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다. 그 중에는 명작도 있지만 역사에 존재해서는 안 될 인류의 흑역사급 물건 역시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문제는 그게 어둠 속에 묻혀져 잊혀지는 게 아니라 굳이 발굴해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는 순간이다. 마치 아타리 쇼크를 불러들인 주범 ET처럼.
왜 아타리를 E. T가 망쳤는지는 이 게임을 해보면 안다.
이번에 소개할 최초의 정치 게임 역시 그런 부류 중 하나다. 물론 정치게임이 이것만 있는 건 아니다. 부시에게 구두 던지는 게임은 물론, 한국에도 ‘YS는 잘맞춰’라는 괴작이 존재했고, 더 올라가면 아주 고전 게임이자 정치풍자의 끝판 왕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세가의 “I’m Sorry”도 있다. 허나 본격 정치 홍보 게임이라면 역시 이 게임이 손에 꼽힌다.
지난 2007년, 지금 임기 말을 두고 있는 주어 없는 가카(…)가 아직 풋풋하면서도 그 야심을 드러내기 전(?)인 시절에 후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적 있는 ‘대운하 보트라이더’가 그것. 지금은 후보자 페이지가 없어져서 볼 수 없지만 구글신은 위대하셔서 검색만 쳐도 모든 걸 공개하신다.
게임은 정해진 구간을 장애물들을 피해서 목적지에 도달하면 되는 게임이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지역 특산물은 아이템으로 점수로 취급되며, 장애물에 부딪히면 에너지가 줄어들고 에너지가 다 떨어지면 게임이 끝나는 단순한 구성. 에너지를 채우고 싶다면 중간에 나오는 에너지 아이템을 얻거나 특정 중간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지역 특산물로 등장하는 것들은 사탕부터 시작해서 사과, 항아리, 온천마크(?), 개구리 얼굴(???), 부산갈매기(…) 등등인데. 진행하다 보면 장애물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어져 저것도 장애물로 인식하고 지나쳐버릴 수 있다는 크나큰(?) 단점이 존재한다. 이 게임은 말 그대로 당시 후보였던 가카의 공약 중 하나였던 강화-부산간 4대강 대운하, 그 중에서도 경부운하를 소재로 한 게임이다. 심히 압박스러운 축생 한 마리가 보트 하나를 타고 정해진 구간을 가는 게임이다. 영상이 없는 관계로 대략 아래 이미지를 보자.
시작점은 부산이며, 종착점이 강화인 상경(?) 구성이지만 구간 선택이 있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다. 개발에는 (돈을 어디 쓴지는 모르겠지만) 관광희망포럼, 휴먼워크스가, (개구리 얼굴은 왜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검수로는 서울 디지털대학 최석만 교수가 참여한 바 있다. 정해진 구간을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게 달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가장 근접한 게임을 꼽으라면 세가에서 개발한 아웃 런(Out Run)을 꼽을 수 있겠으나. 이건 아무리 봐도 아웃 런에 대한 모욕이지 않을까…
아웃런을 기억하는가? 한때 무려 200원이란 엄청난 가격을 자랑한…
그러나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게임은 애초에 운하 사업 홍보를 목적으로 만든 게임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완성도는 괴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만든 게임은 아니라는 게 더 벙찐다. 특히 2007년 당시에는 정치 및 시사풍자로 몇몇 커뮤니티를 통해 플래시와 움짤이 합성필수요소와 같은 짤방화가 만연했던 시절… 아직 끝자락에 남아있었던 플래시를 활용해 자기 정책을 홍보했다는 점에서 가카의 선거에 대한 열망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
솔직히 생각보다 멀쩡한 물건이다. 만든 쪽이 주어 없는 그분이라서 다른 의미로 열을 받는 게 문제지.
물론, 게임으로서는 그냥 단순하게 만들어 낸 플래시게임에 지나지 않지만 작은 데이터, 작은 그림, 작은 사건마저도 하나의 이슈가 되는 인터넷 세상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을 걸 번히 알면서도 저런 것을 만들어서 내보냈다는 점은 당시로 치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을 것이다. 특히 그 시점에서 다른 대선후보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한 게 거의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리고 결과는 5년 동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신기한 현상을 겪게 되었고, 4대강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必要韓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