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이 물가를 급등시킬 가능성은 어떤가요?”
이에 대한 저의 답은 “잘 모르겠습니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도적인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경기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비스(PPI 기준) 물가와 근원 소비자물가의 관계를 보시죠. 참고로 근원 소비자물가란, 소비자물가에서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것입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확인되듯, 서비스 물가와 소비자물가는 매우 연관이 높습니다. 서비스 물가가 높아질 때, 근원 소비자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포인트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 첫째, 2008년이나 2000년처럼 근원 소비자물가가 서비스물가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급등할 때가 있다는 것.
- 둘째, 최저임금이 최근 가파르게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물가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
일단 첫번째 포인트는 금방 이해됩니다.
2001년이나 2008년처럼 서비스물가가 안정되었는데도 물가가 급등했던 시기는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시기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가 폭락 사태 와중에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환율의 상승은 수입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경제 전반의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죠.
즉, 한국의 물가 수준은 해외 여건에 의해 좌우됩니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든 말든, 물가 상승률의 큰 흐름은 환율 같은 외부 요인이 좌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물가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외부여건이 안정적이라고 가정할 때’라는 단서를 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최근 환율이 하락 중이니, 현재로서는 물가 상승 압력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두 번째 이야기를 해보죠.
서비스물가를 결정짓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건 바로 경기여건입니다. 아래의 ‘그림’에 보듯, 경기가 좋아질 때(붉은 선이 상승할 때) 서비스 물가는 상승합니다. 즉,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원가가 상승하더라도 제품 가격에 원가 상승분을 전가하는 것은 ‘경기여건’에 달린 일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식당이나 유통업체 같은 서비스업체들이 가격 결정력을 쥐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당연히 치열한 경쟁 때문이겠죠?). 다행히 최근 한국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에 있기에 서비스 물가는 앞으로도 상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환율 하락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서비스물가의 상승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지만.. 환율이 현 수준에서 크게 더 떨어지지 않는다면 점차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할까요?”라고 묻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아래의 그림에 보듯, 아직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 금리 인상이 임박한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결국, 최저임금의 인상은 경제 전체에 다양한 충격을 줄 요인임이 분명하나.. 물가에 미칠 영향은 환율 같은 외부 변수에 비해 크지는 않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 되시길 바랍니다.
원문: 시장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