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짬봉닷컴이 커뮤니케이션, 이슈관리 측면에서 관심 있게 지켜본 2가지 장면. 자유한국당 5행시 이벤트와 BBQ치킨의 사과문이 그것이다. 전자는 자유한국당 대표 선출을 위한 2차 전당대회 홍보의 일환으로 진행된 페이스북 이벤트이다. 후자는 ‘2만 원대 치킨 시대’를 열겠다고 공표했던 BBQ치킨이 이를 철회하며 올린 사과문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 이슈 모두 6월 19일에 방점을 찍었고, 그 후로 1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자유한국당 5행시 이벤트와 BBQ치킨의 사과문은 실패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남았을까? 이를 온전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5행시 이벤트
이슈 정리
지난 6월 19일 자유한국당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벤트 콘텐츠를 게시한다. <자유한국당 제2차 전당대회 개최 공모전…자유한국당 5행시를 지어주세요!> 가 그것. 이 이벤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다. 당일부터 타임라인에 엄청난 반향이 일었고 미디어의 관심도 뜨거웠다. 결과적으로 좋아요 7,494, 공유 3,219, 댓글 19,733(7월 22일 기준)의 성과를 기록했다.
다만 이 흥행은 대부분 ‘부정적’ 측면이었다. 유저들은 주최 측의 ‘선한 의도’와는 다르게, 자유한국당을 비난하는 5행시 짓기에 열을 올린다. 지난 21일(금) 자유한국당의 발표에 따르면 최종 공모전 참여작은 2만 2,558건, 그 중 80% 이상이 부정적 내용이었다 한다.(이거 정리한 분도 참 고생 많으셨겠다…)
평가
이에 대해 대부분의 여론이나 유저들은 ‘실패한 이벤트’,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결론짓는 것 같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4행시 이벤트와 비교하기도 하고, ‘채널 운영자가 제정신인가?’류의 인신공격도 흔하다.
내 생각은 이렇다. 본래 목표는 ‘선한’ 이벤트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슈화되는 과정의 대처와 이를 결과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에서 자유한국당의 커뮤니케이션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흔히 ‘정치인은 본인의 부고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신문에 한 줄 실리고 싶어한다’고들 한다. 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인지도는 이름조차 외우기 힘들 정도였고, 2030 젊은 세대의 지지도는 그보다도 처참한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이벤트의 궁극적인 목표가 자유한국당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없다.
특히 이 이슈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홍보팀의 역량은 그야말로 빛이 난다. 이슈화가 되는 과정에서 그들은 시종일관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거나 ‘욕설만 아니라면 공정하게 심사하겠다’ 류의 공식 논평을 냈다. 백미는 수상작 발표였다. 박성중 홍보본부장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말했다.
질책과 비난도 한국당을 향한 소중한 국민의 목소리다.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는 SNS 소통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
다시 말해 애초 이벤트의 목적이 어떠했든 간에, 이들은 사후 관리를 통해 적극적인 이슈화를 유도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자유한국당을 효과적으로 알렸다. 이 정도 KPI는 어떤 마케터도 쉽게 달성하기 힘들다. 굳이 ‘노이즈마케팅’ 따위를 들먹이지 않아도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성공적인 퍼포먼스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5행시 이벤트는 여전히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 점이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4행시 이벤트와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
BBQ치킨 가격 인상 철회 사과문
이슈 정리
흔히 치킨 프랜차이즈 1위로 인식되는(실제로는 매출액 기준 2013년 이후 교촌에 이어 2위이며, 2016년에는 bhc에도 추월당했다) BBQ치킨. 지난 5월과 6월 2차례 치킨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바야흐로 ‘2만 원대 치킨 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그야말로 유저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미디어의 부정적인 보도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새로 취임한 공정거래위원장이 움직이며 프랜차이즈의 ‘갑질 논란’까지 더해졌다. BBQ치킨은 결국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그리고 6월 1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사과문이 게재되었다. 이로써 이슈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이들의 사과문이 그동안 여러 사과들로 단련된(…) 유저들의 성에 차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목부터 ‘비비큐 가격 인상 철회, 죄송합니다!!!’로 시작되는 글은 ‘싸나이답게, 시원하게 용서를 구합니다’ 등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보는 시각에 따라 장난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기본적인 오탈자도 무시한 비문투성이 사과문이었으니, 어떤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었을까.
평가
사과문을 발표한 후에도 BBQ에 대한 비난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과문 자체가 추가로 부정 이슈화가 되었고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 BBQ치킨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싸나이답게, 시원하게 용서를 구합니다’를 ‘진심으로, 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로 바꾼 것 외에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하나 더 있긴 하다. 볼드체를 제거했다…) 심지어 ‘진심으로…’의 수정문에서 추가 오탈자가 등장했을 정도.
사실 BBQ치킨을 조금만 아는 이라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싸나이답게!’를 외치며 사과문 하나에서 몇 가지 터부를 건드리고 있는지 가늠하는 것만으로도 아득해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를 공개된 자리에서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저 해당 담당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 보자. BBQ치킨은 왜 사과문을 올렸을까? 1차적으로 대체재가 너무나도 쉽게 등장하는 시장이다 보니 소비자의 비난을 잠재우고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제일 컸을 것이다. 하지만 잇따른 비난에도 BBQ치킨의 추가 대응은 찾기 힘들다. 그저 열흘 정도 지난 후 이벤트 게시물을 정상적으로 운영했을 뿐. 그리고 그 후에 등장한 최근 이슈들은 이렇다. 닭 손질부터 포장까지… 일감 몰아주고 폭리 취한 BBQ (17.07.21 SBS), 대학생 아들 회사에 일감 몰아주고 폭리 취한 BBQ 회장(17.07.22 인사이트) 등의 이슈부터 bhc치킨, 매각 설움딛고 兄 BBQ 추월…비결과 과제는? (17.07.17 조세일보) 등 경쟁사 우호 보도, 김영록 장관 “9월부터 닭고기 가격 공시제 도입”…치킨가격 내릴까? (17.07.20 한국경제) 등 정부 차원의 압박까지. BBQ치킨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원문: 짬봉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