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의 ‘새마을’ 사랑은 끝이 없다. 새마을회에 예산을 퍼부어 주기 위해 편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업의 이름만 바꾸면 보조금은 얼마든지 추가로 지원될 수 있고, 보조금과 위탁금의 구분조차 없이 마구잡이 지원이 이루어진다. 구미시 예산은 ‘새마을회 쌈짓돈’이라고 해도 될 판이다.
구미참여연대(아래 참여연대)가 2017년 구미시 예산을 분석한 결과다. 여러 차례 보도된 대로 구미시는 새마을 관련 조직에 모두 9억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그 가운데 ‘제2 새마을운동’(1,200만 원), ‘21세기 새마을운동’(3,100만 원)이라는 항목의 예산도 포함되어 있다.
‘제2′, ’21세기’ 새마을운동은 무엇인가
새마을운동에 ‘제2’, 또는 ‘21세기’라는 수식어를 얹으니 그럴듯해 보이긴 한다. 구미시가 나름대로 시대의 흐름에 걸맞은 새마을운동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 기대는 이내 ‘꽝’이 되고 만다.
2015년과 2016년, 두 해 동안의 ‘21세기 새마을운동 추진’ 관련 보조금 정산서를 검토한 결과 ‘21세기 새마을운동’ 관련 보조금은 이미 지원된 다른 새마을 보조금 관련 사업을 보충하기 위한 편법 예산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예산의 세부 항목은 장소 임차료와 여비(교통비), 회의비가 대부분이다. ‘21세기’라고 이름 붙일 만한 사업이 있거나 최소한 비슷한 형식도 없다. 여기 제시된 사업들은 이미 다른 항목에서 지원하는 사업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미시는 2015년에 비해 2016년에는 지원 예산을 1천만 원 늘렸다. 올해는 한술 더 떠 ‘제2 새마을운동’ 항목을 새로 만들어 1천2백만 원을 추가 지원했다. ‘제2 새마을운동’이나 ‘21세기 새마을운동’이란 예산을 편법으로 지원하기 위한 구미시의 꼼수였던 것이다.
사업명만 바꿔서 보조금을 요청하면 구미시에선 사업 내용에 대한 검토 없이 그냥 예산이 지원된다. 참여연대가 구미시 새마을과에 ‘제2 새마을운동’이나 ‘21세기 새마을운동’이 ‘새마을운동’과 어떻게 다른가 물었으나 구미시는 이 질의에 설득력 있는 답을 하지 못했다.
구미시의 새마을 관련 단체에 대한 마구잡이식 예산 지원은 ’보조금‘과 ’위탁금’을 구분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민간위탁 사업’과 ‘보조 사업’은 그 성격이 명확히 다르고 근거가 되는 법률이 다르다.
‘민간 위탁 사업’은 ‘자치단체장이 시행해야 할 사무를 민간에 위탁 운영하는 것’(지방자치법)인 반면 ‘보조 사업’은 ‘민간에서 추진하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 시장이 지원하는 사업’(지방재정법)이다. 그런데도 구미시는 ‘새마을 지원 조례’에서부터 두 사업을 뒤섞어 놓고 있다.
‘새마을 지원 조례’는 3조에서 지원할 수 있는 새마을 관련 ‘민간사업’을 9가지나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4조에서는 그 ‘민간사업’인 새마을 관련 사업을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3조에서 ‘민간사업’이었던 것이 4조에서는 ‘위탁할 수 있는’ ‘구미시의 사업’이 되는 것이다.
조례 내부에서 상충하는 조항이 있는 이유는 새마을 관련 사업을 어떤 것은 보조 사업으로 어떤 것은 민간 위탁 사업으로 분류하여 시행하기 위해서다. 위탁 사업이 되면 보조금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과 ‘위탁금’이 뒤섞인 새마을 예산
이는 행정적 편의에 따라 예산을 자의적으로 집행하는 사례다. 구미참여연대의 요구에 따라 감사원의 공익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노총 특혜 지원’도 같은 경우다. 구미시는 5년간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해마다 23억 원 안팎의 보조금과 위탁금을 지원하고, 20년 넘게 3층 건물을 무상 임대하는 특혜를 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산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구미참여연대는 새마을사업 및 새마을회에 대한 예산 편법 지원과 중복 지원을 근절하기 위해 새마을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구미시에 요구했다. 결국 이러한 예산 낭비의 근원은 ‘구미시 예산은 새마을회 쌈짓돈’이라 할 만큼 방만한 시정에 있는 셈이니 그 시정의 출발점이 새마을과라는 참여연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새마을과는 새마을회에 예산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새마을 관련 사업을 시 사업으로 바꾸어 다시 이를 위탁하는 등의 방식으로 예산을 퍼주고 있다. 참여연대가 새마을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새마을과의 폐지’가 선결 과제라고 주장하는 것도 결코 무리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원문: 이 풍진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