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보수’ 인사라는 사람들은 토론 자체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논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으로 왜곡을 추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토론이라는 것은 ‘주어진 팩트’들을 소재로 각자의 논리를 개발하여 찬반 입장을 펼치는 것이다. 팩트가 아닌 거짓을 기반으로 입장을 펼치는 것은 왜곡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썰전>에 전원책이 출연해서 논하는 것을 보고 더이상 썰전을 볼 수 없었던 느낌을 포스팅한 적이 있다. 현재 전원책은 TV조선 앵커를 하며 기자들에게마저 반발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은 전원책의 후임으로 박형준이라는 사람이 왔다. 이 사람은 유명한 MB맨이자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그나마 보수라는 이들 중에서는 기본적인 애티튜드를 가진 몇 안 되는 사람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 역시 기본적으로 토론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다. 토론이나 정치평을 할 때, 기본적으로 거짓을 기반으로 논하려 든다. 조곤조곤하게 말한다고 토론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7월 20일 자 썰전에서 나왔던 아주 기본적인 장면이다. ‘대통령 기록물법’이 주제였다. 이 방송에서 박형준은 너무도 터무니없게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박형준: 청와대에서 생산하는 문건들 자체가 그런 민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걸 후임 정권이 전임정권의 그런 자료를 이용해서 정치적으로 보복하지 말라는 뜻에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노무현 정부 시절에 만든 거거든요.
유시민: 그런 취지 아니예요!
대통령기록물법은 정치보복을 막기 위한 법?
썰전 제작진도 이게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았는지 ‘측면도 있어’라는 자막을 씌웠다(정확한 워딩이 있는데도 저걸 보고 댓글에 또 물타기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TV프로에 나와서 할지는 몰랐다. 이 거짓말이 베이스니 궤변 무쌍난무가 가능해진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대해서 간단히만 알아도 절대 저런 말을 못 한다.
- 대부분의 정권이 정권이 끝나면 ‘통치 사료’라는 명목으로 모든 자료를 없애거나 가지고 나간다.
- 55년간 10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남긴 대통령기록물은 100만 건 정도다.
- 그중 75%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기록물이다.
- 한 정권이 끝나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정책의 연속성이 사라진다.
-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때까지는 없었다.
- 조선보다도 기록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한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법을 제정했다.
- 후임 정권에게 가능한 많은 자료를 주기 위해서 인수인계를 처절하게 준비했다.
- 국가기록원을 제대로 된 국가기관으로 만든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 자동적으로 기록이 남을 수밖에 없는 투명한 정보공개 시스템인 이지원을 만들었다.
- 이지원의 특허권자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정권의 안전보다는 대한민국의 연속성을 위해서 기록하고 공개하기 위해서 만든 법이 대통령기록물법이다.
궤변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법의 제1조(목적)에서 명확히 밝혀놨다.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결과는 이러했다.
이 엄청난 거짓말들을 당시 언론이 모두 외쳐댄 것이다. 이미 모든 기록은 국가기록원에 보관되어 있었다. 애초에 전자기록은 원본이라는 개념 자체도 없다.
노무현은 전 대통령의 권한으로 자신이 남긴 기록들을 매번 볼 수 있었다. 봉하마을로 내려가다 보니 성남에 있는 국가기록원에 매번 갈 수 없었고, 그래서 온라인 열람기록을 요청했다. 그러나 예산 및 보안의 이유로 논외가 되자 대통령기록관과 법적 검토를 거친 후 전자기록 사본을 가져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것은 이명박의 ‘노무현 공격’의 신호탄이었다. 양비론의 헛똑똑이들이 노무현을 같이 물어뜯었고, 대통령기록물법이 뭔지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검찰수사’라는 한마디로 입을 다물게 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아방궁, 논두렁 시계 등등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며 단골 식당 사장을 포함해 주위 사람들 모두를 검찰의 수사망에 넣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노무현을 죽였다.
그런데, 대표적인 MB맨 중 한 명이었던 형준이 형이 왜 거기서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왜 저런 말을 하는 것일까?
대통령기록물법에 대한 맥락을 정확하게 알고 있던 유시민은 평소 <썰전>에서 고수하던 ‘좋게좋게’의 태도를 완전히 포기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대통령기록물법을 지킨 이는 단 한 사람뿐이다. 그는 시스템을 만들고, 법을 제정하여 남겼던 단 한 사람이다.
조곤조곤하게 말했다고 거짓말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의도적인 거짓말을 한 이들의 말에 어떠한 신뢰도 보내지 않는다. 이 사회가 함께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사회에 해악만 끼치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에 대한 반박은 이 글에 모아두었다.
출처: 마켓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