는 매년 2, 3개씩 M&A를 해서 지금 계열사가 한 60개 돼요.
리: 회장님이 심심하시답니까…?
허명준: (웃음) 그건 아니고, 욕심이 많으세요. 건설업 하시던 분인데… 이 분은 경영학에 나오는 M&A의 룰을 안 지키세요. 그런데 성공을 하셨어요.
리: M&A의 룰은 뭔가요?
허명준: 일단은 리스크를 잘 파악해서 좋은 가격에 인수하고 PMI(Post Merger Integration, 합병 후 통합) 잘해서 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분은 인수하고 그냥 믿고 맡기세요.
리: 최신식 경영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
허명준: 최신식이라기보다는 생각이 다르신 것 같아요. 제가 아는 경영학 이론과 안 맞다고 말씀드리는 게, 믿고 맡기시되, 지원을 해주세요. 충분한 지원을 해서 회사가 살아나도록 하는 거죠.
리: 무슨 엑셀러레이터인가요…?
허명준: 약간 그런 개념으로 가져가는 거죠. 그룹의 역량을 통해서 회사를 정상화하거나 키우는 거죠.
리: 기본적으로 사업 검토라는 게 엄청 다 따지잖아요. 이 회사의 재무상태·건전성이 어떻고, 시장이 어떻게 될 거니까 얼마나 커 나갈지 파악하고, 리스크가 이만큼 있으니까 우리가 인수하면 얼마큼 뽑을 것 같다 이런 식이잖아요?
허명준: S&T도 그렇고, SM도 그렇고, 최근에 이슈가 되는 하림도 그런 식으로 인수한 케이스가 별로 없어요. 이 회사가 얼마나 재무상태가 좋고, 미래가 어떻고 이런 건 그분들한테는 별로 의미가 없어요. 대부분의 회사를 키우고 확장하시는 분들은 그 관점보다 한 단계 더 위의 관점에서 보세요.
리: 리스크의 세계로 보지 않는 건가요?
허명준: 그런 부분도 있는데, 신사업은 완전히 쌩뚱맞은 사업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신사업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같은 제품인데 고객을 바꾸거나, 그 고객이 필요한 다른 제품을 집어넣어요. 또는 지역을 옮기죠. 이런 걸 신사업이라고 이야기를 하죠.
리: 어떻게 보면 되게 간단하네요? 사실 생뚱 맞은 비즈니스를 하면 보통 망하죠…
허명준: 그렇기도 한데 보통 그런 식으로 하지 않으세요. 하림이 원래 닭 팔던 회사잖아요? NS홈쇼핑을 만들었어요. 왜 만들었을까요? 닭 팔려 들어간 거예요. 홈쇼핑 사업이 매력적이라서 들어가신 게 아니에요. 그동안은 도매를 해서 점주들한테 팔거나, 소매를 할 수 있는 슈퍼마켓이나 이런 곳에 밀어 넣다가 ‘그럴 필요 뭐 있어? 우리가 직접 팔아도 되지’한 거죠.
리: 그러면 STX, 해운회사는 수출하려고 산 건가요?
허명준: 해운회사도 마찬가지예요. 하림 회장님의 꿈이 ‘카길’이 되는 거예요.
리: 어마어마한 꿈인데요?
허명준: 김홍국 회장님, 대단하신 분이죠. 회장님께서 닭을 많이 팔아서 돈을 많이 버셨지만, 진짜 꿈은 따로 있어요. 하림의 핵심역량은 사료에 있거든요. 이 사료가 한국에서만 팔리는 건 아니잖아요? ‘운송을 해야 하는데, 기왕 하는 거 그냥 우리가 하자.’ 그래서 팬오션을 인수한 거예요. 이때 사모펀드하고 같이 인수를 했어요. 그런 형식인 거죠. 그래서 보면 신사업이라는 게 아까 말씀드린 대로 딱 3개에요.
- 내 제품을 다른 고객에게 팔아보자, 그걸 위한 수단이 뭐냐? 그러면 그 비즈니스가 뭐냐? 그다음에,
- 내 고객이 이것도 사겠다더라, 그러면 이걸 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봐라, 또는 ‘이거 우리가 할 수 있어?’ 이렇게 물어보는 거죠.
- 요즘에는 가장 트렌디한 게 ‘한국은 인건비도 그렇고 다 비슷하니까, 한국에서 만들지 말고 베트남 가서 만들어봐.’ 이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신규 사업이에요.
리: 굉장히 중요한 거네요…
허명준: 지역을 옮긴다는 건 또 굉장히 큰 지역적 법적 리스크(Legal Risk)가 있는 거니까 또 그런 부분들을 잘 헷지할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죠. 신사업은 그렇게 봐야 하고, 아예 생뚱 맞은 차세대 사업들은 사실 그룹사들만이 할 수 있는 거예요.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투자자들이 하는 일
리: 정말 큰 몇몇만 가능하겠군요…
허명준: 그룹사가 10대 그룹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룹으로 치면 수백 개의 그룹이 있어요. 이런 회사 중 자기 비즈니스의 한계를 많이 느끼는 회사들이 있어요. 특히 중견기업들이 그런데, 선대부터 2-3대까지 이것만 주야장천 하는데, 돈은 버는데, 시장에서 1등은 하는데, 매출도 안 늘고 수익도 안 늘어나는 거죠.
리: 그런 회사 많죠… 돈은 많이 버는데 뭐 해야 하지? 하면서…
허명준: 어떤 회사는 매출 한 3,000억 원 하는 회사인데, 회사 유보금이 한 2,000억 원 있는 회사도 봤어요. 그 회사는 돈을 못 써서 안달인 거죠. M&A를 하고 싶은데, 경험이 없어서 못 하는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고민하는 거죠.
리: 반대로 돈이 없어서 ‘우리가 돈만 있으면 뭘 할 건데’라고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되게 많을 것 아니에요? 그분들은 어떻게 회사를 팔아먹든 투자를 받든 할 수 있을까요?
허명준: 글쎄요… 케이스가 원체 다양해서요. 말씀하신 게 이런 거잖아요? ‘내가 참 비즈니스는 키우고 싶은데 지금 우리 회사에는 돈이 별로 없어’, 이건 금융위기 이후에, 우리나라 금융상품이 엄청나게 발달을 했어요. 중견, 소중견회사들이 2세 체제로 많이 넘어왔는데, 이 친구들이 대부분 금융을 한 번씩 경험했던 친구들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상품을 잘 썼어요. 소위 말해서 BW, CB부터 해서 그런 것들로 많이 도움을 받다가, 금리가 많이 떨어지면서 힘들어진 거죠. 그래서 이 사람들이 찾는 게 PEF들이에요.
리: 그게 그렇게 연결되는군요…
허명준: 예전에는 우리나라에 PEF가 30개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몇 년 만에 숫자가 3배로 늘어난 이유는 그런 수요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내가 증자를 할 테니, 또는 내 지분을 팔 테니 이걸 사주세요. 그러면 내가 이 돈을 가지고 신규투자를 할게요.’ 또는 ‘이 회사 인수할 때 내 돈이 한 100억 원이 있으니 300억 원만 같이 주주로 들어와 주세요. 대신 제가 이 회사 잘 경영해서 300억을 불려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거죠.
리: 스타트업 같으면 온갖 VC나 엑셀러레이터들이 사실상 브로커 역할을 하잖아요? 그런데 큰 바닥은 정보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어디서 그런 브로커 역할을 하게 된 걸까요?
허명준: 그게 저희가 찾아다니며 하는 거죠.
리: 소식을 어디서 듣고 찾아가요?
허명준: 보통 증권사, 회계법인이 주로 많은 채널이 되고, 또 업계에서도 예를 들어 우리가 100억 원 투자가 끝나서 이제 투자 여력이 없는데 딜이 들어오면 우리 옆에 있는 쪽에 넘겨주는 거죠. PE가 투자할 수 있는 회사는 애초에 몇백 개가 안 돼요. 대충 200~300개의 리스트는 시장에서 보유하고 공유하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 연 매출이 1,500억이 넘는 회사(산업발전법 내 중견기업으로 정의되는 회사)는 약 3,800개에요. 이 중 상호출자 관계 등을 고려한 그룹사 기준으로 묶어보면 약 800개에서 1000개예요. 예로 하림유통, NS홈쇼핑, 팬오션 등 10여 개 그룹이 하림그룹으로 묶이죠.
리: 음… 그 아래 사이즈는?
허명준: 연 매출 400억 원 되는 회사도 계산해봤는데 한 3,000개 되더라고요. 사실 그 사람들도 사업 키우는 데 돈이 필요하지만 시설 자금 이런 게 필요한 거지 투자 자금이 필요하지는 않거든요. 여기는 은행 가서 빌리는 거고, 또 그 밑에 100-200억짜리 회사들이 손을 많이 벌려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이쪽은 VC가 많이 커버하는 중이고요.
리: 오늘 이야기한 것 중에 가장 핵심으로 여기는 건, 우리 오너님의 뜻을 잘 파악하기인 것 같네요. 회장님의 뜻을 잘 파악하기…
허명준: 좀 그렇긴 한데… 현실이 그렇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오너라기보다는 주주들이죠. 주주가치 극대화가 기업의 핵심이거든요.
리: 상장기업이 아닌 한 현실과는 많이 벗어나지 않습니까?
허명준: 오너도 주주니까요. 주주가치 극대화가 기업의 최고 미션인 거고, 특히 기업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가치를 늘리잖아요.
리: 미션은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허명준: 기획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렇죠? 회사의 자산을 늘리고, 매출을 늘리고… 사실 매출은 조금 애매해요. 매출이 는다고 회사가 커지지는 않거든요.
리: 매출이 늘면 회사가 커지는 것 아닌가요? 빚내기도 쉬워지고요.
허명준: 빚을 많이 내도 자산은 그대로 있으니까요. 주가는 자산에 연동되잖아요. 그래서 주주가치 극대화가 매출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주가가 늘려면 자산이 늘어야 하죠.
리: 그건 상장기업에 한정된 것 아닌가요?
허명준: 비상장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나라 구세대 오너들이 실수를 많이 한 게 매출 키우려고 빚을 져서 자산은 안 되는 상태에서 매출만 컸어요. 금융위기 한 번 오니까 다 날아가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그런 경우에는 컸다고 판단을 안 하는 거죠.
리: 자본시장에서는 그렇게 보는군요.
허명준: 매출이 유지가 되더라도 캐시가 쌓여서 신규 투자에 대한 여력을 갖거나, 아니면 비용이 줄면서 혁신되는 게 병행되어야 하죠. 매출만 꾸준히 늘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요. 캐시 플로우를 계속 쌓아나간다고 좋은 것도 아니에요. 이게 같이 가줘야 해요. 이걸 주주가치 극대화라고 저희가 이야기하죠.
리: 정말 온갖 걸 다해야 하는군요.
허명준: 이렇게 하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보면, 혁신이나 원가 절감을 통해서 이익을 늘려나가거나 또는 이 비즈니스 외에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또는 이게 다운턴이 되었을 때 이걸 커버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붙이는 게 또 하나의 자산 확장이 되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PEF 하는 사람들에게는 뭘 해야 할지 뻔히 눈에 보이는 거죠.
리: 이를 위해 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허명준: 그런데 이게 오너의 의지와 다를 수도 있어요. 오너가 모든 걸 알고, 모든 걸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기획이라는 건 제가 봤을 때는 실행되어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어떻게 오너의, 회사의 상황을 바라볼 거고 이걸 어떻게 설득해나갈 것인지를 제공하는 게 기획의 가장 큰 역량 중 하나죠
리: 삼국지의 모사들을 보는 느낌이네요. 전략 짜고, 큰 판 읽고 그래서 군주를 설득하고.
허명준: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떻게 보면 그게 오너가 원하는 기획실의 역할인 거죠. 그러니까 기획하고 전략이 약간 달라요. 전략은 기회와 방향을 이야기하는 거고, 기획은 그걸 만들기 위한 프로세스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리: 그러면 기획은 실행에 가깝다고 보시는 건가요?
허명준: 그렇죠. 어떤 아젠다가 주어지면 그게 꼭 신규사업, M&A가 아니더라도 아젠다가 주어지면 ‘어떤 식으로, 어떤 순서로 풀어낼 거냐?’는 게 기획인 거죠.
리: 그래서 전략기획실이군요.
허명준: 기획의 또 다른 축은 ‘자원의 배분을 어떻게 가져갈 거냐’예요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위해 역량들을 어떻게 배분할 거냐? 자금은 어떻게 배분할 거냐? 그다음에 운용 프로세스에서 또 사업부 간 또는 부서 간 연결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 ‘R&R은 어떻게 넘겨줄 거냐?’ 이게 기획의 역할이죠.
리: 말씀하시는 것만 들으면 전략, 기획, 재무 3개가 완전히 통합되어야 하는 것 같네요.
허명준: 그렇지는 않아요. 체크 앤 밸런스라고 해서 이게 다 밸런싱이 되어야 해요. 한쪽에 쏠려가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리: 하지만 전략, 기획, 재무 이 3가지가 동떨어져도 곤란하지 않나요?
허명준: 저희는 이렇게 봐요. 기획하고 전략이 한 축, 그리고 인사가 한 축, 재무가 또 한 축이에요.
리: 인사가 왜 이렇게 커요?
허명준: 사람을 배분해야 하거든요. 조직을 컨트롤해줘야 하는데, 기획이 컨트롤하면 리스크를 안 보고 기획의 의도대로 따라가요.
리: 실행은 그럼 어디에 들어가는 거예요?
허명준: 실행은 모든 전 조직이 다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제 머리가 누구냐는 거죠.
리: 머리는 누가 됩니까?
허명준: 이 삼두가 다 머리가 되어야 하는 거라고 봐요.
리: 그 위에는 오너님이 있고요?
허명준: 그렇죠.
리: 오너 밑에 인사, 재무, 전략기획이 이렇게요?
허명준: 네, 그렇게 서로 간에 체크 앤 밸런스가 되어야 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3개월짜리 숏턴 프로젝트는 기획이 혼자 해도 돼요. 그런데 2년짜리 프로젝트는 셋이 같이하지 않으면 안 돌아가요.
리: 한국 기업에서 인사는 힘이 상당히 떨어질 것 같은데요.
허명준: 한국은 그렇습니다. 오너가 시키는 대로 해버리니까요. 그런데 해외 경우에는 인사가 거의 CEO 레벨이에요. 그런데 LG도 그렇고, 삼성도 그렇고 CHRO가 따로 있어요. 사실 이때 인사라는 게 사람을 부리는 인사만 말하는 게 아니라 조직까지 포함하는 거거든요.
리: 재무도 사실 조금 약하지 않나요?
허명준: 아뇨, 재무는 강해요. 마지막에 투자 의견이 탁 나왔을 때 힘을 발휘하죠.
리: 아… 최강이네요. 그런데 인사까지 셋이서 같이 봐야 한다?
허명준: 이게 이상적이라는 거죠. 실제로는 오너가 있고, 전략기획이 있고, 그 밑에 재무가 있죠.
리: (웃음) 인사는 없고요?
허명준: (웃음) 한국에서 인사는 보통 재무의 한 파트로 있는 거니까.
리: 재무하고 인사가 잘 붙어 있군요?
허명준: 한국의 조직은 보통 경영관리팀으로 그렇게 붙어 있죠. 하여튼 전략과 기획으로 돌아가면, 전략은 방향이에요. 기획은 그걸 실행하는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사업 개발이라는 건 전략에 가깝죠.
리: 하지만 전략을 잘 짜고 나서 기획에 들어가는 순간이 지옥일 텐데요… 전략은 이것까지 어느 정도 생각해서 짜야 하는 건가요?
허명준: 그래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거죠. 그래서 당신들이 이걸 할 때 꼭 이것만 해라. 첫 번째로는 오너나 회사의 환경과 의중을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너희가 전략을 잘 짠 다음에 그걸 잘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술(Tactic)을 제공해라. 하나를 더 욕심부려서 한다면, 당신이 개발하는 사업의 허실을 판단해라. 이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은 거예요.
투자와 기획, 돈의 흐름을 읽는 게 가장 중요하다
리: 그런데 어쨌거나 허실과 무관하게 사람들이 어떻게든 사업이 시작하면 계속 가잖아요?
허명준: M&A도 맛본 사람이 계속 M&A를 하는 건데, 한 번 하기가 되게 힘들어요. 사업 개발도 한 번 하면 쉬운데, 한 번 하기가 되게 어렵고요. PEF도 GP 등록할 때 한 번만 받으면요, 그다음부터는 쭉쭉 가요.
리: 그 한 걸음을 가는 것과 안 가는 게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허명준: 이게 어떤 차이에서 생기냐면, 사람들은 다들 남은 알아요. 그런데 자기를 몰라요. 그리고 중요한 건 자기를 모른다는 건 자기를 과대평가하기보다는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아요.
리: 이건 신선한 관점이네요.
허명준: 이 사업이 좋은 건 다 알아요. 그런데 우리 회사가 할 수 있을까? 아까 그랬잖아요. 한 번 하는 게 어렵다고요. 과대평가하면 한 번이 아니라 두세 번 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겠죠. 그런데 반대로 과소평가 해서 한 번 하는 게 어려워요.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자본이 부족하면 금융상품 쓰면 돼요. 기술이 부족하면 어떻게든 찾아서 붙이면 됩니다. 그런데 ‘내가 이 사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정말 미래가 이렇게 찾아올까?’라는 두려움이 있는 거예요.
리: 음…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당연히 불안하겠죠.
허명준: 돈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이 관점으로 보면 설명이 조금 되는데, 이전에는 돈이 실물에 따라서 움직였어요. 그중에서도 돈이 가장 많이 움직였던 데는 인프라, 그다음에 자동차, 서비스업도 굉장히 큰 서비스업, 대형유통이라든가 이런 쪽에서 돈이 움직였어요. 여기는 전략의 아주 기본적인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요.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컨버전스(융합) 등을 다 충족시키는 흐름이었어요.
리: 뭐, 정말 크고 아름다운 분야들이군요…
허명준: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에 거의 마이너스 이자까지 내려가면서부터, 돈이 그쪽으로 안 움직여요. 그냥 가만히 앉아서 2~3%씩 버는 비즈니스 투자를 하기보다는 떼먹히더라도 오히려 큰 쪽으로 가자로 바뀌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 있고, 풀어놓는 쪽으로 돈이 움직인 거죠. ‘그래? 내가 10억 원 여기다 꽂을게. 성공하면 100억으로 들어오는 거고, 아니면 말게.’ 이런 흐름으로 쭉 가버리는 거죠. 문제는 이게 어느 정도 실물에도 가고 어느 정도는 저렇게 가야 하는데 한쪽으로만 쏠려서 가버린 거예요.
리: 생각해보니까 전략 컨설팅 펌 역할도 점점 줄어들잖아요? 전략기획이 죽었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허명준: 아뇨, 다른 사람이 한다고 생각하셔야 될 것 같아요. 이제는 많이 외주화되어있어요. 오너가 자기 밑에 있는 사람하고 의논하기보다는 외부 사람하고 의논을 많이 해요.
리: 그러니까 컨설팅 펌은 망해도 그 역할을 다른 데서 한다?
허명준: 오너들은 컨설팅을 받지는 않지만 컨설턴트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다만 그 방식이 달라질 거라는 거죠.
리: 기업 등에서 몇십억 주면서 ‘연구해서 주세요’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가 되어버린 거네요?
허명준: 옛날에는 ‘이런 거 하고 싶은데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봐’ 이러면 걔들이 프레임 다 짜서 가져오죠. 이런 세상이 이제는 아니에요. 이제는 인 하우스에서도 많이 하고, 오너들도 잘 아니까 자기들이 정리를 하는 거죠. 어떻게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오너 입장에서는 그 목적점이 뭔지가 되게 중요한 거잖아요. 투자도 마찬가지에요. 우리들한테 투자를 해주는 사람이 의사가 있으면, ‘이거 쟤들하고 같이 이야기해 봐’ 이렇게 되는 거죠.
리: 재미있네요. 의사결정이라는 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오너가, 투자자가 오케이하면 거기에 맞춰서 움직이는 거네요.
허명준: 지금은 많이 그렇게 되어 있어요. 지금은 절차가 모든 걸 백업하지 못하기 때문에요. 그렇게 돈의 움직임이 경제학스럽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비즈니스의 흐름이 프레임에 따라서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봐요.
리: 돈의 흐름이라고 해야 할지, 정보의 흐름이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보면 실제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는 건가요?
허명준: 그렇죠. 그 움직임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봐야 하는데 흐름이라는 게 한 군데서만 움직이는 건 아니잖아요. 강물이 흐르면 여기도 움직이고 저기도 움직이잖아요. 낚싯대를 던질 때 여기에 던질 수도 있고 저기에 던질 수도 있어요.
리: 그럼 대체 어디 던지죠…
허명준: 중요한 건 이렇게 움직이는 곳에 던졌느냐, 저렇게 움직이는 곳에 던졌느냐를 본인이 알아야 한다는 거죠. 내가 원해서 이쪽에 던지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런데 내가 던진 지점이 유속이 빠르냐 느리냐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유속이 느린 시점에서 내가 잡을 수 있느냐? 빠른 시점에서 잡을 수 있느냐?’를 알아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걷어서 다시 던져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게 유속이 빠른지 안 빠른지 모르는 상황에서 낚시해야지 하고 릴질을 해요. 옛날에는 그렇게 하면 한 마리는 잡혔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죠.
리: 너무 빠르면 뺄 수도 없고… 이게 리스크군요. 낚시로 배우는…
허명준: 그런 것들을 알아야 해요. 이 정도 역량을 가져야 하는 게 당연한 거고, 오너나 외부 사람들도 그걸 다 요구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어떻게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해야 하느냐는 거죠.
리: 기획 업무에 대한 역량 자체는 더 높게 요구된다는 건가요?
허명준: 옛날에는 기획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뭘 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았어요. 그냥 다 기획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주가 관리, 사업 개발 이런 것들이 다 정해져 있는 사항이니까요. 어느 정도 정형화가 되어서 전문성은 가질 수 있게 되었죠.
[허명준] 사업기획: 투자자본 확보의 A to Z (9/10)
기업이 적게라도 매출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 기획과 테스트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본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논리만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이죠.
비즈니스를 기획하고자 한다면 타당성을 끊임없이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기획안은 필수적이죠.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방법부터 세련된 기획안을 작성하는 법까지, ㅍㅍㅅㅅ 아카데미가 알려드립니다!
이 강연을 누가 들어야 하나요?
- 신사업에 애를 먹고 있는 실무단
- 비즈니스 사업전략을 고도화하고 싶은 직장인
- IR 관련 또는 신규투자 펀딩 업무를 기획하고자 하는 실무진
이 강연을 들으면 뭐가 좋아지나요?
- 사업 기획에서 투자자본 확보가 의미하는 것에 대하여 알아봅니다.
- 자본시장은 무엇이며 어떤 투자 플레이어가 있는지 알아봅니다.
- 투자기관은 어떻게 투자하는지, 어떤 투자자가 우리에게 맞는지 알아봅니다.
- 투자자와 잘 헤어지는(EXIT) 방법을 알아봅니다.
강연 정보
- 일시: 2018년 9월 10일(월), 오후 7:30~9:30
- 장소: 드림플러스 강남(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11 한화생명보험빌딩 지하1층 이벤트홀)
- 강사: 허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