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A Teachable Moment에 기재된 「Numbers can lie」를 번역한 글입니다.
수치는 그냥 놔두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어떤 수학 공식에도 맥락이 있어야 한다.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의 저자 스티븐 핑커는 이 패러독스를 완벽하게 설명한다.
통계에 근거하지 않은 이야기는 맹목이고, 이야기에 근거하지 않은 통계는 공허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모 편향(denominator bias)이라 불리는 특별한 편향성이 시달린다. 즉, 사람들은 분수의 윗자리 숫자인 분자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아랫자리 숫자인 분모는 무시한다. 때문에 종종 진실과는 아주 동떨어진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편향이 현재 사건의 영향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최신 편향(recency bias)과 합쳐지면,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사람들 중 95%가 동의할 역사에 대한 흔한 설명을 보자.
20세기는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시대였다.
사람들이 보는 수치는 인구 조정 수치가 아니라 총 사망자 수치다. 그렇다고 이 시기의 잔인한 전쟁 동안 살해된 사람들에게 결코 위안이 되지는 않겠지만, 무시되어서도 안 된다. 다른 말로 하면, 8세기 경우와 비교할 때 이 당시에는 수십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의미다. 분모 편향이 다시 머리를 든다.
지극히 중요한 세계 전체 인구의 규모를 고려하면, 8세기가 인류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시대였을지도 모른다. 중국에서는 안록산의 난이라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 당나라 왕조에 대항한 끔찍한 유혈 내전이었다. 이 핏빛 전쟁이 끝날 때까지, 4천만 명이 사망했다. 이는 당시 세계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수치다. 20세기 중반으로 조정해보면, 그 수치는 4억 2,900만 명에 해당한다. 이처럼 수치는 그냥 놔두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사실, 두 번째로 가장 유혈이 낭자했던 사건은 몽골 정복 당시인 13세기에 일어났다. 그 당시에도 4천만 명이 사망했다. 이 수치를 현재 세계 인구로 조정하면 2억 7,800만 명으로 불어난다.
솔직히 말해,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때문에 자신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 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수치는 그냥 놔두지 않아야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시장과 관련된 수치에 대한 투자자의 태도와 관련이 있을까? 절대적으로 그렇다.
예를 들어, 1987년 10월 시장은 하루 만에 22% 하락했다. 다우 지수 507포인트에 해당한다. 이제 2017년 7월로 돌아오자. 다음 주 다우 지수
가 507포인트 하락한다면, 수많은 비관론자들이 1987년과 같은 시장 붕괴가 다시 일어났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정말일까?
2017년 7월 17일 현재 다우 지수는 21,575포인트다. 여기서 507포인트가 하락하면, 일간 2.35%가 하락한 것이 된다. 운명의 10월의 어느 날에 일어났던 대학살보다 10배는 작은 규모다. 이처럼 수치는 그냥 놔두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우리는 1980년 예금 이자로 15%를 받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선 “아 옛날이여!”라고 한숨을 쉬지 말고, 하나만 생각해 보자. 그 당시 예금 이자 15%가 현재 2017년 2.0%의 비참한 수준보다 정말로 더 나은 것이었을까?
맥락이 답이다. 1980년 물가 상승률은 14.8%였다. 오늘날의 물가 상승률은 약 1.7%다. 이 물가 상승률로 조정하면, 예금 이자 15%는 현재 2.0% 수준과 사실상 동일하다. 수치는 그냥 놔두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투자 수익 대비 ‘단’ 2-3%만 수수료로 받는다고 말하는 파렴치한 펀드 영업사원의 말이 매일 들린다. 아주 작은 수치처럼 들린다. 이 사기꾼들이 자기 먹이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역사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3% 정도라는 사실이다. 향후 투자 수익률을 약 7%로 예상된다면, 물가 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실질 수익률은 약 4%다. 왜 사소한 것으로 지루하게 하느냐고? 3%의 비용을 빼면, 결국 수익의 75%를 수수료로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분모 편향이 다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수치는 그냥 놔두면 거짓말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행동 포럼은 금융 산업에 대한 소비자 불만 중 대부분이 근거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를 시도했다. 인터셉트(The Intercept)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지난해 중개인에 의한 불법 행위를 이유로 소비자들이 금융 산업 규제 당국에 신청한 중재 사례는 약 4,000건으로 이었지만, 그중 158건(약 4%)만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분모는 10배나 빗나갔다. 2016년 중재인에 의한 결정은 389건으로, 158명의 소비자가 이겼으므로, 승소율은 41%가 되는 것이다. 금융 산업 규제 당국의 차트에 잘 나타나 있다. ‘약 4,000건’이 아니라 389건의 사례 중 41%에서 고객들이 승소하였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분모 편향이 역사적 근시안과 완전한 사기와 결합되는 치명적인 조합이 된다.
믿음을 가져야 한다. 수치는 그냥 놔두지 않아야만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원문: 책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