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쉬워서 투자를 시작한다. 하다 보면 투자든 투자 공부든 재미있어진다. 그렇게 많지 않은 시간을 ‘투자’에 투자하게 된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다른 데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진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유의해야 할 점이다.
길게 보면 ‘시간=인생’이다
투자는 인생을 사는 이유나 방법, 도구가 아니다. 그럴진대 투자가 시간을 지배하게 되면 결국 투자가 인생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돈이 삶을 지배하게 된다는 말이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투자에 있어서는 자산 배분이 중요하다. 이것은 나만의 논리가 아니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이고, 실전고수들이 시장에서 처절하게 피를 흘리고 나서 깨달은 결과이다.
여기서 ‘자산배분’의 정의를 살펴보자. 자산배분이란 갖고 있는 재원을 적절한 자산에 분산하여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좋은 결과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도 장기적 관점의 자산배분이 중요하다. 인생이라는 투자시장의 가장 큰 자산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누구나 매일 86,400개씩 부여받고 있는 공평한 재화다(24시간=1,440분=86,400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자산을 어떻게 소비하고 얼마나 남기고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
나의 ‘시간’을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이 역시 ‘자산배분’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잠이 좋다고 24시간 잠을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임이 좋다고 24시간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에 중독되어 있다고 24시간 일만 하며 살아도 안 된다. 공부를 좋아한다고 공부만 하면서 살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아무래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루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자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쉬고, 적당히 일하고, 놀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자산배분’은 ‘균형 잡힌 삶’과 같은 말이다
투자에서 몰빵은 위험하다. 주식이 오른 만큼 높은 수익에 환호하겠지만, 떨어질 때는 그만큼 무섭다. 그러다 상장 폐지된다면 돈을 다 날릴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전 재산을 토지에 투자하거나 특정주식에 올인하거나 오피스텔에 넣어놓고 행운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삶’의 관점에서도 몰빵은 위험하다. 사업하는 분들의 경우 특히 더 그러하다. 자신이 일하는 만큼 돈이 벌리는 구조라면, 그런 사업주는 더더욱 쉬기가 어렵다. 주말에도 가게 문을 열어야 된다. 장사를 하면 수입이 늘어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문 걸어 잠그고 놀러 나가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한다. 큰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남는 건 돈뿐인데, 그나마도 성공했을 때의 일이다. 심지어 성공했다 하더라도 돈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뿐이더란다.
강도는 다르지만 직장인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승진해야 하고 월급을 받으려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매일같이 꾸역꾸역 출근해야 한다. 퇴근 후에도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하고 자격증을 준비한다. 가슴 뛰는 일을 찾게 되더라도, 가족들의 생계와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면 쉽사리 도전하지 못한다. 우울한 현실은 쓴 소주로 달래기 일쑤다. (쓰다 보니 왠지 감정이입이…)
얘기가 살짝 샜다. 어찌 됐든 ‘삶’의 관점에서는 몰빵이 무척 위험하다는 얘기를 했다. 인생에서도 자산 배분을 잘해야 한다.
매일 나한테 주어지는 자원(시간)을 잘 분배해서 투자해야 한다
회사가 잘 된다고 24시간 일에만 매달리면 안 된다. 수입을 낮추더라도 적당한 수준에서 업무를 마감하고, 가족과 시간을 갖고, 휴식을 취하고,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남겨두어야 한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승진해서 무엇하겠냐’라는 회의주의를 말하는 게 아니다. 당연히 승진도 중요하고 보너스도 중요하다. 다만 내 모든 걸 걸지는 말자는 거다. 임원이 된다고 세상이 다 얻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전해 들었다). 결국 임원이 되고 난 후 다가오는 것은 퇴직이다. 임원의 임기는 그리 길지 않다.
퇴직하고 나면 아내와 세계여행을 다니겠다던 모 임원이 있었다. 그는 퇴직 후 진짜로 유럽 일주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그 크루즈 여행선에서 이혼해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평생 가까이 있어 보지 않다가 매일 붙어 있으려니 정말 힘들었던 모양이다.
자식들하고 친하지 않은 아버지의 사례도 무수히 많다. 어느 대기업 회장 출신 교수(이쯤 되면 정말 성공한 인생이다. 특히 사회적으로)분께 물어봤다. 성공한 인생이신 것 같은데 가족 관계는 어떠시냐고.
그분이 대답했다. 어느 날 보니 애들이 결혼하더라고.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일이라고. 그 시대에 그 정도로 성공하려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살았을 것이 뻔하다. 매일 밤 영어회화를 공부했을 것이고, 주말에 자격증을 공부했을 것이고, 회사 단체 등산도 갔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식에게 몰빵하는 것 역시 리스크가 크다. 투자대비수익(ROI)가 나오기 쉽지 않다. 요즘 세대도 부모님 모시고 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들의 자식 세대는 더할 것이다. 월급을 온통 과외비로 쏟아부어서 아이가 잘 따라주어 성적이 잘 나와주고, 빚을 져서 미국 유학을 보내면 자랑스럽긴 할 것 같다. 거기서 좋은 성적을 받아 월스트리트에 취업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행복할까? 아이는 꽤 많은 연봉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아마 학자금 대출에 쪼들리고 엄청나게 비싼 뉴욕의 월세를 내며 조그마한 아파트에 살게 될 것이다.
아마 그다지 여유 있는 삶은 아닐 것이다. 부모의 얼굴 보러 한국 한번 오는 게 무척 빠듯할 것이다. 부모 역시 은퇴 준비 없이 자식에 몰빵했으니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행 비행기를 예매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미국 아니라 한국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잘 키운 자식이 나중에 나를 봉양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투자’는 하지 말자. 나 역시 부모를 모시고 있지 못하기에 할 말이 없지만.
자식 키우기의 목표는 그 아이의 자립이다. 자립하여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일이다. 거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기초체력과 배움의 자세를 키워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마무리하며
사람들이 주로 ‘몰빵’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해 봤다.
돈, 직장(사업), 자식
그러나 고전적인 이야기더라도 삶에서 중요한 건 건강, 아내, 취미, 여유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나의 시간이 투자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균형 잡힌 삶을 위해 어떻게 내 자산을 분배해서 투자할지 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 자산이 돈이든, 시간이든, 사람이든 말이다.
원문: 삶, 사랑,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