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소속 이석기 의원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그 주변인물들을 내란모의로 구속하는 등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국정원측이 확보한 녹취록 전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이상호 = 그러면 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하는 문제는 남는 문제가 있겠죠. 예를 든다면 지금 이제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장난감총 있잖아요. 그게 80만원 짜리에서 90만원 짜리 들어가게 되면 가스쇼바가 있는데 개조가 가능하며 그것이 안에 들어가면 비비탄총을 갖다가 새를 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사람을 조준하게 만드는 일반 총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 예를 들려고 한다면 아니면 지금은 인터넷에서 무기를 만드는 것들에 대한 기초는 나와 있어요.
이 발언이 공개된 후 SNS상에서의 반응은 이랬다. 동시에 에어소프트건을 취미로 하는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동호인들 다 죽일 셈이냐’ 등의 격한 반응이 나왔다.
내란음모의 성립여부를 떠나 총덕후의 입장에서 저 멘트를 봤을 때 국민들이 준 표로 뽑힌 공당의 공인들이 가진 현실 인식 수준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 일인지 총덕후이자 공돌이(…)적인 입장에서 위의 멘트를 짚어보려 한다.
1. 에어소프트 토이건은 장난감으로서의 한계가 명확하다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장난감총 있잖아요. 그게 80만원 짜리에서 90만원 짜리 들어가게 되면 가스쇼바가 있는데 개조가 가능하며…”
자동차 현가장치용 충격흡수장치인 가스쇼바가 왜 에어소프트 토이건에 들어가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가지만, 저 멘트만을 놓고 보면 기화력이 좋은 액화가스류를 가스탱크에 주입하고 그 가스압을 이용하여 6 mm BB탄을 발사하는 가스 블로우백(이하 GBB) 소총, 그 중에서도 80~90 만원대라면 대만 VFC사의 GBB 라이플류를 염두에 두고 하는 소리일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정말 이것을 말한 것이라면 놀라운 일이다. 여러 번의 개선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동 중 각종 부위 파손 및 고장으로 총덕들 사이에서 악평이 자자한 이 회사의 GBB 류 제품들을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은 접어둔다 쳐도, 에너지원인 가스는 겨울이 되면 기화율이 낮아져 사용이 상당히 불편해진다. 그런데 왜 굳이 에너지원을 ‘가스’로 한정한 것일까?
2. GBB만이 솔루션이냐?
중-고급형 성인용 에어소프트 토이건은 크게 두 종류 – 상기한 GBB와 배터리와 모터의 힘으로 작동하는 전동건(이하 AEG)로 나뉘는데 사시사철 계절과 무관하게 ‘무장봉기’를 일으키려면 GBB보다는 AEG를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합리적이다. 그런데 그나마 합리적인 선택인 AEG 또한 근본적으로 충격에 약한 구조라서…
탄속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탄성이 강한 스프링을 사용하게 되면 피스톤헤드가 기어박스 쉘(위 사진에선 은회색부위) 앞부분에 큰 충격을 전달하여 피로파괴를 일으키는 고질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이런 요소들은 80~90만원대의 토이건들이 갖는 분명한 한계점.
3. 군경 요원들에게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군경 종사자들을 총으로 공격해서 상해를 입히려한다면 탄두는 최소 50줄(J) 정도의 운동에너지를 가져야 하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국군 K2 – 미군 M16A2 에 사용되는 5.56 mm NATO탄 – 탄두무게 4g, 총구속도 940 m/s
그리고 에어소프트 토이건의 운동에너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약 초속 150 피트(약 50 m/s)의 탄속만 법적으로 허용되는 국내와 달리 사실상 무제한 탄속인 해외에서 팔리는 에어소프트 토이건의 탄속은 최대 초속 500 피트(약 150 m/s)의 한계를 가지며 그나마도 장비의 수명과 고장을 고려해 탄속을 약 초속 400 피트(약 120 m/s) 정도로 조율하고 있다.
경찰이 시즌마다 토이건류를 단속하면서 보여주던 병깨기-유리깨기쇼가 가능했던 것은 6 mm 강구의 덕이었다. 하지만 그 강구마저도 심각한 부상을 입히지는 못하는 것이 계산결과 나왔다. 이 정도의 운동에너지면 살갗에 좀 진한 피멍을 만들고 마는 정도이다.
AEG에 비해 GBB는 이런 문제에서 조금 자유로운 편이지만 GBB의 최대의 적은 앞서 말한 겨울이다. 가스의 기화마저 제대로 안되는 겨울에 GBB로 일으킨 무장봉기의 말로는… 흐규흐규.
4. 비용 그리고 효율성의 문제
다 양보해서 총기개조를 추진해보자. 하지만 여기서 통진당 입장에서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 비싸다(…) 정말 비싸다.
AEG, GBB 모두 탄속을 높이는 여러 가지 옵션 부품류들이 시장에 나와 있다. 비교적 ‘막 굴리기’에 좋은 AEG 만해도 웬만한 강화기어류가 최소 3만원에서 최대 20만원 가까이 하는 경우가 흔하며 GBB용 옵션 부품류도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성능을 끌어올리면 100 만원 정도는 가볍게 넘어간다.90만원대 GBB에 성능증가용 부품을 50만원 어치만 장착해도 150만원 언저리가 된다.
이러면 이미 무장봉기의 의미가 없어진다. 차라리 그렇게 셋팅할 능력자를 찾아내서 토이건 셋팅-판매 사업에 뛰어들면 괜찮은 수익사업이 될 것 같은데?(…)
5. 현실적인 솔루션은?
이렇게 ‘가난한’ 조직의 무장봉기를 돕기 위한 솔루션은 이미 70년 전에 있었다. 영국군이 나치 독일군에 털려버린(…) 무장을 회복하고 유럽의 레지스탕스들을 무장시키기 위해 편의성이고 뭐고 지극히 싸게 대충(…) 만든 스텐 기관단총이 바로 그 예이다.
이 총의 상세한 설계도면은 약간의 구글링만으로도 구할 수 있으며 1942년 당시 한정당 USD 10, 현재 USD 150 정도의 비용이면 철공소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본체 제작비용에서부터 현실적이다!!! 다만 대량으로 양산해야 하므로 초기에 생산설비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는 철공소나 대장간 사장님을 잘 꼬시거나 사상을 붉게 물들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탄의 수급도 문제가 되겠지만 에어소프트 토이건을 개조해서 무장봉기를 일으키겠다는데 탄수급 쯤이야 간단하게 군부대를 습격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탄 수급마저 힘들다면 지극히 현실적인 ‘슬링샷’- 새총이라는 훌륭한 솔루션이 존재한다.
질좋은 의료용 고무밴드와 튼튼하고 큼지막한 Y자 프레임만 있어도 개조한 에어소프트 토이건 따위는 잊게 만드는 인명살상도구를 만들 수 있다. 아니, 유명 쇼핑몰에서 슬링샷만 쳐도 품질이 꽤 좋은 슬링샷을 단돈 3만원선에서 구할 수 있다. 탄 수급도 단단한 돌멩이나 묵직한 너트조각만 있으면 된다. 가난한 자의 무장봉기용으로 완벽하다!
6. 최상의 시나리오
1) 야음에 슬링샷으로 군부대 초병을 제압하고 침투
2) 병기계나 당직을 위협해 총기와 탄약을 확보
3) 조직원들에게 무장을 나눠주고 무장봉기한 후 군경에 제압당함
or
아무 것도 안함(…)
써놓고 보니 참 어이없고 황당하고도 지극히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나왔다. PROFIT!!!
7. 마치며
현실성없는 이야기를 들고 나온 토론자나 그 내용의 오류에 대해 단 한마디의 문제제기도 없었던 참가자들의 녹취록을 보니 깊은 한숨만이 나온다. 총기에 관련된 멘트만으로도 위와 같은 지적이 가능한데 그 외의 부분들이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였을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