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셋집 주인은 왜 노인들일까?
텔레비전 드라마나 혹은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집주인의 이미지가 있다. 보통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나 할머니이고, 대개 성격이 깐깐하고 잔소리가 많으며, 월세가 밀리면 잔소리를 엄청 퍼붓는다는 식이다. 반면 집주인이 젊은이이거나, 혹은 회사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 한국의 월셋집 집주인은 죄다 노인들일까?
오랫동안 궁금증을 풀지 못했는데,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 덕분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책 209~210 페이지).
전형적인 월셋집 주인의 스테레오타입은 바로 한국 임대차 시장의 단면과 특수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하나씩 뜯어서 분석해보자.
첫째, 임대인이 주로 노인이라는 점이다. 내가 본 드라마에서 집주인으로 ‘청년’이 나오는 예는 거의 없었다. 우리는 이를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이는 한국 주택 임대차 시장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이다.
청년들이야 아직 자산을 모으기 힘든 나이이니 집주인이 되기 힘든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인이 반드시 개인일 필요는 없다. 임대 전문기업일수도 있고,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주택일수도 있다. 이것이야 말로, 한국 주택시장의 본질을 드러내는 단서다.
둘째, 집주인의 잔소리가 심하고 월세 밀리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점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고, 초등학생까지 장래 희망으로 집주인을 꼽고 있는 세상에서, 왜 이들은 돈 문제로 사람을 그렇게 힘들게 할까? 세입자들에게 잔소리 많이 하면 뒤에서 욕먹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참으로 흥미로운 질문이다. 먼저 우리나라 집주인들은 왜 나이 많은 개인들일까? 정부나 기업이 주택 임대차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이 의문을 풀어보자(책 212~213 페이지).
한국의 주택임대차 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차지하는 매우 큰 시장이다. 이상영 교수에 따르면, 2014년 주택임대차 시장의 총 규모는 26.3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렇게 큰 시장에 왜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거의 진출하지 않는 것일까? (중략)
그 이유는 임대차 시장이 개인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데, 그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개인의 경우 월세 수익은 6~32%의 소득세가 부과되며, 전세는 전세금을 이자율(약 4% 내외)로 환산해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기업에는 10~22%의 법인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개인들은 실제로 임대소득에 대해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한국에서 임대 소득 가구는 750만에 이르는데, 이 중에서 임대소득을 자진 신고한 사람들은 8만 3천 명에 불과하다. 임대차 소득에 대한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임대소득세는 전세는 1가구 3주택, 보증금 총액 3억원 이상에 대해서만 간주임대료(임대보증금에 대한 시중금리를 감안한 일정 비율을 곱해 계산한 금액)를 적용해 과세하고, 월세는 다주택자 또는 1주택자이지만 주택 공시가격이 9억을 초과하는 경우 과세하고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의무가 아니라 자진신고가 원칙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임대인들은 신고하지 않고 이를 숨긴다. (중략) 반면 기업의 경우 이런 식의 얼렁뚱땅이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상가나 오피스텔의 임대차 사업 법인들은 대부분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이렇게 세금 문제에서 개인과 법인의 차이가 확 벌어지기에, 한국 민간 임대차시장은 개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한쪽은 세금을 내고 다른 쪽은 세금을 안 내니, 당연히 수익성에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아무리 세금 차이가 나더라도, 수익이 나는 곳에 사업의 기회는 있을 텐데 왜 한국에는 부동산 임대업을 주종하는 기업들이 적을까?
그 이유는 바로 ‘저수익’ 때문이라고 한다(책 214~215 페이지).
부동산 임대업은 생각보다 이윤이 높지 않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 아파트의 평균 임대수익률은 4%이다. 그렇지만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중략)
흔히 자조적으로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라고들 한다. 집주인은 딱히 하는 일도 없이 매달 월세만 따박따박 받아가는 것 같다. 이처럼 부러움을 사는데, 왜 대부분 노인들이고 늘 ‘성격이 깐깐하고 온갖 간섭하는’ 인물로 그려질까?
그런데 통계를 보면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알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 아파트 평균 임대 수익률은 4% 수준이다. 현재 예금금리가 1% 초반이니, 지금 상황에서는 높다고도 볼 수 있다. 정말 그럴까?
아래의 <표>에서 임대수익률은 그야말로 단순 수익률이다. 기업으로 따지면 매출액이나 마찬가지로,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수익률이다. 임대수익률의 원가를 생각해보자.
첫째, 자금의 기회비용이다. 은행에 1억원을 맡겨두면 적어도 1.25%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이 수익을 포기하고 아파트에 투자했으니 이 비용은 당연히 공제해두고 생각해야 한다.
둘째, 건물의 감가상각분이다. (중략) 토지는 그대로 있지만, 건물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1억원 아파트의 매해 감가상각률이 2%라면, 감가상각으로 연 100만원씩 없어지는 셈이다(토지가격이 주택가격의 50%라고 가정할 때).
셋째, 주택의 유지수선비용이다. (중략) 집이 새 집이라면 큰 비용이 들지 않겠지만, 낡아질 수록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다. 이런 비용을 일률적으로 계산할 수 없지만, 연간 0.5%의 비용은 감안하는 게 안전할 것이다.
넷째 주택의 공실 위험이다. 공실률은 부동산 수익률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1년 열 두 달 중에서 딱 2달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도 수익률은 1/6만큼 떨어져버린다. (중략)
다섯째, 주택의 보유에 따른 세금 문제이다. 앞에서 개인은 임대소득세를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보유세는 피할 수 없다.
이렇게 주택임대에 따른 비용을 따져보면, 지금까지의 의문이 풀린다. 한국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잔소리하며 깐깐하게 구는 이유는 임대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기회비용, 수선비용, 감가상각, 세금 등) 중 줄일 수 있는 게 유일하게 수선비용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비용을 잘 줄이고 관리해야 은행 예금하는 것보다 더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위주의 임대업 시장 흐름이 지속되는 한 집주인들의 잔소리는 앞으로도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원문: 시장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