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1.
Devsisters에서 실리콘밸리 벤치마킹 보고서를 쓸 당시, 조사 항목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Tech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언제 어떻게 선발하고 최고의 팀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여러가지 시사점이 있었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발견은 ,
인재를 최대한 계단식으로 뽑는다(한 번에 전체 인력의 5% 수준의 인력을 선발한 후에, 약 2~3개월 동안 신규 인력과 팀워크 다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그 이후 다시 전체 인력의 5% 인력을 선발한다.
1.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정규팀 인력을 선발하면 안 된다.
한꺼번에 팀에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예: 전체 인원이 10명인 조직에, 3명 이상의 신규 멤버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경우) 여러 가지 혼선이 발생하기 쉽다. 팀이 몇 개의 세부 분파(?)로 분화되어 팀 간 or 팀 내 소통 단절이 시작될 수도 있고, 문화가 애매하게 희석될 수도 있다.
2. 정규 인력 선발 시, 팀이 소화 가능한 소수 인력을 선발해야 한다.
신규 멤버가 팀 내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팀 내 모든 사람들과 의미 있는 소통을 할 수 있고, 새로운 멤버가 기존 팀 문화에 쉽게 융합되면서도 그들의 개성이 기존 팀 문화에 새로움을 더해주기 위해서는 팀이 소화할 수 있는 소수의 인력이 팀에 유입되는 것이 좋다.
3. 소수 인력이 특정일에 함께 입사하는 것이 좋다.
1명 들어오고 또 1주 뒤에 1명 들어오고, 그 1주 뒤에 1명 들어오는 것보다는, 2~3명이 한꺼번에 동일한 날 입사하는 것이 좋다. 신규 멤버의 적응 차원에서도 그렇고, 조직 내에서 받을 수 있는 관심의 양 측면에서도 그렇다. (소수 개인이 자주 들어오면 “또 들어왔네?” 정도의 반응을 보이지만, 소수 인력이 그룹으로 들어오면 “오 누굴까?” 의 반응을 보인다)
4) 입사와 입사 사이에는 인터벌이 있는 편이 좋다
동시에 새로운 팀원이 팀에 충분히 융화되기까지는 약 2~3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그 기간에는 새로운 인력의 유입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관찰 2.
과거 컨설팅 회사의 경우 인재 1명을 뽑기 위해 약 6회의 1:1 Case 면접을 진행했다. Devsisters에서 벤치마킹했던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경우, 1:1 면접 뿐 아니라 함께 일을 해보는 면접 (예. 엔지니어 선발 시에는, 함께 코드를 짜보고 리뷰해보는 면접)을 진행했다. Devsisters 개발자 분들도 인터뷰 시 함께 일을 해보며 인재를 선발하곤 했다.
공통점은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형식적인 Q&A식 면접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업무 수행 능력 및 업무 태도를 파악할 수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데에 있다. 인터뷰 과정에서 상대방의 지적 업무 능력, 업무 스타일, 동료로서의 케미 등을 맞춰보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절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 후 입사자가 ‘어… 여기가 아닌가봐’라고 느끼는 순간, 입사자에게도 회사에도 lose-lose이기 때문이다.
관찰 3
예전 컨설팅 회사에서 특허괴물(좋은 특허를 구매해서 제품/서비스를 판매 중인 기업을 공격하는 회사들)대응 프로젝트를 할 때, “도대체 우수한 특허를 누가 언제 어떻게 구입하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우수한 IP를 선제 확보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특허는 공개 시장이 존재하는 주식과는 달리 비공개 시장으로 형성되어 있고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알고 있는 시장이어서, 누가 어떤 특허를 누구에게 언제 구입하는지의 정보를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미국 서부에서 수십 년간 특허를 거래하고 관련 법률 자문을 담당한 100~200명의 사람만이 그나마 정확하게 시장을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특허괴물로 부터의 공격을 막고 경쟁사로부터의 특허와 매개된 위협(예: 야 너 이 특허 침해한 것 같은데, 그 제품 생산 중단해라. 싫으면 라이센스 내던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 현 시장에서 특허가 누구로부터 누구에게 이동하는지 실시간으로 자세히 상세히 면빌히 살펴야 하며,
- 우수한 특허를 구매하여 최적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해야 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특허를 주기적으로 계속 구매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우수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현금화하고 싶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본인들의 특허를 보여주고 거래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어떤 특허가 시장에서 어떻게 거래되는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미국 Tech 회사들이 주기적으로 특허를 매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특허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리크루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스타트업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도대체 우수 인재는 어디 숨어있을까…”이다.
숨은 우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에서 끊임없이 인재 채용 공고를 올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지 이야기하면서 인재 추천을 부탁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인터뷰 역시 자주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인재들이 ‘저 회사에도 지원해봐야겠다’ 는 생각을 가지고 지원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팀 차원에서도 계속 인터뷰를 보면, 인재를 보는 객관적인 눈도 생기고 옥석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관찰 4.
스탠포드 MBA에서 진행되는 ‘Start-up Team’이라는 수업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민의 근원지는 고객이나 협력사가 아닌 경우가 많다. 진앙지가 팀 내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늘 나는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에 앞서 ‘아… 오늘 A 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지? 이야기하기 싫은데. A는 도대체 왜 그러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고민은 우수한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팀원이 진앙지인 고민은 최대한 없애는 게 좋다.”
“마크 주커버그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페이스북의 문화가 서서히 무너질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또 그로 인해 페이스북만의 엣지가 희석되는 것이다. 그의 고민의80% 는 사람과 팀에 있다.”
“우수한 인재들은 소수정예 조직을 좋아한다. 그들은 본인의 존재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end-to-end로, 스스로의 힘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조직을 선호한다. 일이 정말 많은데 인력이 상대적으로 소규모여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조직을 선호한다. 동시에, 사람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적은 조직을 선호하며 본인보다 우수한 사람이 있는 팀을 특히 선호한다.”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자금이 부족하다. 그런데 일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적당한 사람이라도 빨리 선발하지 않으면 서비스가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특정 시점이 지나면 적당한 사람을 우선 뽑고 본다. 그렇게 계속 마음에는 100% 차지 않은 사람들을 선발한다.
그런데 그런 조직의 특징은 조직이 20~30명 되었을 때, 지극히 평범한 팀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평범한 팀의 정의는 문제해결력이 부족한 팀을 의미한다. 팀원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성장하는 팀이 아닌, 인재를 추가로 선발하여 버티는 팀을 의미한다. 이런 팀은 대기업 조직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200% 만족할 만한 인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한다. 인재를 선발할 때에는, 소수의 진짜 뛰어난 인재를 어떻게든 선발하고 더 우수한 사람이 등장할 때까지 버텨야 한다. 그런데, 버티는 과정에서 기존 우수 인재가 커버할 수 있는 업무의 scope이 늘어나고, 전문성의 depth가 깊어지고, 그렇게 인적 성장이 일어나고, 사람의 성장은 더 나은 서비스의 퀄리티로 직결된다.
그런데,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떻게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가? 그것은 1) 팀이 가진 비전의 크기, 2) co-founder들의 인품과 능력, 3) 운에 달렸다.
소수 정예의 A급 팀을 만들기 위해, 정말 강력한 10명의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버텨야 한다. 적당한 사람을 선발하려고 하는 유혹 및 두려움을 떨쳐버려야 한다.
관찰 1~4의 링글 적용
2015년 1월 성파님과 시작한 링글Ringle은 2.5 년간 7명의 정규 팀 조직을 구성하여 전진하고 있다. 정규팀 인력의 경우 포지션이 오픈된 이후 적임자를 찾는데 빠르면 6개월, 보통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소수의 정규팀으로 버티다 보니, 서비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고객의 니즈가 진화하는 시점에 현재 팀 역량으로는 해결하지 못 하는 일들이 생기게 되었다. 결국 버텨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곤 했는데, 지인들에게 소개받은 실력자분들이 원 포인트 레슨을 공유해 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파트타임으로 조인해주셔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시곤 했다.
최근에는 Customer Acquisition 측면에서 도움이 필요해서, MBA 입학을 앞둔 분들과 잠시 MBA 방학 때 한국에 오신 분들께 도움을 청했고 많은 분들이 팀에 잠시 합류해 주시면서, 팀 오피스에 13~14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는 진풍경도 벌어지곤 했다.
덕분에 소수 팀에 익숙해진 내가 갑자기 규모가 2배가 된 중형 팀과 함께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낀 나의 단점은 ‘나는 팀과 사람을 manage하는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구나’ 였다. 즉 ‘나는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다른 사람이 일을 잘하게 도와주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아니다’,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성향 때문에, 이렇게 좋은 의지를 가지고 잠시나마 모여주신 좋은 분들의 능력을 100%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팀이 커지니 내가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아직 경험이 없어 실질적으로 체득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잠재적 문제들이 보였다. 나중에 정규팀이 14명이 되었을 때 팀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링글이라는 조직이 더욱 잘 준비되어야 있어야 함을 느꼈다.
다행인 것은, 워낙 뛰어난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정신없는 가운데도 일이 체계적으로 진행되며 링글 팀의 문화가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짜 좋은 분들을 모시면 조직은 자연스럽게 좋아진다는 것을 배웠다. 이렇게 좋은 분들을 정규 팀으로 모시기 위해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
향후 우수 인재 유치 및 최고의 팀 구축 위한 개선 과제는 다음과 같다.
- 내 일에 너무 집중하기보다는 팀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리더십을 키우자. (말하는 시간보다는 듣는 시간을 늘리자)
- 적임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계속 버티자. 등장하기 전까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며 가르침을 받고, 그래서 내가 성장하자.
- 14명 정규조직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미리 상상하며, 14명이 최고의 performance를 낼 수 있는 팀 시스템을 사전에 구축해 놓자(입사했을 때의 welcome 행사, 사내 교육, 타운홀 미팅 등등)
- 일주일에 인터뷰를 1회 이상 보도록 노력하자. 1명을 놓고 go or no go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10명을 보고 최고의 1명을 뽑아야 한다. 계속 찾고, 수소문하고 인터뷰 보고, 그래서 재야의 고수가 링글을 찾아오게 만들자.
- 인터뷰는 단순 질의&답변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반나절 프로젝트일지라도 함께 일을 해보고 소통하며 상호 간 합이 맞는지 확인해보자.
ps. 인재선발에 대한 내용이 담긴 실리콘밸리 벤치마킹 보고서 링크를 첨부한다.