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의 “혼밥은 자폐” 발언이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황교익이 이를 보도한 디스패치를 “쓰레기 언론” “미개한 일” 등의 거친 단어를 동원하며 비난하고 있어 그 내용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싶었다.
tbs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으며 정리했다. 오기가 있을 수 있으니 정확한 내용은 사이트를 참고하시길.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겠으나 공론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 ‘혼밥’과 관련된 부분만을 정리해 옮겨둔다. ‘김’은 김어준, ‘황’은 황교익. 존대는 생략했고, 일부 발언은 간략하게 정리했다.
황: 요즘 혼밥 이야기들이 많다. 혼자 밥 먹는 분들이 많다.
김: 식당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혼자 고기 먹고 싶어도 안 줬는데, 혼자 먹는 고깃집도 있다.
황: “혼자 밥 먹는 게 어때” 하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김: 일본이 그렇다던데?
황: 음식을 즐기는 게 좋은 거 아니냐, 간섭하지 마라, 이렇게 얘기하는데 사실 혼밥이란 게 인간 동물의 전통으로 보자면 굉장히 위험한 일일 수 있다.
김: 혼밥이 혼나는 시간인가?
황: 여느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음식을 쾌락으로 만든다. 입안에 음식물을 넣고 즐기는 동물. 다른 동물은 이런 게 없다. 왜 이렇게 음식을 쾌락으로 만들었냐 하면, 먹을 수 없는 음식도 먹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동물들은 입에 넣으면 먹을 만한 것들만 먹는다. 인간은 먹이 활동을 잘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먹지 못할만한 것도, 그러니까 입에서는 거북한, 거부해야 되는 맛들도 먹어내야 하는 생존의 조건이 있었다.
김: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영양소가 꼭 부족해서.
황: 시고 쓰고 이상야릇한 맛, 발효, 음식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것 같은, 그런 음식도 먹어내야 했다.
김: 김치 잘 먹지만 외국의 다른 발효음식은 못 먹는다.
황: 극단적으로 맛없는 것이 거북한 것이 오히려 극단적으로 맛있는 것으로. 먹어내지 못하는 것까지 먹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음식물에 쾌락을 붙인 것이다. 인간 동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음식에 쾌락을 붙이는 일이 인간의 머릿속에,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에 의한 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머릿속에는 혼자서 이 음식물을 먹어서 이것이 맛있는 것이야, 하고 몸으로 만들어내진 못한다.
먹지 못할 이상야릇한 음식을 먹어내는 것은 본능이 아니라 문명이다. 이 문명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혼자 이 맛을 쾌락으로 만들기 힘드니까 다른 사람의 쾌락을 머릿속에 복사하는 그런 능력을 만들었다. 인간의 머릿속에 거울신경이라는 것이 발달해 있다. 인간의 모든 문명의 시작은 거울신경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거울신경이란 것은 상대방의 감정, 쾌락, 슬픔, 모든 것을 복사하는 신경조직. 우리 뇌 속에 있다.
김: 나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전하게 느껴지니까.
황: 거울신경이 크게 발달하니까 모든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인간만이 복잡한 문자로 소통하고 있는 것도, 이 거울신경을 발달시켰기 때문에. 맛없는 음식을 먹어내기 위해서. 이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고도의 문명을 만들어냈다. 소통을 잘하는 인간은 감정에 대한 교류도 잘한다.
김: 그래서 여성들이.
황: 얼굴 마주 보고, 눈빛을 교환하는 일들이 인간의 소통의 처음이라고 봐야 한다.
김: 그래서 혼밥 문화에 문제를.
황: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은 인간의 유구한 600만 년 전통에 벗어나는 일이다.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일단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사인이라고 볼 수 있다. 소통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 예를 본 적이 있다. 밥 먹을 때 소통을 거부하는, 적극적으로 소통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노숙자. 인간이 밥 먹는 양태를 모두 관찰하니까, 노숙자들 사이에 끼어서 무료급식을 먹어봤다.
김: 그런 분들은 특히 혼밥을 하시더라.
황: 줄을 서서 식판에 밥을 받았다. 우리는 밥을 받고 난 다음에 서로 모여 앉아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서로 둥글둥글 앉아서 밥을 먹는다. 그렇게 앉아서 노숙자들 얘기를 들으려고 했다. 그런데 다들 밥을 받고 바로 벽 쪽에 가서 고개를 푹 숙이고 밥만 먹는다. 옆에 사람을 돌아보거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인간들 간의 소통 방법을 완전히 잃은 것이다. 뇌에 큰 고장이 발생한 것이다. 노숙자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병이 굉장히 큰 것,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자세 때문에. 밥을 혼자 먹는다는 것은 소통을 거부하겠다는 것. 인간 동물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인 소통의 방법을 거부하는 것이다.
김: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감정노동 때문에 단절되더라도 혼자 밥을 먹는 것일 수도 있다.
황: 그걸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싫다고 해서 혼자서 어떤 일을 하겠다, 앞으로 숨어드는 것은 자폐인 것이다.
김: 사회적 자폐.
황: 단절시키고, 나 혼자 밥 먹고 생각하고, 나 혼자만의 말을 할 거라고 하는 순간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보지 않았나. 나는 일본을 정상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라고 보지 않는다. 민주공화정의 국가로 제대로 넘어가지 못하고 질서가 제대로 안 잡혀 있다. 개인의 취향인 것처럼 하지만 파편화돼 있는 사회다. 개개인이 행복한 사회인가 하는 것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김: 밥을 혼자 먹는 것, 1인 가정에 대해 이상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
황: 그러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는 경우가 많긴 하다. 그런데 그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경우라고 생각을 하고 적극적으로 친구나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가족과 함께 밥을 먹으려고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식성을 바꾸어야 한다.
원문: YEIN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